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김한솔 기자| 국내 ETF 시장에 다시 한번 ‘상품 베끼기’ 논란이 재점화됐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출시를 앞둔 ‘ACE K수출핵심TOP10산업액티브’가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KoAct K수출핵심기업TOP30액티브’와 컨셉이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것이다. 상품 획일화에 대한 업계의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독자적인 리서치 역량을 집약한 '전혀 다른 레시피'를 강조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지난해 7월 수출 기업을 테마로 한 KoAct K수출핵심기업TOP30를 선보였다. 반도체 빅 사이클의 영향으로 급등세를 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포함된 이 상품은 지난 12일 기준 순자산 총액(AUM) 1352억원을 기록하며 시장에 안착했다. 상장 4개월 만에 10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꾸준한 자금 유입세를 보이며 수출 테마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그런데 한국투자신탁운용도 동일한 테마의 ETF인 ACE K수출핵심TOP10산업액티브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 ETF는 KoAct K수출핵심기업TOP30와 마찬가지로 국내 굴지의 수출 기업을 겨냥한다. 일반적으로 반도체나 이차전지 같은 광범위한 테마는 운용사마다 종목을 달리할 여지가 크지만, 우리나라 수출을 이끄는 핵심 기업들은 한정되어 있어 결과적으로 포트폴리오가 비슷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하지만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해당 ETF는 집중 투자와 비중 배분 방식에서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수출 ETF와 명확한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타사 상품의 비교지수는 7개 섹터 중심의 시가총액과 수출액 증가율 등 데이터 중심으로 선별한다면, 해당 ETF는 먼저 반도체, 조선, 전력기기 등 14개 하부 산업 중 10개 대표 산업을 선제적으로 추출하고 최종적으로 기업의 재무 상태, 실적 등을 심층 분석하는 방식을 취했다"고 강조했다.
수출이라는 협소한 카테고리를 채택하고 있다는 지적에는 "국내 증시 우량 기업 상당수가 수출 기업에 해당해 투자 대상이 한정적이지 않고, 오히려 광범위한 수출 기업 중 핵심 종목과 주도 산업을 선별해내는 운용 역량이 상품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사의 상품은 한국의 수출 경쟁력을 바탕으로 현 시장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기획됐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ETF 업계에서는 지속적으로 베끼기 논란이 제기됐다. 지난 2023년 한화자산운용이 출시한 PLUS K방산이 성공을 거두자, 2025년 삼성자산운용이 비슷한 테마의 KODEX K방산TOP10을 내놓으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지난해에는 신한자산운용의 미국 원자력 SMR 테마가 관심을 끌자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앞다투어 같은 테마의 ETF를 출시했다.
이러한 '상품 테마 베끼기' 관행은 ETF 시장의 수익 구조에서 비롯된다. ETF는 운용 수수료가 매우 낮다 보니 운용 자산의 규모가 수익을 결정하는 구조다. 2026년 2월 말 기준 삼성자산운용이 점유율 40%를 탈환하며 1위를 공고히 하는 가운데, 중상위권 운용사들은 점유율 확대를 위해 인기 테마를 놓칠 수 없는 처지다. 특정 테마가 인기를 끌 때 상품을 출시하지 않으면 잠재적인 관리 보수 수익을 고스란히 경쟁사에 넘겨주게 된다.
또한 선발 주자가 시장에 진입해 수요를 확인해주면, 후발 주자는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서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 후발 주자로 들어선 ETF는 해당 테마에 먼저 진입한 ETF의 인지도에 편승하여 수수료 인하와 같은 이벤트에만 집중한다. 여기에 더해 신규 ETF가 상장 후 자금 유입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겪게 되는 상장 폐지 리스크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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