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00+α'가 뉴노멀? 산업 희비 갈려…"달러 버는 업종 웃고, 쓰는 업종 운다"

수출 비중 높은 자동차·조선업계, 환율 상승은 수익성 개선 요인 식품·유통업계, 원재료 수입 비중에 따라 엇갈린 반응 일부 항공사 비상경영체제 돌입…원재료 부담에 철강·건설은 연쇄 타격

산업 |황태규 기자,박재형 기자,김종현 기자,최아랑 기자 | 입력 2026. 06. 09. 09:56
[세줄요약]
  • 완성차와 조선업계는 달러 강세 수혜를 기대하나 수입 원가 부담이 공존한다.
  • 삼양식품 등 수출 소비재는 웃지만 수입 의존 식품업계는 원가 상승에 직면했다.
  • 항공업계는 고환율에 타격을 입었고 서울 신규 분양가는 5838만4000원으로 올랐다.

|스마트투데이=황태규, 김종현, 박재형, 최아랑 기자|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국내 산업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달러로 매출을 올리는 조선·자동차·수출형 소비재 업계는 환차익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수입 원가 상승과 내수 위축이라는 이면이 공존한다. 항공업계는 달러 비용 구조 탓에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는 등 직격탄을 맞고 있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527.8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지난 5일에는 장중 1561.50원까지 치솟으며 1600원선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1,580 1,560 1,540 1,520 1,500 1,514.50 ▲ 7.00 (+0.46%) 06.01 1,535.00 ▲ 20.50 (+1.35%) 06.02 1,534.00 ▼ 1.00 (-0.07%) 06.04 1,559.50 06.05 1,527.80 ▼ 31.70 (-2.03%) 06.08 1,527.80 0.00 (0.00%) 06.09 최고가 ▲ 25.50 (+1.66%) 일별 환율 시세 추이 (06.01 - 06.09) (단위: 원, 종가 기준)

달러 버는 업종, 셈법은 복잡…자동차·조선 '두 얼굴'

통상 환율 상승은 수출 비중이 높은 완성차 업체에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 매출을 원화로 환산할 때 금액이 커져 매출과 이익 개선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기아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만 138조원 규모의 매출을 올렸다. 최근 미국 시장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SUV)·하이브리드 차량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 점도 우호적 환경이다.

그러나 고환율이 항상 '순수한 호재'로만 작용하지는 않는다. 자동차 한 대에는 수입 원재료와 부품이 광범위하게 들어간다. 원화 약세가 길어지면 수입 원가가 올라 비용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조지아주에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운영 중인 만큼 현지 인건비와 부품 조달 비용도 달러로 지급된다는 점은 제한 요인이다.

내수 시장에는 더 직접적인 부담이다. 고환율이 장기화하면 국내 소비 심리가 위축돼 완성차 판매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자동차는 대출·할부 등 금융거래가 구매의 주요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환율 상승이 구매 비용을 직접 끌어올려 수요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초대형 가스운반선(VLGC). (사진=HD현대)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초대형 가스운반선(VLGC). (사진=HD현대)

조선업계는 수혜가 더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국내 주요 조선사들은 선박 계약을 대부분 달러로 체결해, 원화 약세가 원화 환산 매출을 키우는 효과가 발생한다.

현재 국내 조선업계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을 중심으로 3년치 이상의 수주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빈 도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일감이 쌓인 상황에서, 환율 상승이 추가적인 수익성 개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보통 결제하게 되면 달러로 결제하게 된다. 그래서 환율이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달러 가치가 올라가면서 조선소의 수익이 개선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환율 상승 효과가 곧바로 이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수주 이후 실제 대금을 받기까지 건조 기간이 2~3년에 달하는 만큼, 그 사이 환율이 크게 흔들리면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때문에 조선사들은 미리 일정 환율에 달러를 매도하는 환헤지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회사별 헤지 정책에 따라 수혜 규모에도 차이가 발생한다.

식품·유통, 해외 매출이 희비 갈라…수출형 웃고 수입형 울고

식품·유통업계 안에서 환율 영향은 엇갈린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수출형 기업은 수혜를 기대하는 반면,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기업은 원가 압박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삼양식품은 지난 4월, 브랜드 '불닭'을 엔터테인먼트와 결합한 데이팅 리얼리티 쇼 '히트 매치'를 미국에서 공개했다. 사진은 '히트 매치'에 등장하는 불닭 버스. (사진=연합뉴스)
삼양식품은 지난 4월, 브랜드 '불닭'을 엔터테인먼트와 결합한 데이팅 리얼리티 쇼 '히트 매치'를 미국에서 공개했다. 사진은 '히트 매치'에 등장하는 불닭 버스. (사진=연합뉴스)

수출 비중이 높은 소비재 업체들은 수혜가 기대된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의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전체 매출의 80%가량을 해외에서 올리고 있으며, 오리온도 중국·베트남·러시아 등 해외 사업 비중이 70% 안팎이다.

