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주요 건설사의 영업수익성이 올해 들어 뚜렷하게 반등했지만 신용등급이 따라 오르려면 한 해 더 기다려야 할 전망이다.
한국기업평가는 28일 발간한 리포트 〈손실의 시대 그 이후, 건설업 회복과 신용도의 시간차〉에서 건설사 신용도의 모니터링 초점을 "영업실적 회복 여부에서 재무구조 정상화 속도로 이동한다"며, 2027년 순차입금이 실제로 줄어드는지가 첫 번째 시험대라고 밝혔다.
원가율 92%→86%, 이익률 1%→8%…문제는 빚
한국기업평가 유효등급을 보유한 주요 건설사 13개사의 합산 원가율은 2025년 92.3%에서 2026년 상반기 86.4%로 떨어졌고, 대손비용도 줄면서 합산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약 1%에서 약 8%로 올라갔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를 비용 인식 시점의 차이에 따른 일시적 반등이 아니라 매출 구성의 변화로 봤다. 평가 대상 A사의 주택 매출에서 원가율이 높았던 2021~2023년 착공 물량의 비중은 2024년 85.1%에서 올해 1분기 32.9%로 내려온 반면, 공사비 상승분을 도급금액에 반영해 착공한 2024년 이후 물량은 6.2%에서 67.1%로 늘었다. 수도권 정비사업 중심으로 신규 수주가 이어지고 있어 매출도 올해부터 점진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이 한국기업평가의 전망이다. 다만 지방 준공 후 미분양이 전체 미분양의 42.7%(7월 기준)까지 높아진 상태라 대손은 "여전히 변수"로 남겼다.
문제는 대차대조표다. 13개사 합산 총차입금은 2021년 15.9조원에서 올해 6월 말 29.0조원으로 13.1조원 늘었고, 증가분의 71%가 A급 건설사 몫이었다. 미분양과 공사대금 회수 지연으로 공사미수금이 같은 기간 16.2조원에서 32.8조원으로 두 배가 되면서 운전자본이 차입으로 메워진 결과다.
2021년 0.7조원 순현금이던 13개사 합산 재무구조는 14.5조원 순차입으로 돌아섰다. 올해 상반기 합산 EBITDA가 4.1조원으로 늘었는데도 잉여현금흐름(FCF)은 4.1조원 적자였다. 미분양 사업장은 분양대금이 들어오지 않아도 공정에 따라 공사비를 계속 넣어야 하고, 준공·분양으로 자금을 회수해도 신규 착공 현장에 운전자금을 선투입해야 하는 사업구조 때문이다.
KR은 회복 경로에서 자구책의 여지도 작다고 봤다. 자산매각, 자본확충, 계열지원 및 부채성 자본 조달 등 다양한 재무구조 개선수단이 이미 활용된 만큼 향후 차입금 상환의 상당 부분은 영업활동에서 창출되는 현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장도 이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9월 7일 기준 주요 건설사 회사채 3년물 시장금리는 AA급을 제외하면 등급별 기준수익률을 20~180bp 웃돌았고, 차입부담이 큰 업체는 150bp 안팎의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
등급군별 시차: AA는 버텼고, A는 벌어졌다
회복 속도는 등급군별로 갈린다.
AA급인 DL이앤씨와 현대건설은 업황 저하기에도 순현금 구조를 유지했다. 다만 현대건설은 해외 손실과 운전자본 부담으로 과거 1조원을 웃돌던 순현금 규모가 크게 줄어 회복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국기업평가는 짚었다.
A급은 2021년 대부분 양호한 수익성과 낮은 레버리지를 보였으나 2025년에는 업체별 편차가 가장 큰 등급군이 됐다. 아이파크현대산업개발(A/안정적)은 2021년 순현금에서 올해 6월 말 1.3조원 순차입으로 바뀌었지만 부채비율은 128%로 2021년과 비슷하고 연 4조원 안팎 매출에 양호한 수익성을 내고 있어 A급 내에서 정상화가 빠른 편으로 평가됐다. 롯데건설(A/안정적)은 순차입금이 2021년 말 0.6조원에서 올해 6월 말 2조원을 넘었고, 2027년 약 20개 사업장 준공을 앞두고 공사비 투입이 이어져 "단기간 내 크게 감소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붙었다.
부정적 전망이 걸린 두 회사는 실적과 재무의 괴리가 가장 크다.
대우건설(A/부정적)은 지난해 해외 추가원가와 국내 부진사업장 대손 등으로 약 8000억원 손실을 인식한 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 10%를 넘겼지만, 재무구조는 2021년 순현금에서 올해 6월 말 3.1조원 순차입으로 돌아서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생활형숙박시설·지식산업센터 등 비주택 사업의 미분양·미수금 리스크가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영업실적이 안정화되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재무구조 개선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포스코이앤씨(A+/부정적)는 2024년 말 순현금에서 2025년 말 0.8조원, 올해 6월 말 0.9조원 순차입으로 전환했고, 대구 미분양 사업장의 공사미수금과 PF 우발채무가 남아 있다. 7월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부채비율 등 지표는 개선되겠지만 "본원적인 재무구조 회복을 위해서는 영업현금창출을 통한 차입부담 완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단서가 달렸다.
BBB급은 오히려 먼저 움직였다. 자금시장 경색을 직접 받은 탓에 보수적 수주와 자산매각이 일찍 이뤄졌고, 한신공영(BBB/긍정적)은 차입부담이 높은 종속회사 지분을 순차 매각해 연결 순차입금을 2023년 말 0.8조원에서 올해 6월 말 0.5조원으로 줄인 끝에 지난 6월 정기평가에서 전망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손실기 이후 등급전망이 올라간 첫 사례다.
"2027년이 첫 시험대"…실적 아닌 재무정책을 본다
한국기업평가 추정에 따르면 주요 건설사의 순차입금은 2027년 들어 본격적인 감소세로 돌아선다. 고원가 현장이 끝나고 정상 원가환경의 수익성이 확인되는 시점이기 때문.
한국기업평가는 "순차입금이 감소세로 전환되는 것만으로 재무구조가 정상화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손실기 이전인 2021년 수준까지 완전히 돌아가지 않더라도 안정적 현금창출을 바탕으로 차입이 줄고 그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지면 신용도에 반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차입 상환을 우선하는지, 사업 확대 투자를 이어가는지의 재무정책이 모니터링 요소로 명시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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