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김한솔 기자|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투자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집중된 가운데, 중앙처리장치(CPU)가 차세대 AI 인프라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AI 활용이 대규모 데이터 학습을 넘어 추론과 ‘에이전트 AI’로 확장되면서 시스템 전체를 조율하는 CPU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경준 키움투자자산운용 본부장은 AI 연산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GPU 성능뿐 아니라 CPU의 처리 능력이 데이터센터 전체 효율을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이 같은 판단을 바탕으로 국내 최초 CPU 테마 상장지수펀드(ETF)인 ‘KIWOOM 미국CPU반도체TOP4+’를 선보인다.
에이전트 AI로 진화…GPU 밖으로 번지는 병목
이 본부장은 생성형 AI가 에이전트 AI로 진화하면서 GPU에 집중됐던 AI 인프라의 병목이 CPU와 주변 시스템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생성형 AI가 사용자의 질문에 텍스트나 이미지로 한 차례 답변을 내놓는 데 그쳤다면, 에이전트 AI는 검색엔진과 데이터베이스를 호출하며 여러 도구를 연속적으로 활용한다.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작업 순서를 정하고 각 도구를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하는 만큼 시스템 자원을 배분하는 CPU의 역할이 커진다.
이 본부장은 “GPU가 대규모 병렬 연산을 처리하는 선수라면 CPU는 사용자 요청을 해석하고 작업 계획과 도구 호출, 데이터 이동, 결과 검증 등 전체 흐름을 조율하는 감독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이 제시한 관련 분석에 따르면 에이전트 AI가 여러 도구를 순차적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전체 지연시간 가운데 CPU에서 발생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고성능 GPU를 추가하더라도 CPU와 메모리, 네트워크가 뒷받침하지 못하면 데이터센터 전체 처리 속도가 제한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AI 서버에서 GPU와 CPU가 차지하는 비중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학습 단계에서 8대1 수준이던 GPU와 CPU의 비율이 추론 단계에서는 4대1, 에이전트 AI 환경에서는 2대1이나 1대1 수준까지 좁혀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 본부장은 “AI 활용 방식이 고도화될수록 GPU와 CPU 수요가 함께 늘어나는 구조”라며 “AI 인프라 투자의 수혜가 GPU를 넘어 서버 CPU 시장으로 확산될 수 있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인텔·AMD 양강 흔드는 ARM…엔비디아도 가세


서버 CPU 시장은 인텔과 AMD가 주도하고 있다. ARM 기반 CPU가 성장하고 있지만 현재 데이터센터 CPU 시장에서는 두 회사의 영향력이 압도적이라는 평가다.
이 본부장은 AMD를 CPU와 GPU 양쪽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평가했다. 서버 CPU 시장에서 인텔과 경쟁하는 동시에 AI 가속기 시장에서도 엔비디아의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인텔은 x86 기반의 방대한 소프트웨어 생태계와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서버 CPU 시장에서 높은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자체 설계한 반도체를 직접 생산할 수 있는 종합반도체기업(IDM)이라는 점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이 본부장은 “AMD는 CPU와 GPU 양쪽에서 강한 입지를 확보한 기업”이고, “인텔은 안정적인 CPU 사업에 더해 파운드리 부문의 턴어라운드가 확인될 경우 추가적인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ARM 확산…전력 효율 앞세워 추론 시장 공략
ARM 진영도 주목받고 있다. ARM 기반 CPU는 소비전력이 낮아 전력 공급과 냉각 능력이 데이터센터 증설의 제약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ARM은 x86과 함께 CPU 시장을 양분하는 핵심 아키텍처다. 그동안 설계 자산을 공급하고 라이선스와 로열티를 받는 사업에 집중했지만, 최근에는 자체 설계 CPU 공급까지 추진하며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퀄컴도 모바일과 온디바이스 AI 중심의 사업에서 벗어나 ARM 기반 CPU와 맞춤형 반도체를 앞세워 데이터센터 시장 진입을 모색하고 있다. 엔비디아 역시 ARM 기반 CPU인 ‘그레이스’와 ‘베라’를 설계하고 GPU와 CPU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며 CPU 생태계와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이 본부장은 기존 데이터센터가 AI 인프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는 소프트웨어 호환성과 고객 기반을 갖춘 x86 진영의 우위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새로 구축되는 대규모 AI 추론 인프라에서는 전력 효율과 맞춤형 설계를 강점으로 내세운 ARM 기반 CPU의 비중이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존 데이터센터에서는 인텔과 AMD의 영향력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며 “대규모 AI 추론 인프라에서는 전력 효율이 높은 ARM 기반 맞춤형 CPU의 도입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승자가 적은 시장’…상위 4개에 80% 집중
‘KIWOOM 미국CPU반도체TOP4+ ETF’는 CPU 관련성이 높은 상위 4개 종목에 전체 자산의 80%를 배분한다. 정기변경 시 키워드 점수 1위와 2위 종목에 각각 25%, 3위와 4위 종목에 각각 15%를 편입한다.
상위 종목에 비중을 집중한 배경에는 CPU 시장의 높은 진입 장벽이 있다. CPU 아키텍처가 다르면 소프트웨어 호환이 어려워 시장이 x86과 ARM을 중심으로 양분돼 있고, 소수 기업의 영향력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 본부장은 “글로벌 CPU 시장은 기술 표준과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선점한 소수 기업이 주도하는 과점 시장”이라며 “여러 기업에 비슷한 비중으로 분산하기보다 시장 성장을 주도하는 핵심 기업에 집중하는 것이 산업 특성을 더 잘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머지 6개 종목은 파운드리와 메모리 등 CPU 생태계 기업으로 구성한다. ARM 진영은 팹리스 기업이 많아 제조를 담당하는 파운드리가 필요하고, CPU가 작동하려면 데이터를 공급하는 메모리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 본부장은 “CPU 시장을 주도할 핵심 기업을 선별해 압축적으로 담는 것이 이 상품의 차별점”이라며 “에이전트 AI와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나타나는 CPU 수요 증가는 단기 유행이 아니라 구조적인 변화에 가깝다”고 말했다.
■ 이경준 키움투자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
△University of North Carolina at Chapel Hill, 경제학
△삼성자산운용 ETF운용팀 입사(2007년 8월)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부문 담당(2022년 7월)
△미래에셋자산운용 전략ETF운용본부장 상무(2025년 2월)
△키움투자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 상무(2025년 3월~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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