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김나연 기자| 코오롱티슈진이 지난 13·14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 소재 본사에서 정기 이사회를 개최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상업화 로드맵을 점검했다. 이번 이사회에서는 오는 7월 무릎 골관절염 치료제 TG-C의 미국 임상 3상 탑라인(Top-Line) 결과 발표를 앞두고 심도 있는 시장 포지셔닝 계획이 다루어졌다.
이번 이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전문 이사진의 전면 배치이다.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코오롱그룹의 이규호 부회장이 사내이사로 합류했으며, 바이오 분야 전문가 2명이 사외이사로 추가 선임되었다.
사내이사로 선임된 이규호 부회장은 그룹의 미래 핵심 성장 동력인 바이오 사업에 힘을 기울이며 책임경영을 최전선에서 주도하게 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APEC의 기업인자문위원회(ABAC)에서 신설된 바이오헬스케어워킹그룹(BHWG) 의장을 맡아 글로벌 헬스케어 논의를 이끌어온 인물이다. 그의 이사회 합류는 글로벌 빅파마와의 협상에서 그룹 차원의 신용을 보증하는 전략적 포석으로 분석된다.
신규 선임된 얀 반 아커(Jan Van Acker) 사외이사는 MSD 스위스(MSD Switzerland)에서 글로벌 휴먼 헬스(Global Human Health) 부문 수석부사장을 역임한 글로벌 제약·바이오 상업화 전문가다. 그는 MSD 아시아태평양 및 이머징마켓 사업을 이끈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Keytruda)의 글로벌 성장 과정에서 MSD의 항암제 사업 확대와 관련한 주요 시장 전략을 경험한 인물로 평가된다. 이러한 글로벌 상업화 경험은 TG-C의 해외 시장 진입 전략, 가격 정책 및 마케팅 포지셔닝 수립 과정에서 자문 역량으로 활용될 수 있다.
함께 합류한 로버트 유엔 리 앙(Robert Yuen Lee Ang) 사외이사는 의사 출신으로 일반외과 수련 경험을 보유했으며, 나스닥 상장 바이오기업 보어 바이오(Vor Bio)의 사장 겸 CEO를 지낸 바이오 산업 전문가다. 그는 보스턴컨설팅그룹(Boston Consulting Group)에서의 전략 컨설팅, 바바리안 노르딕(Bavarian Nordic)·케이던스 파마슈티컬스(Cadence Pharmaceuticals) 등에서의 사업개발 및 메디컬 업무, 프레이저 헬스케어 벤처스(Frazier Healthcare Ventures)에서의 바이오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헬스케어 경영과 BD(Business Development) 분야에서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 이러한 전문성은 TG-C의 미국 허가 전략, 임상·상업화 연계 전략, 글로벌 파트너링 논의 과정에서 자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규호 부회장의 책임경영과 글로벌 전문가들의 이사회 합류는 코오롱티슈진의 거버넌스가 기존 연구개발(R&D) 중심에서 글로벌 상업화 실행 단계로 완전히 전환되었음을 뜻한다. 이는 허가 및 상업화 단계의 바이오 기업이 갖추어야 할 최적의 이사회 구조로 평가받고 있다.
DMOAD 지정을 향한 전략적 베팅과 높은 난도
코오롱티슈진은 무릎 골관절염 치료제 TG-C의 미국 임상 3상 성공을 통해 세계 최초의 DMOAD(근본적 골관절염 치료제) 타이틀을 확보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DMOAD란 단순히 통증을 완화하거나 관절 기능을 일시적으로 개선하는 수준을 넘어, 골관절염의 근본적인 원인인 관절 구조의 손상을 억제하거나 연골 마모를 지연·예방하는 치료제를 의미한다. 현재 전 세계 시장에 출시된 골관절염 치료제 중 미국 FDA로부터 이 라벨을 승인받은 약물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FDA로부터 DMOAD 승인을 받아내는 것은 글로벌 빅파마들도 모두 실패했을 만큼 의학적·과학적 난도가 극도로 높은 도전 과제이다. 기존의 치료 방식은 타이레놀, 소염진통제, 스테로이드 주사 등 일시적인 증상 관리에 머물러 왔으며, 질병의 진행 자체를 막지 못해 결국 연골이 완전히 마모되면 인공관절 수술(TKA)을 받아야 했다. 따라서 질병의 구조적 악화를 멈추는 신약을 개발하는 것은 골관절염 치료의 표준을 바꾸는 역사적 사건으로 여겨진다.