K뷰티 열풍을 타고 미국 시장 공략에 성공한 에이피알(메디큐브)의 지난해 수출액은 1조2257억원으로 전체 매출 대비 해외 비중이 80% 수준이다. 에이피알 측은 미국 수출 비중이 높고 원부자재의 국내 조달 비중도 높아 환율 상승에 따른 수혜가 상대적으로 크다고 밝혔다.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인 한국콜마·코스맥스 등도 일부 원료와 부자재를 수입하지만 늘어난 해외 매출이 이를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는 평가다.

반면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식품업계는 직격탄을 피하기 어렵다. 밀·대두·설탕·커피 원두 등 주요 원재료를 대부분 해외에서 조달하는 만큼 환율 상승이 원가 상승으로 직결된다.

예를 들어 롯데웰푸드는 올해 1분기 분기보고서에서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세전이익이 약 57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중동 분쟁으로 운송비·연료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환율까지 가파르게 오르자 업계에서는 가격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분위기다. 메가MGC커피·컴포즈커피 등이 최근 가격을 인상한 데 이어 가공식품 업계에서도 가격 조정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한 식품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식품 유통 기업이 원부재료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 수입 원료 구매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식품기업은 대표적인 소비재 산업인 만큼 원부재료 원가 부담이 높아지면 결국 제품 가격 인상 압박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이 자주 구매하는 생활 밀접형 제품의 가격 부담을 더욱 크게 체감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은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수혜를 받을 수 있는 반면 수입 비중이 높은 기업은 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면서 "다만 장기적으로는 환율 수준 자체보다 환율 변동성이 낮은 것이 기업 경영에 더욱 중요하다. 기업은 환율 등을 예측하며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데, 변동폭이 클 경우 예측 가능성이 낮아져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고환율 직격탄…항공·철강·건설 줄줄이 비상

항공업계는 고환율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업종으로 꼽힌다. 항공기 리스료·정비비·항공유·해외 공항 이용료 등 핵심 운영비를 달러로 결제하는 구조 탓에 환율이 오를수록 비용이 직접 증가하고 대규모 외화평가손실 우려도 커진다.

증가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유류할증료·항공권 운임 인상 압력도 높아지는데, 이는 소비자의 여행 심리를 위축시켜 여객·화물 수요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국제 정세 불안에 따른 고유가 상황이 겹치면서 대한항공·티웨이항공 등 일부 항공사는 현재 비상경영체제를 운영 중이며, 이에 따른 전사적 비용 절감과 노선 감축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철강업계도 피해를 피하기 어렵다. 철광석·원료탄 등 핵심 원재료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 환율 상승이 생산 원가에 직결된다.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 경쟁력 개선 효과가 일부 기대되지만, 중국산 저가 철강재 공세와 국내 건설 경기 침체로 수요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원가 부담을 상쇄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철강 원가 상승의 여파는 건설·부동산 업계로도 이어지고 있다. 환율이 오를수록 유연탄·철광석 등 원재료 수입 비용이 뛰고, 이는 고스란히 시멘트·철근 등 건자재값에 반영된다. 건자재값 상승은 공사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디벨로퍼와 건설사의 수익을 갉아먹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원가 압박이 장기화할 경우 중소 시행·건설사들의 줄도산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첨단3지구 A7블록 '호반써밋 첨단3지구' 투시도.. (사진=호반건설)
첨단3지구 A7블록 '호반써밋 첨단3지구' 투시도.. (사진=호반건설)

공사비 인상 여파는 신축 아파트 분양가에도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민간아파트 분양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서울 신규 분양 민간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격은 5838만400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국 기준으로는 평당 2058만2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8%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치솟는 분양가는 미분양 증가와 시행·시공사 재정 부담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우려가 깊어지는 분위기다.

수출·내수 양극화 심화…"가격 인상 외엔 방법 없다"

전문가들은 고환율 장기화가 수출·내수 업종 간 양극화 심화 및 기업 수익성 악화 등 여러 부작용을 부른다고 경고했다.

이승헌 경제더하기연구소 부대표는 "(고환율 여파로)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간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한다"라며 "수출기업은 달러 매출을 원화로 환산할 때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적 수혜를 받는다. 반면 달러로 원자재와 상품을 수입하는 유통·식품 업종은 원가가 직접적으로 오른다"라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환율 1550원대 장기화 시 수입 물가 상승으로 생산 비용이 높아진다. 경쟁이 치열한 업종은 비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전가하기 어려워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며 "수출·내수 업종 모두 마찬가지로, 현재로선 판매 가격을 높이는 것 외에 수익성을 보전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1550원대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는 최근의 원·달러 환율 흐름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환율에 대해 "높은 것은 사실이나 일시적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환율이 오른 원인으로 '리밸런싱'을 짚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보유 비중이 2~3%p 정도 올랐는데, 투자 펀드 입장에서는 펀드 안에서 대한민국 보유물 비중이 갑자기 커졌다"며 "내부 리밸런싱 비중을 지켜야 되기 때문에 팔게 되는데 이때 팔고 나서 원화를 달러로 바꾸니 수요가 커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이 부분이 (환율 상승 원인중) 가장 크다고 보는데 계속 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언젠가 균형을 맞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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