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기업이 한 해 창출한 이익을 ‘피자 한 판’이라고 했을 때 이 피자를 나눠 갖는 핵심 주체는 크게 세 곳이다. 국가는 기업 활동을 뒷받침한 대가(인프라)로 세금을 걷어가고, 주주는 투자한 자본의 대가로 배당을 받는다. 남은 이익은 기업에 쌓여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 신사업 등 미래 성장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된다. 최근 산업계를 달구는 ‘N% 성과급’ 논쟁은 이 피자를 나누는 기존 공식에 변화를 요구한다. 임금과 기존 성과급을 넘어 기업이 거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사전에 근로자의 몫으로 정하자는 요구다. 쟁점은 한정된 피자를 주주환원과 미래 투자, 근로자 보상 사이에서 어떻게 나눌 것인가다. 본지는 N% 성과급을 둘러싼 산업계 현황과 노사관계 변화, 지속 가능한 성과 배분의 방향을 짚어본다.

|스마트투데이=박재형 기자| 올해 산업계를 뜨겁게 달군 ‘N% 성과급’ 논쟁의 해법으로 기업별 여건에 맞는 보상 설계와 투명한 노사 협의가 떠오르고 있다.
N% 성과배분을 요구하는 노조는 기업 성과를 함께 만든 노동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과실을 공정하게 나누고 회사 재량에 좌우됐던 성과급 산정 기준도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경영계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고정할 경우 경기와 업황에 따른 투자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고 맞선다.
해외에서도 근로자와 기업 이익을 공유하는 다양한 제도가 운용되고 있지만 하나의 ‘N% 공식’으로 수렴하지 않는다. 기업별로 이익을 계산하는 산식과 지급 절차, 상한 등을 달리 두고 있어 국내에서도 산업 전체에 동일한 비율을 적용하기보다 업종과 기업의 특성에 맞는 성과배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계, “기업 성과는 이해관계자에게 고루 분배돼야”
노동계 주장의 핵심은 ‘성과 공유’다.
기업의 실적이 좋아질수록 근로자 역시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아야 하며, 영업이익 등에 성과급을 연동하면 회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던 지급 규모를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
이때 N% 성과급이 노조의 공동 요구는 아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관계자는 스마트투데이에 “금속노조에서 공동으로 요구한 것은 기본급 인상안이다. 성과급 관련해서는 각 사업장이 재무 정보를 파악해 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현대자동차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전년도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했지만 최종 합의에는 해당 방식이 빠지고 기본급 10만원 인상과 성과금 400%+1270만원, 주식 15주 등 기존 정률·정액 방식이 반영됐다. N% 성과급이 교섭 요구안으로 제시되더라도 실제 합의 과정에서는 기업별 경영상황과 노사 협상 결과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조정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여전히 노사 교섭이 이어지는 HD현대중공업의 경우, 노조는 올해 영업이익 최소 30%의 ‘공정 성과 공유’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 노조 관계자는 “영업이익의 30%의 공정 분배를 요구하고 있는데 비단 일시적인 성과급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조선업 호황기에 영업이익이 많이 발생했다. 거기에서 최소한의 영업이익 발생분의 30% 정도는 노동자에게 재원이 쓰여야 된다라는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다만 노조 역시 영업이익이 노동만으로 만들어진다고 보는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노조 관계자는 “노동조합에서도 영업이익이 비단 노동자의 노동으로 발생한다고 보고 있지는 않다”라며 “기업을 운영하는 데 이해관계자에 대한 모든 분배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노동계 주장은 기업의 지속적인 투자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성과 창출에 참여한 이해관계자에게 이익이 고르게 분배돼야 한다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
경영계, “성과에 따른 합리적인 보상 체계 마련해야”…해외도 이익 나누지만..
