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미래에셋그룹의 스페이스X 투자가 빛을 보고 있다. 상장사인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벤처투자의 주가는 큰 폭으로 상장하며, 기업가치가 크게 뛰었다.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전, 미래에셋그룹은 여러 펀드를 통해 스페이스X에 베팅을 했다. 그리고 이 베팅의 뒤에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명단(明斷)이 있었다.
미래에셋그룹의 한 계열사 임원은 “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딜 소싱이 이뤄지고 있다”며 “스페이스X와 같은 불확실성이 큰 투자를 그룹 차원에서 진행하는 원동력은 박현주 회장의 지지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여러 계열사가 동원된 스페이스X 투자
스페이스X에 대한 투자는 여러 펀드를 통해 이뤄졌다. 이 투자에는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캐피탈, 미래에셋벤처투자, 그리고 해외 계열사들(글로벌X 등)이 연관되어 있다. 때문에 정확한 투자 규모를 추정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다.
스페이스X에 투자한 펀드는 Mirae Asset Project Mars Fund I, LP(이하 Fund I)와 Mirae Asset Project Mars Fund III, LP(Fund III), Mirae Asset Project Mars Fund IV, LP(Fund IV)다. Fund I와 Fund III는 2022년에, Fund IV는 2023년에 만들어졌다. Fund I와 Fund III의 펀드 사이즈는 각각 1억달러 전후이며, Fund IV 규모는 약 1000만달러다.
위 펀드의 최대 출자자는 미래에셋증권이다. 미래에셋증권은 미래에셋글로벌스페이스투자조합1호를 통해 Fund I에 약 1000억원을, 미래에셋글로벌섹터리더투자조합1호를 통해 Fund III에 약 750억원을 출자했다.
미래에셋캐피탈은 미래에셋글로벌스페이스투자조합1호와 미래에셋글로벌섹터리더투자조합1호의 GP를 맡으면서 스페이스X 투자에 참여했다. 또, 미래에셋벤처투자도 다른 경로로 스페이스X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이스X 외 미국 비상장 기업에도 투자
이 딜을 물밑에서 진행한 인물은 미래에셋자산운용 미국법인(Mirae Asset Global Investments (USA))의 토마스 박(Tomas Park)과 허준혁 공동 CEO다.
박현주 회장의 조카인 토마스 박(한국명 박주만) CEO는 미래에셋금융그룹의 글로벌 비즈니스, 특히 미국 내 대체투자(Alternative Investment)와 벤처 투자를 최전선에서 진두지휘하는 핵심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18년 미국의 ETF 운용사인 글로벌X를 인수할 당시 실무를 주도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박 회장의 큰형인 박태성 워싱턴대학교 소아신경외과 교수의 장남으로 미국에 상주하는 그는 그룹의 해외 ETF 사업과 대체투자(VC & PE)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시카고대 MBA 출신으로 미래에셋 합류 전 골드만삭스에서 M&A전문가로 활동했다.
허준혁 CEO는 그룹의 미국 비즈니스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전문 경영인이다. 스페이스X 투자 펀드의 법적·행정적 총괄 책임자가 허 CEO다. 2000년대 중반 미래에셋그룹에 합류한 그는 미래에셋자산운용 미국법인 초기 정착 단계부터 현재의 성장을 이끌어온 원년 멤버급 경영진이다.
미래에셋그룹은 스페이스X 외 다른 미국의 비상장 테크 기업에 투자했다. 투자 구조는 스페이스X와 유사하다. 미래에셋증권이 LP로 참여하고, 캐피탈이나 자산운용사가 GP를 맡는 식이다.
2022년 5611만 달러 규모로 조성된 MIRAE ASSET PROJECT X FUND I은 X(前 트위터)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론 머스크가 X를 인수한 시점과 겹친다. 일론 머스크가 X를 인수하는 과정에 미래에셋그룹도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한 것이다.
이외에도 미래에셋그룹은 xAI, 임파서블푸드, 플래닛랩스, 아토비아 테라퓨틱스, 액센트테라퓨틱스, 캔디드테라퓨틱스 등에 투자했다. 대개 투자는 각 회사의 투자 라운드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스페이스X 투자 성과는 잭팟이 아닌 꾸준한 투자의 결실
투자업계에서 평가받는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가 급격히 증가하고 동시에 IPO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상장사인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벤처투자의 주가가 급등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스페이스X IPO 가능성은 트리거일 뿐, 미래에셋그룹의 해외 딥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와 성과는 장기간 이뤄진 노력의 결과라고 보고 있다.
딥테크(Deep-tech) 기업 투자는 ‘안개 속을 걷는 것’으로 비유되곤 한다. 당장의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 재무적 성과가 가시화되지 않은 단계에서 기술의 잠재력과 창업자의 비전만 믿고 막대한 자금을 베팅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페이스X 역시 궤도 안착 실패와 파산 위기를 겪던 시절이 있었듯, 혁신 기업들은 기술이 상용화되기 전까지 수년간 현금을 태우기만 하는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을 지나야 한다.
또 이러한 투자가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막대한 인내심이라는 비용을 치러야 한다. 딥테크 기업은 기술 개발부터 상용화, 그리고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가 되기까지 일반적인 제조나 서비스업보다 훨씬 긴 호흡이 필요하다. 투자 회수(Exit) 시점이 불분명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지분을 유지하며 후속 투자를 집행하는 것은 자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결국 이러한 고위험·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 투자를 가능케 한 것은 오너십의 결단이다. 단기 실적에 연연해야 하는 일반적인 전문경영인 체제에서는 수년 후를 기약하며 조 단위의 자금을 불확실한 해외 비상장 기업에 묶어두는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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