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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가 결정 직전 채비 "글로벌 2위·국내 1위" 지표 부풀렸다

운영 실적에 제조관리 포함한 채비, 운영 기업만 비교하고 제조관리 기업 제외 채비 앞서는 중국 TGOOD과 영국 BP펄스도 제외, 입맛대로 창조한 순위

증권 | 안효건  기자 |입력

최영훈 채비 대표.
최영훈 채비 대표.

|스마트투데이=안효건 기자| 채비가 기관 수요예측 마지막날 실시한 기업설명회에서 핵심 경쟁력으로 꼽은 업계 위상을 부풀린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앞서 강조한 글로벌 2위, 압도적 국내 1위라는 설명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테슬라 피어 못한 아쉬움... 업계 1위 자신감의 정체

최영훈 채비 대표는 14일 기업 간담회(IR)에서 전기차 충전소 운영(CPO) 글로벌 2위, 국내 1위 순위를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그는 공모가 산정 핵심인 피어그룹과 관련해서도 "시장 4~5위권 사업자들을 피어그룹으로 선정해 내부적인 아쉬움이 컸다"며 "마음 같아서는 테슬라 같은 1위 사업자를 비교기업으로 삼고 싶었는데 테슬라 메인 비즈니스가 충전 사업이 아니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채비는 발표 자료에서 채비가 미국 테슬라(3만7000면)에 이은 글로벌 2위(1만1000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 주요 충전소 기업들은 운영 면수를 일괄적으로 5000대 수준으로 비교 표기했다. 국내와 관련해서는 테슬라 한국 법인 충전 면수를 1000대로 표기하며 압도적인 1위라고 설명했다.

채비 기업간담회 설명 자료
채비 기업간담회 설명 자료

스마트투데이 취재 결과 해당 순위는 기준 혼용과 경쟁사 누락을 통해 산출한 수치였다. 채비는 수익 구조가 전혀 다른 두 사업 수치를 합산하면서 순위권 기업을 자의적으로 선정했다. 채비가 IR에서 밝힌 약 1만1000대 면수는 순수 운영 면수 5900면에 제조·관리 면수 5100면을 합친 숫자다. 운영 면수는 고객이 충전할 때마다 전력 판매 수익을 지속 창출한다. 제조·관리 면수는 한 번 설치하면 판매 수익이 종료되고 이후에는 고장 수리 등에 따른 단순 유지보수(A/S) 매출만 발생한다.

채비는 비교군인 경쟁사 수치를 산정할 때 제조·관리 기업을 배제하고 운영 기업들 면수만 나열했다. 운영 기업 중에서도 5100면을 가진 SK일렉링크 등 국내 핵심 경쟁자를 배제하며 압도적 국내 1위를 설명했다. 채비가 타사들과 동일한 잣대를 적용해 자사 운영 면수(5900면)만으로 업계 내 위치를 설명했다면 5000면 선인 국내외 경쟁사와 비슷한 수준이다.

채비가 설명한 글로벌 2위는 제조관리 포함 여부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사실과 다르다. 외신 등에 따르면 전기차 핵심 시장인 중국의 TGOOD은 운영 면수가 50만대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TGOOD은 증권신고서에서 채비 스스로 제조 관리뿐 아니라 운영 사업을 영위한다고 기재한 기업이다.

제조관리를 제외하면 영국 글로벌 에너지 기업 BP펄스가 채비 운영 면수를 뛰어넘는다. BP펄스는 전 세계에 4만여개 이상 충전소를 가동한다. 급속 충전소 물량 역시 미국 700면, 영국 3000면, 독일 3900면 등으로 확장 중이다. 스페인·포르투갈 등 이베리아 반도 합작 법인을 통해서도 2000면 가까운 물량을 보급했다.