DMOAD 인정이 까다로운 이유는 FDA가 요구하는 평가 기준이 매우 보수적이고 엄격하기 때문이다.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환자가 체감하는 통증 완화 및 기능 개선 데이터뿐만 아니라, 영상의학적 검사를 통해 관절 간격의 유지나 연골 부피 보존 등의 개선이 통계적 유의성(p-value)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주관적인 설문 지표와 객관적인 구조 지표를 동시에 만족해야 하므로 임상시험의 통제와 데이터 도출의 난도가 매우 높다.
코오롱티슈진은 임상 데이터의 객관성을 높이고 통계적 검정력을 강화하기 위해 과거 임상 설계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전략을 취했다. 이번 미국 임상 3상에서는 관찰 기간을 기존 12개월에서 24개월로 대폭 연장하여 주관적 위약 효과를 배제하고자 했다. 또한 MRI 구조 평가 방식을 기존 WORMS 방식에서 한층 정밀한 스코어링 체계인 MOAKS 방식으로 변경하여 약물의 구조 개선 효능을 수학적으로 잡아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코오롱티슈진이 1066명의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3상을 진행한 것은 샘플 크기를 키워 통계적 신뢰도를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948억원 파생상품거래손실…DMOAD에 대한 기대감 영향
코오롱티슈진은 15일 공시를 통해 1분기 결산 기준 약 948억원 규모의 누적 파생상품거래손실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회사의 최근 사업연도말 자기자본인 약 2219억원 대비 42.73%에 달하는 수치이다.
해당 손실은 K-IFRS에 따라 회사가 발행했던 전환사채(CB)의 전환권 가치를 공정가치로 평가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K-IFRS 체제 하에서 투자자가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는 파생상품 부채로 분류된다. 따라서 코오롱티슈진의 주가가 상승하면 투자자가 가진 전환권의 가치도 함께 커지게 되며, 회사는 비싸진 가치만큼을 장부상 파생상품 평가손실(부채 증가)로 반영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이번 948억원의 손실은 7월 임상 3상 톱라인 발표와 DMOAD 승인에 대한 자본시장의 기대감이 반영되어 코오롱티슈진의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음을 역설적으로 증명하는 지표이다. 주가 급등이 장부상 부채를 늘려 착시성 영업외손실을 유발했을 뿐, 실제 회사의 연구개발 자금이 외부로 유출되거나 현금성 자산이 감소한 것은 없다.
CB의 투죠 투자자들은 스톤브릿지캐피탈, 스틱인베스트먼트, 신한벤처투자, IBK캐피탈, 카스피안캐시탈 등이다. 이들은 2024년과 2025년에 걸쳐 발행된 대규모 CB 물량을 표면이자율 0%, 만기이자율 0%라는 조건으로 인수했다. 안전한 이자 수익을 포기하고 오직 주가 상승에 따른 시세 차익만을 노린 자본의 공격적인 베팅이다.
이들 기관 투자자가 보유한 대형 CB 물량은 오는 2026년 9월부터 주식 전환 청구 기간이 시작된다. 이는 7월로 예정된 미국 임상 3상 톱라인 발표 직후의 시점으로, 임상 데이터가 성공적으로 확인될 경우 이들은 상당한 수준의 투자 수익(시세 차익)을 거두는 시나리오가 가시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들의 대규모 차익 실현 물량은 전체 발행 주식 수의 약 10% 안팎에 달하는 잠재적 매도 대기 물량(오버행)으로 작용하므로 시장에 미칠 충격에 대한 관측도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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