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 파는 전기차 충전 기업' 채비, 청약 사이트마저 "안 받아요"...KB·삼성증권 설거지 상장 위험

역대급 수요예측 흥행 참패, 공모가 하단도 "과하다" 대세 환매청구권으로도 안심 못할 수준, 주관사만 자화자찬

증권 | 안효건  기자 |입력
최영훈 채비 대표.
최영훈 채비 대표.

|스마트투데이=안효건 기자| 수요예측에서 참패한 채비가 공모를 강행하면서 이른바 '설거지 상장' 위험이 부상한다. 다수 기관이 채비 하단 공모가마저 "과하다"고 평하면서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 사이트까지 손을 뗀 상황이다.

수요예측 참패..."엑시트용 상장 낄 이유 없어, 적정 시총 3500억 밑" 반응

채비는 지난 10~16일 진행한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55대 1을 기록했다. 다수 기관투자자가 희망 하단(1만2300~1만5300원)에도 참여하지 않은 결과다. 이는 기술특례나 테슬라 특례(이익미실현), 일반 상장 종목을 통틀어 최근 공모 시장에서 최하위 성적이다.

참여 기관 대다수도 '무 락업(의무보유 확약)'에 희망 하단을 적어냈다. 락업 건수가 전체 2.1%에 그쳐 97.9% 기관이 상장 당일 매도 의사를 드러냈다. 확정 공모가는 1만2300원으로 공모 규모가 1107억원, 예상 시가총액이 약 5755억원으로 줄었다.

시장에서는 채비 상장을 기존 재무적 투자자(FI) 자금 회수용(exit)으로 규정하는 시각이 짙다. 주요 FI인 스틱인베스트먼트와 KB자산운용은 시리즈 B~C 단계에서 채비에 투자했다. 이들이 회사 측과 체결한 주주 간 계약에는 원금에 연 복리 8% 내부수익률(IRR)을 더한 적격상장 기준이 있다. 이를 반영한 가격은 주당 1만4697~ 1만5035원이다. 주관사단이 제시한 희망가(1만2300~1만5300원)와 정교하게 맞물린다.

수요예측 미참여를 결정한 한 기관투자자는 "기존 FI 사정에만 맞춘 공모가에 참여할 이유는 전혀 없다"면서 "적정 시가총액은 높게 잡아도 3500억원 이하로 판단한다"고 평했다.

전기차 충전 잘나가면 국밥·커피는 왜⋯ 환매청구권으로도 안심 불가

본업 외로 눈을 돌린 식음료 사업에도 급박한 위기 상황과 제한된 성장성을 노출한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채비는 이번 공모에서 국밥과 커피 등을 결합한 채비스테이를 미래 핵심 성장 동력 중 하나로 제시했다. 현재 서초, 성수, 홍대 등 핵심 상권에서 충전기 옆에 결합해 운영 중이다. 해당 모델이 일반 충전소 대비 가동률이 높아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다수 기관 미참여를 예상했던 또 다른 기관투자자는 "전기차 급속 충전 기업인 채비가 본업과 무관한 식당과 카페를 운영하는 것부터 상방이 막힌 기업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그런데도 FI가 원하는 시가총액을 밀어붙인 것은 주관사인 KB증권과 삼성증권이 너무 무리수를 둔 것"이라고 지적했다.

풋백옵션(환매청구권)을 부여한 일반 투자자 청약에서도 투자 경보가 울리는 모습이다. 엠엘투자자문이 운영하는 메타로고스 일육공 IPO도 채비를 사실상 보이콧했다. 일육공 IPO는 채비를 투자자 주의 요구 단계인 40점 미만으로 평가하면서 "자동 청약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채비 청약을 원하는 투자자는 개별 증권사에 직접 청약하라고 안내했다.

채비 자동 청약 진행 불가를 알리는 일육공 IPO.
채비 자동 청약 진행 불가를 알리는 일육공 IPO.

채비가 부여한 풋백옵션은 코스닥 지수와 연동된다는 점에서 완전한 안전장치는 아니다. 환매청구권을 행사한 날 직전 거래일 코스닥지수가 상장일 직전 거래일보다 10% 넘게 하락하면 별도 산식으로 권리 행사가를 정한다. 최근처럼 변동성이 높은 장에서 지수가 상장 전보다 10% 넘게 내리면 환불할 수 있는 가격도 공모가 90% 밑으로 내려간다는 뜻이다.

여전히 "기관들은 긍정적 주장"... 신뢰 훼손 이슈 부상

이번 결과로 회사와 주관사에 대한 신뢰 훼손 문제가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있다. 채비는 앞선 기업설명(IR) 과정에서 업계 내 입지와 기관투자자 반응 등을 부풀려 제시했다.

최영훈 채비 공동대표는 지난 14일 기업 간담회에서 글로벌 2위 기업을 주장하며 "시장 4~5위 사업자들을 피어그룹으로 선정해 내부적인 아쉬움이 컸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투데이 취재 결과 채비가 주장한 글로벌 2위는 자의적으로 중국 TGOOD과 영국 BP펄스 등을 배제한 순위였다.

최 대표는 수요예측 결과가 나온 뒤에도 "글로벌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채비 기술력과 미래 성장성에 대해 긍정 평가를 받은 점은 의미 있는 성과"라며 "시장 상황을 반영해 투자자 친화적인 공모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태호, 정재훈씨 등과 함께 가족 지분으로 채비 최대주주를 구성한 정민교 공동대표는 아예 IR에 나서지 않았다.

대표 주관사인 KB증권과 삼성증권은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른 충전 인프라 시장의 구조적 성장성에 주목한 기관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해외 기관은 승자독식 시장 구조와 쌓이는 매출에 대해 강한 확신을 가졌다"는 식으로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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