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대기업 10곳 중 9곳에서 협력사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평가에 그치는 게 아니라 거래중단과 주문량 감소 등의 페널티도 연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중소중견기업들 역시 ESG가 남의 일이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19일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가 내놓은 '대기업의 협력사 ESG 관리현황 조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관리현황 조사는 시가총액·매출액 상위 주요 대기업 30개사(공기업 3개사 포함)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분석과 ESG 평가기업의 담당부서 설문, 그리고 대기업 협력사(108개사) 설문을 통해 이뤄졌다.
이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 30개사 가운데 협력사의 ESG 평가를 실시한 기업 비율은 지난 2019년 17개사 56.7%에서 2020년 20개사 66.7%로 늘더니 지난 2021년엔 26개사 86.7%까지 확대됐다. 2021년부터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 ESG 대비가 본격화된 만큼 지난해에는 거의 모든 대기업이 협력사의 ESG 경영을 평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ESG 평가 대상 협력사수도 크게 늘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연속 ESG 평가를 실시한 대기업 17개사 중 평가 협력사 수를 공개한 14개사의 평가 대상 협력사 수는 평균 10% 증가했다.
ESG 평가의 평가항목 수도 적게는 30문항부터 많게는 120개 이상의 문항으로 환경·안전·인권·보건·윤리경영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고 있었다.
앞으로 평가항목의 수는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드는 방향은 절대 아니다. 예를 들어 탄소중립 관련 협력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 또는 집계하고 있는 대기업은 14개사(46.7%)로 조사됐는데 현재 수행중이지 않는 대기업들도 향후 측정·공개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
협력사 ESG 평가를 하는 곳이 늘고, 대상 협력사수를 확대하며, 또 평가항목도 늘린다는 것은 그만큼 공급망 관리 속으로 ESG가 침투하고 있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대기업들이 평가 결과를 실제 협력관계에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협력사들에게 ESG는 발등의 불이다.
협력사 ESG를 평가하고 있는 기업(26개사) 중 69.2%(18개사)가 평가결과를 인센티브·페널티 부여 등의 방식으로 구매정책에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구매정책 반영 18개사 중 인센티브를 부여한 곳은 13개사인 반면 페널티를 부과한 곳은 16개사로 나타났다. ESG 평가결과를 활용하여 인센티브만을 부여하여 협력사의 자발적 ESG 경영을 독려하는 회사는 3개사, 페널티만을 부여하여 협력사를 제재하는 기업은 5개사로 조사됐다.
물량증대와 물량 우선권 부여, 차년도 평가시 가점·입찰 가점 부여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했다. 반면 물량축소와 입찰제한, 거래정지, 시정조치요구·벌점부과 등의 패널티를 줬다. ESG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경우 거래처마저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협력사 대상 조사에서도 ESG의 위력이 잘 드러났다.
대기업과 거래하고 있는 중소기업 중 ESG 평가를 받은 경험이 있는 108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8.3%가 거래 대기업의 ESG 평가 수준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고 응답했다.
거래 대기업의 ESG 경영요구 수준 미달 시 거래량에 부정적 영향(거래감소·중지 등)을 미친다고 응답한 비율이 30.5%에 달했다. 거래처 평가 우수등급 획득 시 인센티브를 부여(거래량 증가·납품단가 상승) 받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24.1%로 나타났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공급망 관리에 ESG가 들어오는 상황에서 ESG에 대한 대처가 미흡할 경우 경쟁력을 잃고 도태될 위험마저 있다"며 "ESG는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도입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중소중견기업들 역시 각별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찬회 중기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협력사들의 ESG 경쟁력 향상은 곧 대기업의 글로벌 경쟁력과 직결된다"며 "대기업의 평가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만큼 평가 뿐 만 아니라 중소 협력사들에 대한 교육·컨설팅·시설·비용지원 등의 지원이 수반돼야만 대-중소기업이 함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는 협력사 ESG 경영지원 우수사례로 현대제철, 현대건설, 삼성전기, LG디스플레이의 지원사례를 소개했다.
현대제철은 협력사의 에너지 사용 전반에 대한 컨설팅을 진행하고, 에너지 절감 설비와 에너지관리시스템 구축을 무상으로 지원했다.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41개 협력사에 18억원 상당의 에너지 절감 설비시스템을 구축해주고, 협력사가 연간 약 5억3000만원의 전력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했다. 또 ESG 커리큘럼을 제공, 지난해 4월부터 5월까지 147개 협력사를 교육했다.
현대건설은 안전관리자를 선임할 의무가 없는 100억원 미만의 건설 공사의 경우 안전에 취약할 수 있다고 보고, 협력사가 안전전담 담당자를 채용할 수 있도록 임금 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 안전·품질 수행평가에서 우수업체로 선정될 경우 연간 5000억원 규모의 인센티브 물량을 배정했고 지난해말까지 1조원 규모로 대폭 확대하는 계획을 내놨다.
삼성전기는 협력사 에너지 절감 및 효율 향상 지원 프로그램으로 우수사례로 꼽혔다. 에너지공단과 연계해 협력사 에너지 절감 컨설팅을 무료로 지원하고, 협력회사의 에너지 진단 및 저감방안 발굴 등을 실행했다. 또 전력계통, 변압기 점검과 주요 전력시설 열화상 측정 등 전력설비 정밀진단을 통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했다.
LG디스플레이는 협력사 대상 온실가스 인벤토리를 구축하고, 에너지 절감 아이템을 지원했다. 지난 2012년 이후 총 88개사를 지원했다. 또 자사 탄소배출량 관리툴을 협력사에 맞도록 개선해 제공하여 해당툴을 이용하여 탄소 배출량을 감축했을 경우 인증(탄소파트너십 인증)을 부여하고 구매 정기평가에 가점을 주고 있다.
다수의 건설 대기업에 납품중인 중소기업 A사의 담당자는 "재작년부터 거래처들의 ESG 평가요구가 늘어나고, 그 수준도 점차 높아지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평가 대응에 인력·비용적 부담이 커서 이에 대한 단가인상 등 비용보전 필요하다"고 대기업의 지원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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