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황태규 기자| 배달 플랫폼의 무료배달 경쟁이 심화하면서 외식업계에서 이중가격제를 택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매장 가격과 배달 앱 가격을 달리 책정하는 이중가격제가 이젠 창업 단계부터 사업 모델에 내장하는 방식으로 진화하는 양상이다.
9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지난해 5~6월 분식·피자·치킨·한식 업종 프랜차이즈 가맹점 676곳을 대상으로 배달앱 3곳(배달의민족·쿠팡이츠·땡겨요)과 오프라인 매장 가격을 비교한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 브랜드 29개 중 69%인 20개에서 이중가격이 운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소비자원의 2022년 조사에서 서울 시내 음식점 34곳 중 58.8%가 이중가격을 적용한 것과 비교해 적용 비율이 더 높아진 수치다.
협의회 조사에서 메뉴당 가격 차이는 최소 500원이었으며 2000원 차이가 가장 많았다. 후라이드·양념치킨 각 1마리씩 2마리를 배달 주문하면 매장보다 약 4000원을 더 내야 했다.
협의회는 같은 해 10월에도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 7개사를 대상으로 재무제표와 배달앱 가격을 추가 조사했는데 1마리당 약 2000원의 배달 가격 차이는 그대로였다.
이중가격 도입의 직접적 원인으로는 배달 플랫폼 수수료 부담이 지목된다.
국내 최대 도시락 프랜차이즈 업체 한솥은 최근 자사 홈페이지 공지에서 "배달 플랫폼이 무료배달 서비스에 따른 각종 비용을 지속적으로 인상하면서 그 모든 비용을 가맹점에 부담시켜 배달 매출의 약 30%를 배달 플랫폼에 지불하게 됐다"고 밝히며 배달 앱 가격을 별도로 책정하겠다고 선언했다.
한솥의 경우는 수수료 부담을 이중가격 전환의 이유로 공개 명시한 드문 사례로 꼽힌다.
이미 주요 햄버거 프랜차이즈도 이중가격을 전면 적용 중이다. 버거킹의 대표 메뉴 와퍼세트는 매장에서 9600원이지만 배달 앱에서는 1만1100원으로 1500원 비싸다.
맥도날드 빅맥 단품도 매장가가 5700원이지만, 배달 앱에서는 6600원으로 더 비싸게 판매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버거킹과 맥도날드 외 대부분의 햄버거 프랜차이즈에서 배달 가격이 매장보다 높게 책정돼 있다.

이같은 이중가격이 배달앱 배달가격 정책에 대응하는 브랜드의 고육지책을 넘어 신생 브랜드의 기본 사업 설계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지난해 5월 경기 화성시 동탄에 1호점을 낸 치킨·버거 브랜드 슈퍼크리스피는 자사 홈페이지에 포장과 배달 가격 차이를 직접 고지하고 있다. 포장 기준 9900원인 치킨은 배달 주문 시 1만3900원으로 4000원(40%) 오르고, 단품 2900원인 치킨버거는 4200원으로 1300원(48%) 높아진다.
운영사 ㈜비에스비푸드는 이중가격은 수수료 부담에 대응해 도입한 것이 아니라 창업때부터 기본 내장했다. 서서히 퍼진 업계의 이중가격제 관행이 신생 브랜드의 사업 구조 자체를 규정하기 시작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쿠팡이츠가 8월 31일까지 진행하는 와우 멤버십 비가입자에게 배달비를 면제해주는 프로모션 때문에 이중가격 확산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플랫폼 업체에서는 극구 부인하지만 이같은 무료배달, 가격할인 프로모션이 어떤 형태와 방식으로든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전가된다고 소비자 단체는 주장한다. 그래서 이중가격으로 팔지 않으면 플랫폼 비용 인상분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는 게 이들의 걱정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난달 20일 성명을 통해 "무료배달이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가격 인하로 돌아가기보다 플랫폼 비용 상승분이 음식 가격에 반영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쿠팡이츠는 무료배달 비용이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부담되는지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협의회는 쿠팡 와우 멤버십 통합 요금제와 관련한 끼워팔기 의혹, 최혜대우 요구 의혹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조사 결과가 지연되는 동안 소비자 가격 상승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했다.
소상공인연합회·전국상인연합회·한국외식업중앙회·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도 같은 달 22일 성명을 내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마케팅 비용은 결국 중개 수수료 인상, 광고비 유도, 배달 앱 노출 제한 같은 교묘한 방식으로 입점 매장에 전가돼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소상공인들이 결국 대기업 플랫폼의 처분만 바라보는 수수료 노예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결과를 양산할 것"이라며 프로모션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쿠팡이츠는 이번 무료배달 프로모션에서 점주 추가 부담이나 가격 인상은 없으며, 배달 비용은 회사가 전액 부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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