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디코드

기관·학계 "소액주주 다수결 필요"...SK·카카오 사례 소환

지배력 과잉 계층 구조 낳는 중복상장, 소액주주 다수결 동의 부상 증권사 IPO 부서·사모펀드(PEF)·벤처캐피탈(VC)은 '난색'

증권 |안효건 기자 | 입력 2026. 05. 20. 14:28
[세줄요약]
  •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중복상장 관련 소액주주 보호를 우선시하며 심사 기준안을 마련한다.
  •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주 동의 확보 방안으로 의결권 3% 제한 등을 제시했다.
  • 증권사와 벤처캐피탈 등 투자업계는 획일적 규제가 모험자본 고사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발했다.
한국거래소 중복상장 제도개선 의견수렴을 위한 세미나./사진=안효건 기자
한국거래소 중복상장 제도개선 의견수렴을 위한 세미나./사진=안효건 기자

|스마트투데이=안효건 기자| 자본시장 고질적 병폐로 꼽는 중복상장 개선과 관련해 소액주주 다수결 동의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기업 상장으로 수익을 얻는 증권사와 사모펀드(PEF),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서는 난색을 표해 당국이 고심하는 모습이다.

주주 동의, 받아야 하는가?

20일 한국거래소는 금융위원회 후원으로 중복상장 제도개선 의견수렴을 위한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발제를 맡은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제도 개선 핵심 쟁점으로 주주 동의 필요성과 확보 방법을 제시했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 주주 충실 의무가 확대된 시점에서 기업 자율성과 일반 주주 실효적 보호 사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주주 동의 필요성에 대해 남 연구위원은 세 가지를 제안했다. 첫째는 이사회 자율적 결의를 존중하는 방안이다. 충분한 주주 보호가 뒤따른다면 주주 동의를 의무화하지 않는 방식이다. 남 연구위원은 해당 방안과 관련한 사례로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를 현물 배당한 필옵틱스를 꼽았다. 둘째는 한국거래소가 모회사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판단해 예외적으로 주주 동의를 요구하는 부분적 의무화다. 셋째는 매출, 자산, 이익 비중이 모두 10% 미만인 극단적 예외를 제외하고는 전면적으로 주주 동의를 의무화하는 안이다.

남 연구위원은 주주 동의를 확보하는 방법론 역시 세 가지를 거론했다. 먼저 상법상 오랫동안 활용돼 안정성이 높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방식이다. 두 번째는 지배주주 의결권을 3%로 묶어두는 방식이다. 지배주주 영향력을 제한하기 위해 감사위원 선출 등에 쓰이는 3% 룰을 준용하는 형태다. 마지막은 지배주주를 의결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하고 일반 소액주주 다수결만으로 결정하는 MoM(Majority of Minority) 방식이다.

남 연구위원은 MoM을 미국 등지에서 모범 사례로 꼽히는 가장 강력한 보호 장치로 설명했다. 다만 일반 주주 조직화가 어려워 안건 통과율이 지극히 낮고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현실적 한계를 함께 지적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주범, 소액주주 다수 동의 받아야"

투자업계와 학계 일각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예외 없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형균 차파트너스 본부장은 "대기업들이 지배력 손실 없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피라미드식 중복 상장을 남용하고 있다"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중대한 원인"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본부장은 최태원 SK 회장이 실질 지분율 1%대만으로 전체 그룹을 지배하는 구조적 모순을 예시로 들었다. 또 모회사 대비 규모 작은 자회사 중복 상장도 예외가 아니라며 카카오와 카카오페이 사례도 언급했다. 2021년 카카오페이 상장 당시 모회사 카카오 대비 매출과 이익이 미미했는데도 상장 이후 막대한 가치를 지닌 핵심 사업으로 성장했다는 설명이다. 김 본부장은 중복상장 예외 종목을 열어둔다면 MoM 도입을 전제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수봉 아주대학교 교수 역시 계층 상장 문제를 지적하며 힘을 보탰다. 왕 교수는 지배주주가 적은 현금 흐름권으로 지배권만 확대하는 계층 상장에 본질적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최근 중복상장이 자취를 감춘 대만 사례를 소개했다. 대만은 기업 분할 시 출석 주식 수 3분의 2 이상, 과반 찬성을 요하며 해외 상장 시에는 모회사 주주 특별결의를 강제토록 했다. 엄격한 규제가 한국 메리츠금융처럼 모자회사 간 이해 상충을 해소하는 긍정적인 시장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왕 교수는 지배력 과잉 방지와 함께하는 인적분할이 아니라면 MOM 방식이 가장 적합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 모험자본 고사 우려"

