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김나연 기자| 미국 온라인 증권사 로빈후드가 헬스케어 스마트링 제조사 오우라의 기업공개(IPO) 인수단에 이름을 올렸다. 과거 밈 주식 열풍을 이끌었던 증권사 로빈후드가 단순 공모주 판매를 넘어 공식 인수 업무에 뛰어들며 투자은행(IB) 영역에 첫발을 내디뎠다.
오우라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이번 상장의 대표 주관사(Lead bookrunner)는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건, 앨런앤컴퍼니, 제프리스가 맡았다. 공모가 산정과 수요예측, 기관 배정, 딜 구조 설계를 주도하는 이들 대형 투자은행이 주요 업무와 수수료 수익 대부분을 가져간다. 로빈후드는 주관사단 명단 18곳 중 가장 마지막에 이름을 올렸다. 전체 딜을 주도하는 공동주관사급은 아니지만, 다른 대형 투자은행들과 함께 공모주 인수 책임을 분담하는 공식 인수단 연합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다.
로빈후드는 과거 대형 투자은행이 넘겨준 물량을 자사 고객에게 중개하는 판매사(Selling group member)에 머물렀으나, 이번 오우라 상장에서는 정식 인수단(Underwriter)으로 계약상 공모주를 직접 인수할 의무를 지게 됐다. 지난 6월 금융당국의 인가를 거쳐 단순 증권 중개를 넘어 공모주 미매각 위험과 증권신고서 법적 책임까지 직접 부담하는 본격적인 IB 사업에 첫발을 뗀 셈이다.
로빈후드가 인수단으로 참여하면서 자사 고객인 개인 투자자에게 배정할 공모주 물량을 확보하는 데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대형 공모주 시장에서 투자은행들은 대규모 주식을 장기 보유할 가능성이 높은 기관 투자자 위주로 물량을 우선 배정해 왔다. 개인 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려도 일반 증권사에 배정되는 물량은 턱없이 부족했다. 블라드 테네프 로빈후드 최고경영자는 지난 6월 금융당국으로부터 인수 업무 인가를 받았을 당시 "이 분야에서 파괴적인 혁신을 일으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제레미 미첼스 퍼듀대 대니얼스 경영대학원 부교수는 "보통 개인 투자자는 배정되고 남은 몫을 받는 존재로 여겨져 왔다"며 "로빈후드가 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그 역할이 바뀔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여름 초 상장한 스페이스X의 경우 개인 투자자 청약 신청액이 1000억 달러에 달했다. 스페이스X는 통상적인 수준보다 많은 20%가량을 개인에게 배정했으나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상장 당일 소셜미디어 X에는 신청 수량보다 훨씬 적은 주식을 배정받은 투자자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시장 환경도 로빈후드에 우호적이다. 미국 노동절 연휴 이후 대형 기업들의 상장이 잇따르면서 2026년은 역대 최대 공모 규모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르면 다음 달 상장이 예상되는 인공지능(AI) 기업 앤스로픽은 스페이스X가 세운 850억 달러 기록을 넘어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IPO를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경쟁사인 오픈AI도 상장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여 AI 핵심 종목을 확보하려는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초기 파급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 리나 아가왈 조지타운대 재무학 교수는 이번 참여가 로빈후드의 성과라면서도 "현재 시점에서 대형 투자은행들이 위협을 느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개인 투자자가 많을 수는 있지만, 유입되는 자금 규모는 여전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트니스 측정용 스마트링으로 월가와 건강 관리 애호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끈 오우라는 시장에서 110억 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로빈후드와 오우라는 이전부터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다. 블라드 테네프 최고경영자는 평소 오우라 반지를 착용해 왔다. 오우라는 로빈후드의 상장을 주도했던 제이슨 워닉 전 최고재무책임자를 이사회 멤버로 영입했다. 로빈후드 역시 지난 3월 비상장 주식 투자 펀드인 로빈후드 벤처스 펀드 I을 출시하며 오우라에 투자했다. 오우라는 데이터브릭스, 오픈AI와 함께 해당 펀드에 편입돼 있으며 비중은 3.64%다.
고객층도 상당 부분 겹친다. 오우라 이용자의 42%는 30세에서 45세 사이이며, 31%는 29세 이하다. 지난해 기준 로빈후드 이용자의 중간 연령도 35세다. 로빈후드가 주식 배정을 돕는 사이 오우라는 로빈후드의 개인 투자자를 잠재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올봄 출시된 로빈후드 프리미엄 신용카드에는 출시 초기에 오우라 무료 구독 혜택이 포함되기도 했다. 해당 혜택은 이후 경쟁사 웁(Whoop)의 구독권으로 대체됐다.
로빈후드는 지난 2021년 자체 상장 당시에도 통상 10% 수준인 개인 배정 비중을 25%까지 끌어올렸다. 당시 30만 명이 넘는 이용자가 참여했으며, 20억 달러를 조달해 기업가치 320억 달러를 인정받았다.
블라드 테네프 최고경영자는 지난 4월 당시를 언급하며 "개인 투자자에게 공모주를 배정받아 오기 위해 정말 온갖 노력을 다하고 부탁까지 해야 했다"며 "이제는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거의 모든 주요 IPO가 로빈후드 플랫폼에 들어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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