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김한솔 기자|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제안한 JB금융지주와 BNK금융지주의 합병론이 자본시장의 화두로 떠올랐다. JB금융의 고수익 경영 모델을 BNK금융에 적용해 낮은 자본효율성을 개선하자는 구상이다. 다만 금융당국과의 사전 조율이 없는 만큼 실제 합병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구 감소·과점 체제 타개할 ‘총자산 234조원’ 메가 지주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 14일 ‘대한민국 지방은행의 구조적 과제와 해법’이라는 주주서한을 통해 양사 이사회에 합병의 전략적·재무적 타당성을 검토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이례적인 통합 요구의 배경에는 지방은행이 직면한 구조적 위기감이 자리하고 있다. 얼라인파트너스에 따르면 영·호남 지역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20년 18.7%에서 2032년 30.9%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경제력의 수도권 집중까지 심화하면서 지방은행의 핵심 영업 기반이 구조적으로 위축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두 지주가 합병하면 2025년 전망치 기준 총자산 234조원 규모의 국내 최대 지방금융지주가 출범하게 된다. 얼라인파트너스는 독립이사로만 구성된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컨설팅사의 자문을 받고 오는 8월 7일까지 검토 착수 여부를 발표하라고 양사 이사회에 요구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JB금융 지분 14.83%를 보유하고 있지만 BNK금융 지분은 1%대에 그친다.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주 관여 이후 JB금융의 수익성과 밸류에이션이 개선된 만큼, JB금융의 고수익 경영 전략을 BNK금융에도 적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영업권역 결합해 비용 줄이고 수익성 높인다
합병 구상의 핵심은 BNK금융의 만성적인 저효율 구조를 개선하는 데 있다. BNK금융은 160조원대의 자산을 보유하고도 최근 3년간 자기자본이익률(ROE)이 7~8%대에 머물렀다. 12% 안팎의 ROE를 기록하고 있는 JB금융과 비교하면 자본효율성 격차가 뚜렷하다.
얼라인파트너스는 합병 이후 위험조정수익성(RoRWA)을 중시해 온 JB금융의 자본 배치 전략과 우량 자산 중심의 포트폴리오 운용 방식을 BNK금융에 적용하면 자산 운용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봤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JB금융의 영업이익경비율(CIR)이 규모가 작은데도 낮은 것은 단순히 비용을 아껴서가 아니라 핵심 사업에서 자본 대비 수익을 효율적으로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두 상장 지주의 유지비와 외부 자문비, 마케팅비 등 중복되는 비인건비를 줄이면 합병 지주의 ROE를 12.8%까지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현재 4개 지방은행이 각각 운영하는 IT와 데이터, 보안 인프라를 하나로 통합해 중복 투자를 줄이고, 절감한 재원을 인공지능 전환(AX)에 투입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외형 확대는 주식시장 수급 개선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양사의 3개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각각 약 190억원과 220억원으로, 합병 시 단순 합산 기준 약 410억원까지 늘어난다. 거래 유동성이 높아지면 글로벌 기관투자가의 접근성이 개선되고 패시브 자금 유입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내부 반발도 본격화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 노동조합 부산은행지부와 BNK금융 우리사주조합은 반대 성명을 내고 “이번 합병 제안은 BNK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것이 아니라 주가 상승에 따른 단기 수익을 노리는 투기자본의 이해를 관철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사회에 합병 타당성 검토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시장은 신중…“정부 의지 없으면 현실화 어렵다”
전략적·재무적 기대 효과에도 자본시장에서는 합병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은행업이 대표적인 규제 산업인 만큼 주주 관여만으로 금융지주 간 구조 개편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이번 합병론의 현실화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고 있다”며 “얼라인파트너스 역시 규제 장벽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정부의 의지가 중요한 사안인데 별다른 교감 없이 제안이 나왔는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금융당국이나 정부와 사전에 일정한 수준의 소통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발표 당시 이창환 대표가 정부나 대통령실과 사전 협의가 없었다고 밝힌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 어떤 수준의 소통이 있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은행 지분을 15% 이상 보유하려면 정부 인가가 필수적”이라며 “금융당국과의 사전 조율 없이 진행되는 논의인 만큼 실현 가능성을 높게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방은행은 지역 밀착형 관계 금융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영남과 호남이라는 서로 다른 지역 기반을 어떻게 조율할지도 과제”라고 지적했다.
BNK금융 관계자는 합병론과 관련해 “다수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열린 자세로 제안을 검토하겠다”며,“지역금융 본연의 역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체 노력도 최우선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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