기업공개(IPO) 시장 최전선에 있는 증권사 IPO 본부와 PEF, VC 업계는 획일적 규제가 불러올 모험자본 고사 현상을 강하게 우려하며 반발했다. 김경순 대신증권 IPO 본부장은 실무적 관점에서 "임시 주주총회 시 개인 주주들은 주소지가 갱신되지 않아 연락조차 닿지 않고, 기관투자자조차 자체 판단보다는 의결권 자문 기관에 의존해 참여율이 매우 저조하다"고 지적했다. 주주 동의를 강제하면 실질적인 상장 절차 진행 자체가 불가능해 국가 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임신권 IMM PE 부사장은 재무적 투자자(FI) 입장에서 투자 회수 경로인 IPO가 막히면 국민 경제적으로 꼭 필요한 유망 벤처 투자가 원천 차단되는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MoM을 경영 판단 책임이 없는 소수 주주에게 비토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광영 키움인베스트먼트 본부장도 "대기업의 쪼개기 상장 규제에는 동의하지만 중소·중견 기술 기업의 경우 국내 시장 특성상 IPO 외에는 마땅한 투자 회수 창구가 없다"며 생태계 확장을 저해하지 않는 예외적이고 유연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법조계 "기존 법체계 훼손 및 이중 규제 주의해야"

법조계에서는 현행 법체계와의 정합성을 강조했다. 황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상법상 이사회의 고유 권한인 자회사 상장 결정을 하위 규정인 한국거래소 규정만으로 소수 주주에게 비토권을 부여하는 형태로 제한하는 것은 법 체계상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주주 동의가 불가피하다면 예측 가능성이 가장 높고 관련 판례가 풍부하게 축적된 특별결의 방식이 가장 타당하다고 말했다.

남궁주현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상법 개정 여파에 주목했다. 개정 상법으로 이사회 충실 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된 만큼 모든 중복 상장에 주주 동의를 강제하는 것은 이중 규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남궁 교수는 기업들이 과도한 규제를 피해 해외 상장이나 우회 상장으로 이탈할 가능성도 경고했다. 그러면서 사안의 규모와 중요성에 따라 규율 강도를 차등화하는 비례성의 원칙 적용을 제안했다. 아울러 과거 정부 주도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장려해 온 한국적 정책 맥락도 규제 설계 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라고 덧붙였다.

당국, 합리적 접점 찾기 과제

정책 당국은 경제 성장 명분보다는 소액주주 보호에 거듭 무게를 두며 조속한 가이드라인 마련을 약속했다.

고영호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이번 정책 핵심 목표는 투자자들이 기업 성장의 과실을 공정하게 향유하는 상생의 자본시장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중복 상장 규제를 단순한 거래 구조 문제가 아닌 자본시장 신뢰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 회사법 체계 정합성과 산업 경쟁력 훼손 우려에는 "결국 우선순위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기업이 국가 경제 성장을 명분으로 삼기에 앞서 일반 주주 보호의 충분성을 어떻게 입증할 것인지가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임홍택 한국거래소 상무는 "주주 보호에 대한 필요성과 원칙은 기본적으로 가져가되 어떤 방향에서 다양한 사안들을 단순화시킬 수 있을지 면밀히 검토하겠다"며 "빠른 시일 내에 좋은 결과로서 합리적인 심사 기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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