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닛 유상증자] ②"더는 조달 없다"는 세 번째 장담, 이전 약속은 어떻게 깨졌나

증권 | 안효건  기자 |입력

첫 번째 약속은 비현실적 실적 추정, 유상증자 근본 원인 4500억원 투입 후에도 "적자 막겠다" 약속 도돌이표

최근 주가가 급락했던 루닛과 서범석 대표가 투자자 신뢰 회복을 위한 세 번째 약속에 나섰다.
최근 주가가 급락했던 루닛과 서범석 대표가 투자자 신뢰 회복을 위한 세 번째 약속에 나섰다.

|스마트투데이=안효건 기자| 루닛이 부채 리스크 해소를 위해 약 25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투자자 신뢰 이슈가 떠오른다. 서범석 루닛 대표가 상장 당시 공언했던 흑자 전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이를 해결하기 위한 또 다른 투자 유치와 약속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루닛 주가는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 3.43% 상승한 4만750원에 마쳤다. 최근 주가 급락에도 코스닥 지수 반등(4.19%)을 온전히 쫓지 못했다. 루닛 주가는 지난달 21일 3만7700원에서 유증 발표 전인 지난달 29일 4만9050원으로 30.1% 상승했다. 유증 발표 이후 전날까지는 19.7% 급락했다.

결국 서 대표가 직접 유증 후폭풍 진화에 나섰는데도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모습이다. 서 대표는 유증 발표 당일인 지난달 30일과 이달 2일 간담회를 통해 "흑자 전환을 성공시켜 더 이상 자금 조달은 없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2022년 기업공개(IPO)와 지난해 3월 약속을 파기한 이후 세 번째다.

●첫 번째 약속: "2024년 흑자 전환, 순익은 영업익과 100% 일치할 것"

루닛이 IPO에서 내놨던 첫 번째 약속은 이후 거듭한 약속 파기 출발점이었다. 당시 루닛은 흑자 전환 시점을 2024년으로 공언하며 IPO를 진행했다. 회사가 제시한 2024년 영업익과 순익 추정치는 85억7200만원으로 서로 정확히 일치했다. 이듬해 추정치 역시 영업익과 순익 모두 583억4900만원으로 똑같았다.

2년 연속 정확히 같은 영업익과 순익은 현실에서 불가능에 가깝다. 순익은 영업익에서 대출 이자와 법인세 등 영업 외 손익을 제거한 금액이다. 이로 인해 대다수 기업 실적에서 순익이 영업익보다 낮다. 루닛은 영업 외 손익을 0원으로 계산해 순익을 영업익과 같게 만들었다. 덕분에 순익을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주가수익비율(PER)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해당 실적은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다. 흑자, 영업 외 손익 0원, 영업익과 같은 순이익 등이 모두 빗나갔다. 2024년 루닛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각각 667억원, 824억원이었다. 순익 예측치와 실제치 괴리는 910억원에 달한다. 이 격차를 만든 영업 외 손실은 상장 이듬해부터 현재까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기술특례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성장성에서도 루닛은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루닛은 IPO 당시 2024년 매출을 916억원으로 잡았다. 실제 매출은 542억원으로 목표치 59% 수준이었다. 1495억원으로 잡았던 2025년 매출도 831억원에 그쳤다.

상장 이듬해부터 발생한 추정 실패는 예견된 측면이 컸다. 공모 과정에서 루닛과 서 대표가 내놓은 약속을 믿는 투자자들은 많지 않았다.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루닛 공모가는 희망 공모가(4만4000~4만9000원) 하단을 30% 이상 밑도는 3만원으로 나타났다. 경쟁률은 7.1:1에 불과했다.

상장 직후 루닛 행보도 공모에서 내놨던 낙관적 전망과 거리가 멀었다. 루닛은 상장 이듬해인 2023년 11월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1년 만에 공모금 364억원보다 5배 이상 많은 금액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 두 번째 약속: "단기 자금 조달 없다" 세 번째 약속: "이번이 마지막"

상장 때 약속이 깨지면서 주주들은 회사가 주주 주식으로 회사 빚을 갚는 것 아닌지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서 대표는 지난해 3월 정기 주총에서 "단기적으로 추가적인 자금 조달은 없다"고 못 박았다.

이번 유증으로 해당 약속 유효기간은 10개월로 판명됐다. 원인은 2024년 5월 발행한 17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다. 서 대표는 "최근 지속된 주가 압박으로 CB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리스크를 해소해야 했다"며 약속 파기 이유를 설명했다.

약속 당시 서 대표가 풋옵션 리스크와 유증 가능성을 인지하기 어려운 환경은 아니었다. 올해 5월부터 풋옵션 행사가 가능하다는 사실은 명백했고 회사 주가 역시 수차례 CB 전환가액 이하로 내렸다. 루닛이 대규모 영업적자를 이어가면서 빚을 갚을 현금도 충분치 않았다.

서 대표는 이번 유증을 발표하며 세 번째 약속을 내걸었다. "이번 증자가 지속 가능한 수익성 확보를 위한 마지막 자금 조달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과 "올해 안에 EBITDA 흑자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300억원대 공모금을 모을 당시 흑자 전환 약속이 4500억원을 훌쩍 넘긴 자금 조달 뒤까지 반복된 상황이다. 루닛은 이번 유증 증권신고서에서 "상장 당시 추정 실적과 실제 실적 간 괴리가 발생했다"고 시인하며 투자자들에 "실적 괴리 주 원인이 향후에도 반복될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시기 바란다"고 했다.

루닛 관계자는 실적 괴리와 관련한 질문에 "회사 이슈보다는 세계 시장이라는 메가 트렌드가 더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며 "우리 뿐아니라 흑자를 내는 의료AI 글로벌 기업은 거의 없다시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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