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김한솔 기자| “AI 산업의 변화 속도는 과거의 10년을 1년으로 압축해 놓은 것과 같습니다. 이 속도를 벤치마크 지수만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패시브 투자만으로는 온전히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KoAct 미국나스닥성장기업액티브 ETF’가 나스닥을 웃도는 성과를 기록한 배경에는 종목 발굴 역량뿐 아니라 시장 수급을 읽는 타이밍과 매크로 위기 국면의 방어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양희창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매니저는 신규 주도주가 등장할 때는 빠르게 편입하고, 시장이 흔들릴 때는 이익 성장세가 뚜렷한 방어주로 변동성을 낮추는 전략이 액티브 ETF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스페이스X는 우주 데이터센터…상장 첫날 선제 편입

최근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던 스페이스X 상장 첫날, 양 매니저는 해당 종목을 포트폴리오에 선제적으로 편입했다. 장기 성장성만을 보고 접근한 투자는 아니었다. 상장 초기 유통 가능 물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지수 편입 기대와 패시브 자금 유입 가능성이 맞물리면 단기 수급 불균형이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양 매니저는 스페이스X의 유통 가능 주식 수가 제한적으로 설계된 점에 주목했다. 실제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물량은 적은 반면, 시가총액이 큰 만큼 주요 글로벌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의 매수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그는 “거래 가능 물량은 얇은데 시가총액이 크면 러셀, MSCI, 나스닥100 등 주요 지수를 추종하는 자금이 뒤늦게 유입될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단기적으로 공급 부족에 따른 수급 불균형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운용도 이 같은 판단에 맞춰 이뤄졌다. 양 매니저는 상장 초기 물량을 선제적으로 담은 뒤 단기 수급이 몰리며 주가가 급등한 구간에서 대부분의 차익을 실현하고 비중을 다시 낮췄다. 신규 상장 종목의 초기 수급 왜곡을 활용한 액티브 운용이었다.

사업 가치에 대해서는 신중한 시각을 보였다. 양 매니저는 “스페이스X의 투자 매력은 단기적으로 제한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구축하더라도 산업 성장의 과실을 온전히 가져가지 못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 데이터센터에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는 빅테크와 유사한 한계를 가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우주 데이터센터가 현실화될 경우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지구상에서는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해 부지 확보와 전력 조달, 주민 반대 등 여러 제약을 넘어야 한다. 반면 우주는 물리적 공간과 태양광 에너지 활용 측면에서 확장 여지가 크다.
양 매니저는 “우주의 공간을 활용해 스페이스X가 가장 강력한 컴퓨팅 인프라 보유하게 된다면 이를 활용해 AI서비스 부문의 경쟁력이 압도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 같은 구상이 현실화되는 시점은 최소 5년 이후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페이스X 사례는 패시브 ETF의 구조적 한계도 보여준다. 패시브 ETF는 신규 상장 종목이나 새 주도주가 등장하더라도 지수 편입 절차와 리밸런싱 일정에 묶인다. 반면 액티브 ETF는 운용 판단에 따라 상장 첫날부터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양 매니저는 “내년에라도 AI 인프라 장세가 시들해지고 앤스로픽이나 오픈AI 같은 AI 네이티브 서비스 기업이 상장해 수급이 그쪽으로 쏠린다면, 패시브 ETF는 과거 주도주 비중을 계속 안고 갈 수밖에 없지만, 액티브 ETF는 빠른 포트폴리오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란 전쟁과 관세 이슈…이익 성장 방어주로 변동성 관리

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 포트폴리오를 방어하는 바벨 전략도 액티브 운용의 핵심이다. 양 매니저는 매크로 불안이 커지는 구간에서 단순히 현금을 늘리거나 전통적 방어주를 기계적으로 편입하지 않았다. 대신 방어적 성격의 업종 안에서도 이익 성장세가 뚜렷한 기업을 골라 변동성을 낮췄다.
올해 초 이란 전쟁이 불거졌을 때는 유가 상승 수혜주를 편입해 지수 하락을 방어했다. 관세 리스크와 반기말 리밸런싱 부담으로 나스닥 시장이 흔들릴 때는 필수소비재 기업으로 시선을 돌렸다.
양 매니저는 “방어주라고 해서 펀더멘털이 약한 주식을 단순히 피난처로 담는 것은 아니다”라며 “제로 음료 시장 성장으로 이익이 늘어나는 닥터페퍼와 몬스터 베버리지, 이커머스 투자 성과가 나타나는 월마트처럼 실적 근거가 있는 기업을 선별했다”고 말했다.
이는 기존 대형주 비중 조절과도 맞물린다. 애플과 넷플릭스처럼 AI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하거나 성장성이 둔화된 종목의 비중을 낮추고, 그 자리를 이익 모멘텀이 더 뚜렷한 기업으로 채우는 방식이다. 성장주 ETF라고 해서 고베타 기술주만 담는 것이 아니라, 시장 국면에 따라 초과성과를 낼 수 있는 성장 기업을 유연하게 편입한다는 설명이다.
2분기 실적 모멘텀과 AI 서비스 전환 주목해야

하반기 시장 전망에 대해서도 양 매니저는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그는 AI 기술 발전이 생산성 혁신으로 이어질 경우 높은 성장과 낮은 물가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이 경우 과도한 기준금리 인상 우려보다 2분기 실적 모멘텀과 AI 서비스·피지컬 AI로의 주도주 전환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유동성 환경도 우호적으로 봤다. 양 매니저는 연준의 국채 매입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정부의 확장적 재정 정책 가능성도 시장을 떠받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양 매니저는 “산업의 변화 속도는 패시브 지수 리밸런싱보다 빠르다”며 “새로운 주도주가 등장할 때 먼저 움직이고, 시장이 흔들릴 때는 이익이 확인되는 기업으로 방어하는 것이 액티브 ETF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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