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김나연, 김한솔 기자| 신약 개발 산업에서 '우수한 후보물질의 빠른 발굴'이 기술력의 영역이라면, 이를 끝까지 완주해 상업화의 결실을 맺는 것은 '자본 통제와 비즈니스 전략'의 영역이다. 아무리 혁신적인 인공지능(AI) 플랫폼을 가동해 연구개발(R&D) 속도를 끌어올렸더라도, 막대한 임상 비용과 생물학적 불확실성을 방어할 치밀한 사업 모델이 부재하다면 자본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이노보테라퓨틱스는 리스크 분산과 맞춤형 수익화 전략을 병행하며 바이오 벤처의 딜레마를 돌파하고 있다.
임상 2상 성공률 30%의 벽, '10개 파이프라인'으로 돌파
이노보 딥제마는 후보물질 발굴 속도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다수 파이프라인을 병렬로 운용하는 리스크 관리 체계의 기반으로도 쓰인다. 동물 실험(전임상)과 건강한 사람 대상의 안전성 테스트(임상 1상)를 무사히 통과하더라도, 실제 환자에게 최초로 약물을 투여하는 임상 2상의 평균 성공률은 30~34% 수준에 불과하다. 확률적으로 임상 2상에 진입한 약물 3개 중 단 1개만이 다음 관문을 통과한다는 의미다.
이노보테라퓨틱스는 이러한 통계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매년 약 10개 규모의 병렬 파이프라인을 상시 유지하는 리스크 관리 체계를 구축했다. 이노보테라퓨틱스는 다수의 과제를 동시에 가동하는 시스템을 완성하기 위해 지난 7년간 조달한 자금 약 600억원 중 500억 원가량을 R&D 인프라에 집중 투입했다. 초기 바이오 벤처가 단일 파이프라인 1~2개에 명운을 거는 것과 대비되는 포트폴리오 분산 투자다. 정종근 전무는 "임상 2상의 성공률이 30% 수준이기 때문에 꾸준하게 성과를 내려면 최소한 10개 정도를 가지고 가야 한다"라며 "그 확률은 딥제마가 아니라 어떤 AI 플랫폼을 이용하더라도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노보테라퓨틱스의 방대한 파이프라인은 '선택과 집중'의 원리로 통제된다. 딥제마를 통해 특정 과제에서 후보물질이 선행 도출되면 내부 화학합성팀의 연구 자원을 해당 과제에 집중해 임상 진입 속도를 끌어올리고, 진척이 더딘 과제는 일시적으로 진도를 늦춰 현금 흐름을 방어한다. 빈자리가 발생하면 딥제마가 스크리닝을 마친 대기 과제들이 즉각 정규 파이프라인으로 합류한다. 10개의 포트폴리오를 상시 유지하는 선순환 구조다.
차기 핵심 자산 INV-101, 미국 임상 2상 개시 준비
이노보테라퓨틱스가 단기적으로 가장 큰 연구 역량을 쏟아붓는 자산은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로 개발 중인 INV-101이다. 해당 자산은 지난해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성공적으로 완료하며 안전성을 입증했다. 특히 하루 1회 복용만으로도 약효와 안전성이 유지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환자 편의성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인 데이터를 확보한 셈이다. 여기에 이미 작년 미국 규제기관으로부터 임상 2상 진입을 위한 IND(임상시험계획) 승인까지 모두 받아둔 상태다.
자본시장은 신약 후보물질이 실제 환자에게 투여되어 효능을 입증하는 임상 2상 단계를 기업 가치 상승의 핵심 변곡점으로 본다. 이노보테라퓨틱스 역시 이번 IPO(기업공개)를 통해 확보할 주력 연구 재원을 INV-101의 미국 임상 2상 환자 투여 진행에 최우선으로 배정할 계획이다. 본격적인 효능 데이터를 빠르게 도출해 가치를 증명하겠다는 구상이다. 정종근 전무는 "INV-101 과제는 진도가 빨라 기술이전이 가시화될 수 있는 자산"이라고 내다봤다.
경쟁 환경에 맞춘 기술이전 이원화(Two-Track) 전략
자본력에 한계가 있는 바이오 벤처가 모든 파이프라인의 임상을 독자적으로 완주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노보테라퓨틱스는 자산의 글로벌 독점력과 타깃 검증 수준에 따라 기술이전 방식을 이원화하는 '투 트랙(Two-Track)'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첫 번째는 선제적으로 위험을 분산하는 '조기 파트너링(Early Partnering)' 전략이다. 혁신 신약(First-in-class) 타깃이더라도 타 제약사들이 유사한 기전으로 선행 개발을 진행 중인 경쟁 환경에서는 개발 속도전이 필수적이다. 이노보테라퓨틱스는 앞서 대웅제약으로 기술이전한 INV-008과 같이 타깃이 일정 부분 검증된 자산의 경우, 국내 제약사에 조기 기술이전을 단행한다. 임상 비용과 실패 위험을 덜어내면서 후속 기술수출 때 수익을 배분받는 구조로 재무적 실리를 확보한다.
두 번째는 회사가 전 세계적으로 단독 선점한 타깃에 적용하는 '가치 제고(Value Up)' 전략이다. INV-101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빅파마들은 독점력이 강한 자산에 큰 관심을 보이지만, 반드시 환자 대상의 엄격한 효능 검증 데이터를 요구한다. 이노보테라퓨틱스는 이러한 자산의 경우 헐값에 조기 이전하는 것을 지양하고, 자체 비용을 투입해 임상 2상의 환자 효능 확인 단계까지 직접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질환의 특수성을 반영한 지역별 쪼개기 딜 전략도 병행한다. 국내 임상 3상에 돌입한 흉터 치료제 INV-001은 국소 질환이자 미용 및 성형 분야와 밀접한 특성을 감안해 한국과 유럽 등 해당 지역 시장에 특화된 영업력을 갖춘 로컬 제약사들에게 권리를 분할 이전하는 수익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정종근 전무는 "우리가 모든 리스크를 다 가지고 갈 수는 없기 때문에 과제 특성에 따라 다양한 사업개발 트랙으로 기술이전 방향을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치밀한 리스크 통제와 파이프라인 운용은 궁극적으로 'AI 플랫폼 기반 신약 상용화'라는 목표로 이어진다. 이노보테라퓨틱스는 진척 속도가 가장 빠른 흉터 치료제 INV-001을 통해 세계 최초의 AI 발굴 신약 승인 타이틀을 거머쥐겠다는 중장기적 청사진을 제시했다.
정종근 전무는 "2029년에는 AI 플랫폼을 이용해서 개발된 신약이 최초로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성과는 이노보테라퓨틱스만이 가져갈 수 있는 탁월한 성과가 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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