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안효건 기자| CJ그룹과 이재현 회장이 이재명 정부 밸류업 흐름 한 가운데 선 모습이다. CJ 상장 자회사 대다수는 정부가 지적하는 저평가 기업 기준에 속한다. 중복상장 규제 강화로 핵심 비상장사인 CJ올리브영 기업공개(IPO)도 사실상 어려워졌다. 오너 승계 이슈까지 맞물려 자본 배치와 지배구조 개편 난이도가 오르는데도 뚜렷한 주주가치 대책은 없는 상태다.
저평가 극심한 상장 자회사, 이익 체력도 만성적 번아웃
20일 기준으로 CJ가 일반 주주에게 지분을 판 상장 자회사는 대부분 당국 관리군에 들어간다.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CJ ENM △CJ프레시웨이 등 전체 자회사 절반이 PBR 1배를 밑돈다. 이들 시가총액은 약 7조5000억원으로 다른 자회사 합산을 6배 이상 넘는다. PBR 1배 미만은 기업의 시가총액이 순자산보다도 낮다는 뜻이다.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사실상 0에 수렴하는 셈이다.
자력으로는 저PBR 개선이 어려운 상황이다. 중간 지주사 역할인 핵심 자회사 CJ제일제당부터 저평가가 만성적이다. CJ제일제당 PBR은 2022년부터 쭉 1배를 밑돌았다. 자기자본이익률(ROE)도 △2022년 9.26% △2023년 5.55% △2024년 1.76% △2025년 산출불가 수준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총 주주 수익률(TSR)도 △-0.39% △-13.40% △-19.29% △-16.24% △-9.69% 등으로 손실 상태다.
결국 자본으로 이익을 못 내고 가진 자산보다 가치가 낮아 주주들에게 손실을 준 기업이라는 뜻이다. 이는 CJ ENM 등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정부가 세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정확히 반대 방향이다. 최근 정부는 일반 주주 권익을 침해하는 핵심 원인으로 중복상장과 만년 저PBR 방치를 지목했다. 중복상장을 원칙적 금지하고 저PBR 자회사를 시장에서 밀어내 이를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자본 비효율·책임 차단·이해상충' 삼위일체
시장에서는 CJ그룹과 같은 유사 업종 쪼개기 상장이 자본 비효율과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CJ그룹은 △식품·유통 △생명공학 △엔터테인먼트·미디어에 속한 회사들이 8개 상장사로 쪼개져 사업한다.
식품·유통과 생명공학은 CJ제일제당이 키를 쥐고 운영한다. 그 아래 △CJ대한통운 △CJ씨푸드 △CJ바이오사이언스 등 상장사가 별도 이사회를 갖춘 채 사업한다. CJ가 직접 지배하는 CJ프레시웨이도 업종이 겹친다.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역시 CJ가 별도로 지배하는 CJ ENM과 CJ CGV를 상장시켜 운영한다. CJ ENM 아래 스튜디오드래곤도 코스닥 상장사다.
이는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 차단 효과로도 이어지는 구조다. CJ제일제당 밀가루 및 설탕 담합 사건이 대표적이다. CJ제일제당은 가격 변동 폭과 시기를 담합한 부당 공동행위로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규모 과징금(1383억원)을 받았다. 민생 필수품 가격 담합으로 거둔 이익에 대해 CJ(주) 차원 공식 사과나 책임 부과성 조치는 없었다.
일각에서는 내부거래에 따른 이해상충 문제도 중복상장 이슈에서 꾸준히 거론한다. CJ그룹에서는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 관계가 핵심이다. CJ제일제당은 지분 40%를 가진 자회사 CJ대한통운에 3900억원 달하는 매출을 만들어준다. 반대로 거둔 액수는 500억원에 못 미친다. 사업적으로만 보면 CJ제일제당이 갑의 위치라 대량 지분을 보유해 자본을 묶을 유인이 뚜렷하지 않다. 투자 측면에서도 CJ대한통운이 정부 기준에 속할 만큼 저평가 종목이라 지분 보유 유인이 불분명하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이 회장이 적은 지분으로 다수 상장사를 지배할 수 있게 연결하는 축이다. 모회사 주가 디스카운트로 승계에서 절세 효과도 생긴다. 소액주주 관점에서는 사업과 지분 관계가 CJ대한통운에 유리하면 CJ제일제당 주주 손실, 반대면 CJ대한통운 주주 손실이다.
이런 사례에 따른 지적이 꾸준히 나오자 한국거래소는 최근 모회사 이사회에 자회사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부여했다. 중복상장 심사 기준에도 지배력과 영업적 연결성을 반영했다.
침묵하는 CJ, 핵심은 '승계 딜레마'
이익이 나지 않는 자회사가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그룹 차원 자본 재배치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일부 기업은 상장 자회사 지분 매각이나 합병 등으로 자본 재배치와 지배구조 개선을 시도 중이다. 그 과정에서 자사주 소각 등을 덧붙여 시장에서도 호평받는 사례도 늘어난다.
최근 현대지에프홀딩스는 포괄적 주식교환으로 상장 자회사인 현대홈쇼핑을 100%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 뒤 상장폐지했다. 순자산가치보다 현저히 낮은 주가(헐값)로 강제 공개매수하는 대신 모회사 주식을 자회사 소액주주에게 교부해 성장 과실을 나누는 구조다. 여기에 1000억원 규모 자사주 즉시 소각과 파격적인 배당 확대 약속을 결합했다. 그 결과 0.2배에 불과하던 현대지에프홀딩스 PBR은 단숨에 0.6배 수준까지 급등했다.
CJ로서는 고르기 어려운 선택지다. 시장에서는 CJ 오너 일가가 올리브영 합병으로 지배력 강화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과정이 이재현 회장에서 이선호 CJ그룹 미래기획그룹장으로 이어지는 지분 승계와 맞물린다는 시각이 많다. 친인척 이재환 CJ파워캐스트 전 대표가 지닌 CJ올리브영 지분 담보와 사기 혐의 피소 문제가 걸림돌로 꼽히는 상황이다.
합병과 승계 과정에서는 CJ 상장 자회사 주가를 누르고 올리브영 가치를 띄워야 오너 일가에 이익이다. 이 그룹장 CJ(주) 지분은 3.2%에 불과하다. CJ올리브영 지분은 11% 이상 보유한다. CJ 상장 자회사 주가가 오르면 합병으로 올리브영 주식을 CJ 주식으로 바꿀 때 받을 수 있는 물량이 줄어든다. 반대로 지분을 증여·상속할 때 납부해야 하는 세금은 늘어난다.
시장에서는 "올리브영이 곧 CJ"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CJ올리브영 가치가 6조~8조원으로 꼽히면서 모회사 전체 시가총액을 넘보기 때문이다. 순수 지주회사인 CJ(주) 시가총액은 6조4000억원 수준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주가 누르기 방지법 역시 이런 맥락과 닿아있다. 해당 법안은 PBR 0.8배 미만 상장사 상속·증여세를 순자산가치 80% 하한선으로 매기는 내용이다.
CJ는 이런 상황과 관련해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태다. CJ 관계자는 PBR 상승을 위한 자본 전략에 "주주환원 정책 및 자본 효율성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다른 기업 사례 등에는 "당사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관계로 특별한 입장을 밝히기 어려운 점 양해 바란다"라고 전했다. 올리브영 합병 관련 이재환 전 대표 지분 영향에도 "개인적인 사안이라 회사 입장에서 특별한 입장을 밝히기 어려운 점 이해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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