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안효건 기자| 곽정소 회장이 이끄는 한국전자홀딩스·KEC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이재명 정부 자본시장 개혁안을 무력화한 모습이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주가순자산비율(PBR) 제고, 1000원 미만 동전주 퇴출 등 핵심 정책 목표를 액면병합과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EB) 활용으로 회피하면서다. 소액주주 보호라는 정책 취지가 오히려 오너 일가 지배력 강화와 기관투자자 단기 고수익으로 이어진 상황이다.
자사주 소각 대신 물량 폭탄 투하, 상법 개정 취지 무력화
앞서 정부는 지난달 상법 개정 등을 통해 기존 보유 자사주 등 소각을 의무화했다. 자사주를 활용한 편법적 지배력 강화를 막고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곽 회장은 이런 정부 정책 취지와 정반대 행보를 보였다. 한국전자홀딩스는 지난 2월 보유 중인 자사주를 주당 746원에 22억원 규모 EB로 발행했다. 전체 주식 6.30%에 달하는 막대한 물량을 메자닌 투자 전문 기관인 시너지투자자문에 매각했다.
이주연 대표가 이끄는 시너지투자자문은 한국전자홀딩스 주가 급등 직전인 2월13일 해당 EB를 전량 인수했다. 한 달 남짓 뒤인 지난달 25일에는 교환 청구권을 행사했다. 밸류업 정책 기조에 따랐다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시장에서 소각했어야 할 지분(6.30%)이 주식 시장에 그대로 쏟아졌다. 결과적으로 주식 수 감소를 통한 가치 제고라는 정책 목표가 도리어 단기 유통 물량 폭탄으로 이어진 것이다.
기계적 주식병합으로 저PBR 개선·동전주 퇴출도 무색
이들이 EB를 거래한 2월5일~13일은 상장폐지 요건 강화 및 밸류업 정책에 대한 관측이 파다했던 시기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 상장폐지 개혁안에서 장기간 1000원 미만인 코스피 동전주를 퇴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PBR 1배 미만 기업들에 대한 펀더멘털 가치 제고 압박성 정책이 이어졌다.
한국전자홀딩스와 KEC는 주식병합 카드로 이를 우회했다. 이들은 액면가 500원인 보통주 5주를 액면가 2500원인 1주로 병합해 주가 1000원을 넉넉히 넘기게 됐다. 이익 창출력 회복, 적극적 주주환원 등 근본적인 기업 체질 개선 대신 산술적인 주식 수 축소로 동전주 상폐 요건을 단숨에 회피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회피성 주식 병합에 대해 크게 상승할 변동성과 액면가 하회 가능성을 위험 요소로 꼽는다. 유통 주식 수가 적어 주가 급등락이 잦아지면 주가가 크게 상승한 액면가를 방어하기 더 어려워진다. 액면가 하회 역시 상폐 기준에 해당한다.
결국 답은 본질 가치 제고라는 게 시장 정설이다. 현재 한국전자홀딩스와 KEC 본질 가치는 정부 관리군에 들어갈 정도로 낮은 상태다. 핵심적인 문제는 만성적인 수익성 악화다. 지난해 KEC는 265억원 대규모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주사인 한국전자홀딩스 역시 197억원 순손실을 냈다. 수년 적자를 누적하면서 기업 핵심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양사 모두 산출 불가 상태로 방치된 상황이다.
배당 등 주주들 실질적인 투자 수익을 나타내는 총 주주 수익률(TSR) 역시 손실이 장기화한다. 한국 증시가 급상승했던 지난해도 KEC가 -10.77%, 한국전자홀딩스가 -3.46%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이 맞물려 두 회사 모두 장기간 PBR 0.5배를 밑돌아 시가총액이 가진 재산 절반에 못치는 상황이다.
한국전자홀딩스 관계자는 EB발행 배경과 주가 급등락에 대한 입장, 본질 가치 개선 방안 등에 대한 질문에 "상당 부분 내부정보에 해당해 답변드리기 곤란하다"고 밝힌 바 있다.


댓글 (0)
댓글 작성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