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하고 저렴한 에너지의 시대는 끝났다. 오일 머니로 호령하던 중동의 번영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 바야흐로 화석연료로 가동하던 자동차의 상징 포드와 도요타도 변신할 수밖에 없는 시대다. 이대로 진행되면 지구의 운명은 끝날 것이기 때문이다. 지구가 파괴되기 전대멸종이 다시 올 지도 모른다.
이제 에너지 안보는 전 세계 국가와 인류의 최대 관심사가 됐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고조되는 기후 변화, 그 연장선상에서 벌어진 코로나19 대유행과 그 충격 등은 세계 에너지 시스템을 뒤흔들었다. 깨끗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기후 중립적인 에너지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대세로 자리잡은 것이다.
이제 석탄을 더 많이 캐서 발전소를 돌리고 천연가스를 더 많이 태우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구와 지구에 사는 인류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 에너지 안보를 지키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구를 희생시키지 않고 에너지 안보를 지킬 수 있는 네 가지 기술을 소개했다.
WEF는 홈페이지 게시글에서 이 도전이 쉽지는 않지만 극복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행동 변화와 스마트 규제가 결합되면 장기적으로 에너지 안보를 제공할 수 있는 유망한 기술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청정 수소, 즉 녹색 수소 기술이다. 녹색 수소는 현재 주로 사용되면서 전 세계에 손상을 남기는 오염 연료를 대체할 수 있다. 태양광 및 풍력 등 재생 가능 에너지의 비용은 급속도로 하락하고 있으며, 이제는 기존 화석연료와 가격 경쟁을 벌일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해졌다.
다만 태양과 바람을 이용한 발전기술만으로는 에너지 수요와 공급 사이의 거대한 글로벌 격차를 해소하기에는 미흡하다.
WEF의 집행위원회 위원이자 에너지 부문 책임자인 로베르토 보카는 '에너지 위기는 단계적인 변화를 할 수 있는 기회“라며 에너지를 공급하는 데 머무를 것이 아니라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에너지 전환의 핵심이라고 역설했다.
원자력에 대한 긍정적인 측면도 강조한다. 원자력이야 말로 에너지 수요와 공급의 격차를 중단기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훌륭한 해결책이라는 지적이다. 바텐폴의 애나 보그 사장 겸 CEO는 ”현재 인류가 당면한 과제의 규모를 감안할 때, 당장 화석연료 없는 기술만으로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단기적으로는 풍력과 태양광 기술로 증가하는 수요를 충당하겠지만, 중기적으로는 원자력이 수요와 공급의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훌륭한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특히 소형 모듈형 원자로의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포테스큐 메탈 그룹의 설립자 앤드류 포레스트 회장은 ”우리는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비용을 낮추는 것이 과제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지도력이다“라며 리더십 부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기술적 진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리더십의 발전“이라면서 표준적인 에너지 관리를 위한 리더십이 에너지 전환에서 가장 필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에너지 안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아프리카에서의 인프라 격차를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아프리카의 에너지 인프라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000억 달러 이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WEF가 주최한 포럼에서 모로코 정부의 에너지 개발부 장관 레일라 베날리가 주장했다.
그는 ”21세기에 아프리카에서의 인프라 게임은 반드시 승리해야한다“면서 ”아프리카에는 6억 명이 전기를 비롯한 현대식 에너지를 사용할 수 없다.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정되는 자금이 무려 3조 4000억 달러가 들어간다고 한다. 아프리카의 에너지 인프라 격차 해소를 위한 자금만으로도 최소 1000억 달러 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연한 것이지만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에너지 안보 부문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나서서 청정 에너지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야 하며 이는 결국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찾아진다.
현재의 세계 에너지 위기는 청정 에너지 전환을 위한 가속기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에는 녹색 에너지 기술이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됐다. 이제는 기후 변화 대응을 바탕에 깔고 에너지 보안까지 원동력으로 덧씌워졌다.

댓글 (0)
댓글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