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안효건 기자| 반도체 유리기판 기업으로 피벗하기 위한 SKC 1조원 유상증자 계획이 난관에 봉착했다.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회사 주가가 폭락하면서다. 계획했던 조달금을 한참 밑돌 가능성이 커지는데도 회사 측에 뾰족한 출구 전략이 아직 없는 상황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C는 지난달 26일 약 1조원 규모 유증 결정을 발표했다. 유리기판 자회사 앱솔릭스에 투입할 투자금과 기존 부채 상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차세대 먹거리로 꼽은 유리기판 기업으로의 전환이 핵심 목표다.
앱솔릭스는 상업화 전 단계에서 막대한 연구개발과 운영 자금을 소모 중이다. 지난해 말에도 SKC가 약 1479억원을 한도 대출 형태로 지원한 바 있다. 이번 유증 조달금 5896억원은 자회사 앱솔릭스에 타법인 출자 형태로 수혈할 예정이다. 2028년까지 설비투자(CAPEX) 4726억원, 운영비용(OPEX) 1170억원 등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나머지 조달금 4110억원은 장부를 가볍게 털어내는 데 쓰는 구상이다. SKC 부채비율은 2022년 185%에서 233%까지 치솟았다. 이는 이자 비용 증가와 신용등급 하향 압박, 현금 창출력 악화로 이어졌다. SKC 지난해 영업손실 3050억원, 순손실 719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마이너스(-) 5207억원이었다.
SKC는 깔끔한 상황 타개를 위해 유증에 앞서 선제적인 '빅배스(big bath)'도 단행한 상태다. 회사는 지난해 말 동박 사업 등을 중심으로 3200억원 규모 유형자산 및 영업권 손상차손을 일시 반영했다. 이번 유증을 원활하게 마치지 못하면 오히려 재무 부담을 일시에 높이는 결정이다. SKC는 유증을 통해 순차입금을 1조6000억원, 부채비율을 142%로 끌어내리는 전략을 짰다.
현재 주가 수준으로는 이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SKC 주가는 4일 코스피 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16.51% 폭락한 8만8000원에 마쳤다. 유증 예정 발행가액 기산일인 지난달 25일 종가 11만3700원 대비 22.6% 낮다.
SKC는 기준 주가에 20%를 할인한 예정 발행가액 8만5300원으로 현재 계획을 세웠다. 유증 과정에서 가중산술 평균주가가 지금처럼 낮게 나타나면 당초 계획과 거리가 벌어진다. 이날 종가 8만8000원에 20% 할인율을 적용하면 7만400원에 불과하다. 조달금이 1조원에서 8258억원으로 급감한다.
개별 기업이 아닌 지정학적 이슈로 인한 급락이라 SKC가 현재 가격으로 유증할 이유는 뚜렷하지 않다. 조아인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증시 하락과 관련해 이날 리포트에서 "전쟁 양상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당분간 변동성 장세가 지속될 수 있으나 펀더멘털과 이익을 고려했을 때 현재와 같은 주가 하락은 과도한 수준"이라며 "과도한 공포심이 반영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시점이다. SKC는 다음달 2일 기산일로 1차 발행가액을 정한다. 2차 발행가액 기산일은 5월 11일이다. 두 시점 중 낮은 가액을 택할 예정이라 주가 회복까지 남은 시간이 사실상 한 달뿐이다. 계획을 미룬다고 해도 언제까지로 설정할지 애매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쟁 종결 시점에 대해 모호한 입장이다. 앞서 2~3일을 언급했다가 이후 4주 이내를 꼽았고 "훨씬 오래 싸울 능력이 있다"는 발언도 이어졌다.
전쟁이 길어지면 SKC 펀더멘탈에 대한 시장 판단 자체가 바뀔 수도 있다. 현재 SKC 매출 59.8%를 차지하는 주력은 석유화학 제품인 프로필렌옥사이드(PO)와 프로필렌글리콜(PG) 등이다. 전쟁으로 인한 국제 유가 상승에 비용 직격타를 맞는 제품군이다.
SKC 측은 유증 철회 가능성 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SKC 관계자는 이후 대응 방향을 묻는 질문에 "시장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라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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