금융지주X딥엑스

①VC·PE 대신 금융지주 전면에…'생산적 금융' 실적 쌓기 논란

KB·신한·NH, 각각 1000억씩 공동 앵커 부상 정책금융 기조 속 모험자본 KPI 확보 수요

증권 |김한솔 기자 | 입력 2026. 05. 29. 07:00
[세줄요약]
  • KB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는 딥엑스 투자에 각각 1000억원씩 총 3000억원을 검토한다.
  • 딥엑스 기업가치는 2조원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VC업계에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밸류로 인식하고 있다.
  • 금융지주의 이번 투자는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맞춘 모험자본 실적 쌓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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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투데이=김한솔 기자| KB금융·신한금융·NH농협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가 AI 반도체 기업 딥엑스의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라운드에 각각 1000억원씩, 총 3000억원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조원의 높은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거론되는 상황에서도 대형 금융지주들이 공동 앵커로 나서는 구조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금융지주들이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맞춘 모험자본 출자 실적 쌓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그룹 세 곳이 스타트업 프리IPO 전면에…이례적 투자자 구성

이번 투자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투자자 구성이다. 일반적인 프리IPO 라운드는 대형 벤처캐피털(VC), 사모펀드(PEF), 자산운용사의 프로젝트펀드 등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딥엑스 프리 IPO에서는 은행계 대형 금융지주들이 직접 전면에 나서는 구조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금융지주 한 곳당 1000억원 투자는 비상장 딥테크 기업 단일 투자 건으로는 상당히 큰 규모다. 딥엑스의 전체 목표 조달액이 6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금융지주 한 곳이 전체 라운드의 약 16.7%를 부담하는 셈이다. 세 곳이 모두 참여할 경우 총 3000억원으로, 라운드의 절반을 금융지주들이 떠받치는 구조가 형성된다.

당초 라운드 초기만 해도 기존 투자자인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프로젝트펀드를 결성해 앵커 역할을 맡는 방안이 거론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2조원 안팎이라는 기업가치가 제시되면서 출자자(LP) 설득에 부담이 커진 것으로 파악된다. 직전 라운드 대비 밸류에이션이 단기간에 가파르게 오른 탓에, 시장 논리에 민감한 일반 LP들이 선뜻 지갑을 열기 어려웠다는 평가다.

결과적으로 딜의 무게중심은 금융그룹 중심으로 이동하게 됐다. 기존 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프로젝트펀드가 가격 부담을 느낀 사이, 막대한 자금력과 정책적 명분을 동시에 갖춘 금융지주들이 공동 앵커 후보로 부상한 셈이다.

'생산적 금융' 압박 속 모험자본 KPI 명분 부각

금융지주들이 딥엑스 투자에 뛰어든 배경에는 현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가 자리 잡고 있다. 금융권은 그동안 예대마진 중심의 수익구조에 안주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정부는 은행권 자금이 부동산이나 가계대출에 쏠리는 대신 AI·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의 모험자본으로 흘러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차세대 AI 반도체 유니콘 후보에 1000억원 단위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금융지주 입장에서 정부 정책 방향에 부합하는 KPI(핵심성과지표) 달성 사례로 제시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금융그룹은 올해 생산적 금융 및 국민성장펀드 관련 투자 실적을 내부 성과관리 항목으로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딥엑스가 정부의 ‘K-엔비디아’ 육성 기조와 맞닿아 있다는 점도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중요한 명분이다. 딥엑스는 정부 주관 K-엔비디아 육성 논의 테이블에 이름을 올린 국내 AI 반도체 기업 중 하나다. AI 반도체는 정책적 우선순위가 높은 산업인 만큼, 금융지주가 고위험 성장투자를 집행하더라도 ‘국가전략산업 지원’이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VC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들이 생산적 금융 명분 아래 위험자산 배분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이번 투자는 금융지주 입장에서 좋은 케이스”라며 “국책성 전략산업 딜에 참여하면 관련 실적 측면에서도 설명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지주들이 이처럼 전면에 나서는 데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2조원 안팎의 밸류에이션이 시장에서 충분히 검증된 가격이라기보다, 생산적 금융 기조와 정책자금 후속 참여 기대가 맞물리며 형성된 가격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지주 내부에서 모험자본 공급 실적이 성과지표로 관리될 경우, 투자 판단의 무게중심이 수익성과 회수 가능성보다 정책 부합성으로 기울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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