경영계의 시각은 다르다. 영업이익은 근로자의 생산성뿐 아니라 설비·기술 투자와 자본, 업황과 환율 등 다양한 요인이 결합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이에 일정 비율을 근로자 몫으로 고정할 경우 경영진의 자본배분 재량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밖에도 한 경영계 관계자는 “과도한 성과급 지급과 이를 제도화하는 것은 경영진이 경기·업황·투자 여건을 반영한 유연한 경영판단을 내리는 데 장애가 생기며, 이는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와 충돌할 우려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장기 투자여력과 경쟁력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기업의 사례를 살펴보더라도 영업이익 하나만을 성과급 기준으로 삼는 경우는 일반적이지 않다고 전한다. 미국의 애플, 구글, 엔비디아 등 글로벌 기업은 세전이익, 당기순이익, 주가수익률, EVA, ESG 지표, 장기성과 지표 등을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일 지표에 근거한 기계적 성과급은 기업의 장기 경쟁력 및 리스크 관리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
미국 구글의 경우 개인 성과평가 결과를 성과보상에 반영하고, 올해부터 우수 성과자 보상은 늘리고 중·하위권 보상은 줄여 개인 간 성과 보상 격차를 확대했다. 메타 또한 개인 성과평가 등급별 성과급 차등에 더해, 올해부터 극소수 우수인력을 대상으로 별도 보상 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TSMC는 정관상 임원 보상 및 직원 이익배분의 기준을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으로 보고 있다. 금액 배분은 노사협상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보상 관련 위원회와 이사회의 승인, 주주총회보고 절차를 거친다.
일본의 제일생명보험과 에너지 기업 에네오스는 상여금 산정 시 기업 실적, 소속 부문 실적, 개인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다. 이처럼 해외 기업들은 단일 이익 지표보다 회사·부문·개인의 성과를 함께 반영해 보상 기준을 다층적으로 설계하고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영업이익을 (성과급) 단일 기준으로 하는 글로벌 기업은 찾지 못했다. TSMC도 영업이익으로 하지 않고 있다”며 “영업이익의 회계학적 정의 사항은 주 영업 활동과 관련된 수익을 계산하는 곳인데, 투자 활동과 재무활동에서 발생하는 수익과 비용은 영업 외에 손익으로 잡는다”고 설명했다.
회계 구조상 영업이익 하나만으로 기업 전체의 성과와 실제 배분 여력을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업종과 자본구조, 투자 규모에 따라 기업마다 상황이 다른 만큼 하나의 지표와 비율을 일괄 적용하는 방식에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
성과급 ‘N%’ 경쟁 넘어…지속 가능한 성과배분 체계 마련해야
전문가들은 N%라는 성과배분 자체의 필요성을 놓고 찬반을 가르기보다 어떤 이익을 기준으로 삼고 어느 수준까지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설계가 중요하다고 본다. 업종과 자본구조, 투자 규모에 따라 기업마다 상황이 다른 만큼 하나의 지표와 비율을 일괄 적용하는 방식에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홍기용 교수는 “법인세, 금융 비용, 재무활동 등에 대해서 어떤 회사가 타인자본의 의존도가 많은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과도하게 고려되지 않게 되면 회사의 존립에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을 조정해서 복합적인 요인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회사마다 사정에 따라 달라지는 거지 (N% 성과급이) 모든 기업에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성과급 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노사가 이를 협의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건비 및 핵심 근로조건은 사전에 약속이 돼 있어야 하지만, 성과급은 기본적으로 사후 배분이다. 기업의 경영 성과, 경영 이익, 영업이익이라는 게 얼마가 날지 아무도 예상을 못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그는 “그렇다면 기업이 어떤 방법 또는 기준을 정해서 사후 배분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노사가 서로 협의하는 게 좋은 방법일 것”이라며 “노사협의회 등 제도를 통해서 통상적인 교섭의 영역이 아니라 기업의 의사결정에 노조도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는 그런 협의회 방식으로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법 아니겠냐”고 제언했다.
결국 N% 성과급 논쟁의 핵심은 기업이 창출한 성과 가운데 무엇을 배분할 수 있는 이익으로 볼지, 투자자의 주주환원·근로자 보상을 어떤 원칙으로 조화시킬지를 정하는 데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별 사정을 반영할 수 있는 자율성을 보장하되 산정 기준과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노사가 이를 협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지속 가능한 성과배분 체계를 위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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