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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에피스, ADC 1상 돌입…'베스트-인-클래스' 노린다

149명 대규모 1상, ADC 플랫폼 가치 시험대 파드셉 부작용 극복, '계열 내 최고 신약' 정조준

산업 | 심두보  기자 |입력
출처=삼성에피스홀딩스 홈페이지
출처=삼성에피스홀딩스 홈페이지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글로벌 항암제 시장의 최대 격전지인 ADC(항체-약물 접합체) 분야에 새로운 도전자로 등판했다. 최근 넥틴-4(Nectin-4)를 표적으로 하는 신약 후보물질 'SBE303'의 임상 1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이는 해당 파이프라인이 블록버스터 항암제 시장 진입을 위한 첫 번째 임상적 검증 무대에 올랐음을 의미한다.

이번 신약의 핵심 기술인 ADC는 암세포만 정밀하게 타격하는 '유도 미사일'과 같은 항암제다. 항체(미사일 본체)에 독성 항암제(탄두)를 링커(연결줄)로 묶어, 정상 세포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암세포만 파괴하는 원리다. 특히 타겟으로 삼은 '넥틴-4'는 요로상피암 등 특정 고형암 세포 표면에서 비정상적으로 많이 발현되는 단백질이다. 즉, SBE303은 넥틴-4 단백질을 깃발처럼 꽂고 있는 암세포만 찾아가 폭탄을 터뜨리도록 설계된 정밀 표적 약물인 셈이다.

본 임상의 대상은 표준 치료에 실패하거나 더 이상 치료 대안이 없는 진행성 및 불응성 고형암 환자들이다. 여기서 '불응성'이란 기존의 강력한 항암 치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암세포가 죽지 않고 계속 증식하는 독한 상태를 뜻한다. 이미 여러 차례 약물에 노출되어 내성이 생긴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이번 임상의 난도는 매우 높다. 하지만 역으로 이러한 말기 암 환자에게서 약간의 종양 축소 효과만 입증해도 신약으로서의 파급력은 막대해진다.

공격적 1상 설계, ADC 플랫폼 가치 시험대

주목할 만한 점은 임상 1상임에도 불구하고 목표 환자 수가 149명으로 상당히 대규모라는 것이다. 통상적인 임상 1상이 20~30명 수준으로 소규모로 진행되는 것과 확연히 비교되는 공격적인 설계다. 이는 소수 환자에게 투약 용량을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용량 증량(Dose Escalation)' 단계를 거친 직후의 계획까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안전한 용량이 확인되면 특정 암종의 환자들을 대거 모집해 효과성까지 집중적으로 확인하는 '용량 확장' 파트를 동시에 진행하려는 속도전 전략이다.

전통적으로 임상 1상은 안전성 확인이 주된 목적이지만, 최근 ADC 항암제 트렌드는 1상 초기부터 환자의 암 덩어리가 얼마나 줄어드는지 보여주는 '객관적 반응률(ORR)'을 강하게 요구한다. ORR은 전체 투약 환자 중 종양 크기가 일정 기준(보통 30%) 이상 유의미하게 줄어든 환자의 비율을 의미한다.

SBE303의 기술적 성공 여부는 항체와 독성 약물을 이어주는 '링커의 혈중 안정성'에 달려 있다. 링커가 체내 혈액을 타고 이동하는 도중에 섣불리 끊어지면, 독성 약물이 정상 세포에 무차별적으로 뿌려져 심각한 전신 부작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약물이 암세포 내부로 완전히 침투한 후에만 링커가 끊어지며 독성을 방출하는 강력한 통제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이 링커와 독성 약물을 다루는 기술은 단일 품목인 SBE303에만 국한되지 않는 기업의 핵심 기반 기술, 즉 '플랫폼'이다. 이번 임상에서 부작용이 잘 통제되는 것으로 나타나면, 회사가 보유한 ADC 플랫폼 기술 전체의 신뢰도가 상승한다. 이는 동일한 기반 기술을 적용하여 향후 개발할 다른 타겟의 후속 약물들도 성공할 확률(PoS)이 덩달아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파드셉 부작용 극복, 최고 신약 도약의 열쇠

넥틴-4 타겟 ADC 시장의 절대적인 강자는 이미 존재한다. 바로 글로벌 빅파마인 아스텔라스와 화이자가 공동 개발한 '파드셉(Padcev)'이다. 파드셉은 요로상피암 1차 치료제로 시장을 선점하며 연간 수조 원의 막대한 매출을 올리고 있는 블록버스터 신약이다. SBE303이 자본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이 막강한 선두 주자인 파드셉과 비교하여 어떤 비교 우위를 점할 수 있는지 명확히 증명해야 한다. 단순히 비슷한 효과를 내는 모방 약물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견고한 시장 장벽을 뚫고 들어가기 매우 어렵다.

따라서 SBE303이 취해야 할 생존 전략은 시장에 가장 먼저 나온 신약(First-in-Class)을 뛰어넘는 '계열 내 최고 신약(Best-in-Class)' 포지셔닝이다. 효능 면에서 파드셉과 유사하거나 그 이상의 수치를 보여주는 동시에,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여 환자의 삶의 질을 현격히 높여야 한다. 후발 주자가 기존 시장의 점유율을 빼앗아 오기 위해서는 의료진이 쓰던 약을 버리고 새 약을 처방할 만한 압도적이고 명분 있는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경쟁약물인 파드셉의 가장 치명적인 한계는 말초신경병증, 피부 독성, 안과 질환 등 환자가 견디기 힘든 고통스러운 부작용이다. 특히 말초신경병증은 손발의 신경이 손상되어 심한 저림과 통증을 유발하는 증상으로, 항암 치료 자체를 포기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된다. 만약 SBE303이 임상 과정에서 이러한 치명적 부작용 발생률을 대조군 대비 유의미하게 낮출 수 있다면 완벽한 차별화 포인트가 된다. 부작용을 안전하게 통제한 ADC는 환자에게 더 오랜 기간 투약이 가능하므로 결국 전체 생존율(OS) 증가라는 긍정적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26년 3월 첫 환자 투약이 개시된 현시점에서 집중해서 추적해야 할 다음 마일스톤은 초기 데이터 공개 시점이다. 통상적으로 항암제 임상은 투약 개시 후 1~2년 내인 2027년이나 2028년경에 ASCO(미국임상종양학회), ESMO(유럽종양학회) 등 주요 학회에서 중간 데이터를 발표한다. 중간 데이터란 전체 임상이 끝나기 전, 초기 코호트 환자들에게서 선제적으로 확인된 약물의 효능과 안전성 수치를 시장에 공개하는 것을 말한다. 이 시점에 기대 이상의 종양 축소율이 발표된다면, 글로벌 빅파마와의 대규모 기술수출(License-Out) 계약을 견인하는 결정적인 촉매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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