완속 대비 우위 주장도 수치와 거리감, 내부통제 이은 신뢰 이슈

주장과 수치 간 불일치는 완속 및 급속 충전기 시장 전망에서도 이어졌다. 간담회에서 채비 측은 아파트 단지 내 완속 충전기 시장이 주차면 부족 등으로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단언했다. 최 대표는 "완속 충전기를 많이 늘리는 것은 주차난이 심각한 한국에서 해답이 될 수 없다"며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급속 CPO인 채비의 수익성 개선은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채비가 기재한 전망치는 해당 주장과 거리가 멀었다. 채비는 2030년까지 완속 충전기가 42만대에서 86만대로, 급속 충전기가 5만대에서 12만대로 늘 것으로 적었다. 완속과 급속 비율이 현행 8:1 수준을 꾸준히 유지한다고 본 것이다. 물량만 놓고 보면 완속 충전기 증가량이 6배 이상 많다.

수치 불확실성은 채비 핵심 자산인 신뢰를 흔들 수 있는 요인이다. 채비는 수년 내 대규모 흑자를 내기 어려워 이익미실현 특례(테슬라 요건)로 상장한다. 오로지 경영진이 제시하는 미래의 이익 개선 시나리오 하나만으로 수천억 원 공모금을 조달해야 하는 입장이다. 최 대표 역시 변호사 이력과 다양한 사업 경험을 거론하며 기업을 이끄는 데 정도(正道) 경영과 시장 신뢰가 핵심 가치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미 채비는 상장 전부터 내부통제 이슈로 기업 신뢰성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채비 영업부서는 북미 시장 진출 과정에서 임의적 판단으로 비표준 결제조건을 만들어 적용했다. 재무 건전성 검증이 충분히 선행되지 않은 매출처를 대상으로 선금을 받지 않은 채 제품을 출하했다.

상장 과정에서 이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채비는 이례적으로 매출채권 관리방안 확약서를 제출했다. 1억원 이상 해외 거래처에 대해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최고경영자(CEO) 전결로 신용평가를 의무화했다. 선금 미입금 시 제품 출하는 원천 금지했다. 흑자전환까지는 영업 담당자 성과평가(KPI)에 채권 회수 지표를 50% 이상 반영하고 기준 위반 시 중징계를 내리겠다는 내용도 문서화했다.

이사회에서도 다른 회사 임원을 겸직한 사외이사를 방치했다. 지난해 1월 선임된 변계원 사외이사는 임기 중 변호사 업무를 수행으로 리츠 법인 등기임원직을 겸직했다. 상법 및 코스닥 상장규정상 사외이사 독립성 요건 위반에 해당한다.

채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 순위에서 채비만 제조관리 면수를 포함하고 국내 경쟁사를 제외한 데 대해 "시장에서 채비가 차지하는 입지를 강조하다보니 오해 소지가 생긴 것 같다"고 해명했다.

중국 TGOOD를 순위에서 제외한 데는 "북미와 유럽연합(EU) 전체에 걸쳐 CPO사업을 운영하며 잘 알려져 있는 회사들이 기준"이라며 "채비 운영역량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가늠하실 수 있도록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경우 CPO 시장 특성을 고려해 채비 면수 수준을 개념적으로 비교하기 위한 글로벌 비교 장표에는 넣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국 BP펄스 제외에는 "독일과 이베리아 반도 등 최근 기준 숫자를 합해도 채비 1만1000기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거듭 제조관리를 합산한 실적으로 채비가 앞선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BP펄스 유럽 충전소는 법인과 국가가 분리된 경우"라며 "급속 등 내용을 정확하게 구분해 명시한 BP펄스 본사 홈페이지를 참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회사 설명과 다른 완속과 급속 충전기 시장 전망치와 사외이사 겸직에는 한국거래소를 언급했다. 최 대표는 "거래소가 사업 전망을 보수적으로 표시하도록 해 실제 회사가 보는 관점보다 전망치가 낮아졌다"며 "사외이사는 상장 전 교체하려 했으나 거래소 측에서 굳이 당장 교체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채비는 오는 16일까지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으로 공모가를 결정한다. 희망 공모가는 1만2300~1만5300원, 공모 규모는 1230억~1530억원이다. 청약은 오는 20~21일 진행할 예정이다. 대표 주관사는 KB증권·삼성증권, 공동 주관사는 대신증권·하나증권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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