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은행보다 더 많이 버는 증권사 있다..근본적인 혁신 필요"

경제·금융 |김세형 |입력
하나금융그룹 함영주 회장.
하나금융그룹 함영주 회장.

|스마트투데이=김세형 기자|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2026년 새해 키워드로 금융 패러다임 변화와 이에 걸맞는 혁신을 꼽았다. 특히 "은행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증권사가 있다"며 혁신이 미래의 일이 아닌 오늘의 임을 강조했다.

함 회장은 2일 신년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함 회장은 우선 "금융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며 특히 AI가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모건스탠리 보고서에 따르면, 2028년까지 빅테크기업의 AI 투자 규모가 3조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며 "이 천문학적인 금액이 투자된 AI가 바꿀 세상을 상상해 본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AI의 충격을 가장 먼저 경험한 이세돌 9단은 이 변화의 규모는 매우 크고 근본적이며, 이전의 산업혁명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한다"며 "바둑의 본질과 프로기사들의 역할 자체가 송두리째 바뀌었고, 이는 시간의 문제일 뿐 다른 업권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융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AI를 비롯한 디지털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물론, 금융산업 내부에서도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변화를 현재의 일로 받아들일 것을 주문했다.

그는 "은행 예금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증권사를 중심으로 한 자본시장 상품으로 옮겨가는 머니무브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또 "부동산 등 안전자산 중심의 운용으로 이뤄낸 성과보다는, 실물경제와 혁신산업의 성장에 직접 기여할 수 있도록 금융이 좋은 자금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커져가고 있다"고 했다.

또 "금융소비자 보호체계도 한층 엄격해지고, 규정준수를 넘어 모든 업무의 소비자보호 관점의 재해석이 필요해지고 있다. 금융이 일부 계층만을 위한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 또한 심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불신은 단발성 사회공헌 활동만으로는 해소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러면서 혁신의 절실함을 강조했다.

위험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말 그대로 강건너 불구경하듯 대하다 발생한 1963년 10월9일 이탈리아 북부 바이온트 댐 참사 사고를 언급하면서 "생산적금융 전환, 디지털금융 주도, 소비자보호 혁신, 포용금융 확대, 우리는 변화의 방향성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우리 스스로 그렇게 변해야 한다는 변화의 당위성에도 이견이 없을 것"이라며 "그런데, 우리는 하나금융그룹을 향해 밀려오는 변화의 파고를 제대로 측정하고 있는 것일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특히 "은행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증권사가 있다고 한다. IRP계좌의 증권사로의 이탈은 이미 일상화됐다"며 "IMA를 비롯한 새로운 상품의 등장도 더 이상 은행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가계대출은 성장의 한계에 도달했다. 그룹의 맏형으로서 충실하게 제 역할을 해 온 은행의 위기"라고 현재 상황을 규정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그룹 한국투자증권이 NH농협은행을 제친 것을 일컫는 것이다. 한투증권은 지난달 IMA 1호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날의 성과와 막대한 규모가 내일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며 "머니무브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자산관리 역량의 확보와 생산적금융 추진을 위한 최적의 전문 조직으로의 전환, IB, 기업금융 등 심사, 리스크 관리 역량 강화와 관련 프로세스의 재설계 수준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또 "증시활황 등 우호적인 시장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룹 비은행부문의 아쉬움이 지속되고 있다"며 "본업경쟁력 강화와 리테일분야 확대 등 추진중인 과제들이 보다 빠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실행력을 한층 더 높여갈 필요가 있다. 비은행 부문 이대로는 안된다"고 했다.

그는 "조직 내 만연한 무관심과 무사안일한 태도를 타파하고, 지금 이 위기상황을 극복하겠다는 절실하고 절박한 각오로 다가오는 변화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며 '시장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쌓아온 전문성과 철저한 리스크관리로 안정적인 사업포트폴리오를 유지하며, 시장의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삼고 있는 하나자산신탁의 사례는 위기극복의 중요한 이정표"라고 추켜세웠다.

함 회장은 "바이온트 댐의 비극은 댐 자체의 결함이 아니라, 대규모 산사태 가능성을 간과한 채 수위를 겨우 20m만 낮춘 관리자들의 판단 착오에서 비롯됐다"며 "그들은 변화의 징후를 감지했지만, 그 변화가 얼마나 거대하고 파괴적일지 가늠하지 못했다"고 재차 바이온트 댐의 비극을 상기켰다.

함 회장은 "오늘날 급격한 기술 혁신, 시장 재편, 사회구조의 전환이라는 변화 속에서 우리 역시 같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며 "변화의 깊이와 폭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면 수위를 몇 미터 조절하는 식의 미봉책이 아니라, 어떤 변화의 격랑에도 버틸 수 있는 튼튼한 배를 띄우는 것처럼 판 자체를 바꾸는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논의가 진행중인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를 그런 변화 중 하나로 꼽으면서 "우리는 그동안 금융의 후발주자로서 검증된 방식을 빠르게 취득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며, 효율적으로 시장에 안착해 안정적인 성과를 일궈왔다"며 "하지만 네트워크 효과로 인한 승자독식이 예상되는 이 시장에서, 여전히 우리의 성공방정식은 유효한 것일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디지털금융의 패러다임이 재편되는 지금, 우리는 주어진 틀 안에서 움직이는 참여자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며 "새로운 룰을 만들고 시장을 선도하는 설계자로 거듭나야 하며, 이것이 바로 우리의 일하는 방식과 전략의 대전환이 필요한 이유"라고 주문했다.

함 회장은 "우리에게는 열린 마음으로 다름을 포용하고 서로를 인정하며 누구에게나 기회를 부여하는 하나만의 성공 DNA가 있다"며 "이를 토대로 내부의 탄탄한 기본기와 외부의 선진 역량을 융합하여 우리만의 강력한 경쟁력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 회장은 이와 함께 올해 마무리되는 청라 이전을 두고, "청라 이전은 단순히 사무실 위치를 옮기는 공간의 재배치가 아닌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혁신하는 총체적인 변화, 대전환의 출발점"이라며 "올 한 해, 우리 모두 한마음으로 이 대전환을 성공적으로 완수하여 그룹의 새로운 100년을 힘차게 열어가자"고 신년사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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