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선택

해외 비중 80% 삼양식품 'AA-' 올라선 사이…내수 식품사는 판가·과징금 '이중 압박'

6개 수출사 해외매출 14조원, 국내는 감소 전환 영업이익률 15% 넘는 곳은 오리온·삼양식품뿐 삼양식품 4월 3사 동반 'AA-' 담합 과징금 부과기준율 상향은 새 재무 변수

산업 |심두보 기자 | 입력 2026. 09. 28. 10:22
삼양그룹 본사 전경 / 출처=삼양그룹 뉴스룸
삼양그룹 본사 전경 / 출처=삼양그룹 뉴스룸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국내 식품산업의 신용 지형이 내수와 수출로 갈라지고 있다. NICE신용평가는 28일 발간한 스페셜리포트에서 국내 식품 판매액 성장률이 지난해 0.2%로 사실상 멈춘 반면 해외매출 비중이 높은 6개사의 해외매출은 11% 늘었다며 "지속적인 성장과 수익성 확보를 위해서는 해외시장 진출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해외매출 비중이 높다고 영업수익성이 따라오는 것은 아니어서, 해외에서 제품경쟁력을 확보했느냐가 식품사 신용도의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멈춘 내수, 커지는 수출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 2025년 국내 식품 판매액은 81조9000억원으로 전년(81조7000억원)보다 0.2%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17년 이후 연평균 5.2% 성장하던 시장이 외형 정체 국면에 들어선 것이다. 판매액 지수를 뜯어보면 가격 효과를 뺀 불변지수는 2021년 이후 줄곧 내리막이어서, 겉으로 보이는 성장은 판가 인상의 결과일 뿐 실제 소비량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 NICE신용평가의 해석이다.

구조적 요인은 인구다. 총인구는 2019년 5184만명을 정점으로 올해 7월 5109만명까지 줄었고, 65세 이상 비중은 2025년 21.2%에서 2050년 40.1%로 높아질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추계를 인용하면 2033년 곡물류 섭취량은 2022년 대비 22%, 육류는 12% 감소한다. 여기에 가구당 실질소득이 연 1800만원 선에서 장기 정체하면서 가구당 실질 식료품·비주류음료 소비액은 2021년 이후 감소세다.

수출은 정반대다. 2025년 농림수산식품 수출액은 135억6000만달러로 2016년 이후 연평균 5.2% 늘었고, 올해 1~7월은 84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1% 증가했다. 연간 1억달러 이상 수출 품목은 2016년 12개에서 지난해 18개로, 1억달러 이상 수출국은 14개국에서 21개국으로 늘었다. 국내 판매액 대비 수출액 비중은 2017년 9.8%에서 2025년 12.7%로 높아졌다.

6개사 해외매출 14조원, 국내는 감소 전환

기업 단위로 보면 양극화는 더 뚜렷하다. NICE신용평가가 해외매출 비중 30% 이상인 6개사(CJ제일제당 식품부문·롯데칠성음료·대상·삼양식품·오리온·농심)의 연결 실적을 합산한 결과 2025년 국내매출은 17조1000억원으로 1.0% 줄어든 반면 해외매출은 14조원으로 11.0%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국내매출은 8조6000억원(1.9% 증가)에 그쳤지만 해외매출은 7조9000억원으로 15.7% 증가했다. 국내에서 성장세를 유지한 곳은 삼양식품과 오리온뿐이다.

회사별 해외매출 비중은 삼양식품 80.1%, 오리온 65.6%, CJ제일제당(식품부문) 51.4%, 롯데칠성음료 38.5%, 대상 34.2%, 농심 30.2%다. 롯데칠성음료는 2023년 9월 필리핀펩시(PCPPI)를 종속법인으로 편입하며 해외 비중이 2022년 8.3%에서 38.5%로 뛰었고, 대상은 올해 3월 독일 아미노산 제조사 Amino GmbH를 인수해 연 1000억원 안팎의 해외매출이 더해질 전망이다. 농심은 올해 상반기 해외 비중이 33.9%까지 올라갔고 하반기 부산 수출전용공장 준공을 앞두고 있다. 삼양식품은 내년 1월 중국 공장 준공으로 처음 해외 현지 생산에 들어간다.

NICE신용평가가 강조한 대목은 해외 비중과 수익성의 괴리다. 해외매출 비중 10% 이상인 주요 10개사의 2025년 영업이익률을 비교하면 오리온과 삼양식품만 15%를 웃돌 뿐 CJ제일제당·대상·롯데칠성음료·농심·오뚜기·풀무원식품·롯데웰푸드·삼양사는 3~5%대에 머물렀다.

NICE신용평가는 리포트에서 "높은 해외매출 비중이 반드시 높은 영업수익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초코파이·감자스낵, 불닭볶음면처럼 "현지 소비자 수요에 부합하는 제품경쟁력을 확보한 업체들은 차별화된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짚었다.

이 차이는 이미 등급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NICE신용평가는 지난 4월 3일 삼양식품의 장기신용등급을 A+(긍정적)에서 AA-(안정적)로 올렸다. 2020년 6485억원이던 연결 매출이 2025년 2조3500억원으로 연평균 29.4% 성장했고 2023~2025년 EBITDA 마진이 평균 22.0%, 2025년 말 순차입금/EBITDA가 0.2배에 불과하다는 점이 근거였다. 삼양식품은 3사 모두에서 AA-를 받은 뒤 4월 24일 1500억원 규모 공모채를 2년물 3.81%, 3년물 3.99%에 발행해 1년 전(4.057%·4.063%)보다 조달금리를 낮췄다.

과징금 부과기준율 상향, 내수 기업의 새 재무 변수

내수 기업에는 판가 압박에 더해 제재 리스크가 붙었다. 올해 2월 출범한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는 가공식품·밀가루·전분당을 민생 핵심 먹거리로 지정해 가격을 점검하고 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돼지고기·설탕·밀가루·전분당 담합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NICE신용평가는 설탕·밀가루·전분당 세 건의 과징금이 1조8269억원이라고 집계했다.

더 큰 변수는 4월 30일 과징금 고시 개정이다.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의 부과기준율 하한이 관련 매출액의 10.5%에서 18%로, 중대한 위반은 3%에서 15%로 올라갔다. NICE신용평가는 수년간 이어진 담합 매출에 과징금이 매겨지는 구조상 "향후 담합 적발 시 그 영향은 회사의 재무안정성에 매우 큰 영향을 줄 만큼 처벌 강도가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원가도 우호적이지 않다. 올해 8월 기준 밀·옥수수·대두 국제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42.8%, 20.8%, 18.4% 올랐고 대두유·팜유 등 유지류도 10~30% 높다. 원/달러 환율이 6월 평균 1527.3원에서 8월 말 이후 1350원 안팎으로 내려왔지만, NICE신용평가는 이를 "새로운 원가 절감 요인이라기보다 기존 상승 압력을 일부 완화하는 정도"로 봤다.

×

댓글 (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댓글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