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기업이 한 해 창출한 이익을 ‘피자 한 판’이라고 했을 때 이 피자를 나눠 갖는 핵심 주체는 크게 세 곳이다. 국가는 기업 활동을 뒷받침한 대가(인프라)로 세금을 걷어가고, 주주는 투자한 자본의 대가로 배당을 받는다. 남은 이익은 기업에 쌓여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 신사업 등 미래 성장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된다. 최근 산업계를 달구는 ‘N% 성과급’ 논쟁은 이 피자를 나누는 기존 공식에 변화를 요구한다. 임금과 기존 성과급을 넘어 기업이 거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사전에 근로자의 몫으로 정하자는 요구다. 쟁점은 한정된 피자를 주주환원과 미래 투자, 근로자 보상 사이에서 어떻게 나눌 것인가다. 본지는 N% 성과급을 둘러싼 산업계 현황과 노사관계 변화, 지속 가능한 성과 배분의 방향을 짚어본다.

|스마트투데이=박재형 기자| 산업계로 확산한 ‘N% 성과급’ 논쟁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시행을 계기로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기업이 번 이익을 직원에게 얼마나 나눌 지가 노사 협상의 핵심이었다면,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에는 어디까지가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에 산업 현장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노동봉투법 반년 넘았지만...원하청 실교섭 102곳 불과
지난 3월 10일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은 △사용자 범위 확대 △노동쟁의 개념 확대 △불법쟁의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제한 등이 주요 골자다.
특히 노동쟁의 개념 확대 범위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이 포함되면서 경영 판단과 근로조건 사이의 경계, 이른바 N% 성과급 등이 산업현장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다.
성과급, 투자, 공장 증설 등이 파업 대상이 되는지를 두고 노사 간 해석 차이와 혼란이 지속되는 것. 다만 투자 유치나 공장 증설, 지분 매각 등 경영 판단은 여전히 의무적 교섭이나 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 같은 혼선 속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기준 노란봉투법 관련 교섭요구를 받은 원청사업장은 456곳이다. 하청노조 1218곳이 원청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으며, 소속 조합원 수만 17만9511명에 달한다.
하청노조의 교섭요구를 받은 원청 사업장 가운데 실제 노사가 교섭 테이블에 마주한 곳은 102곳으로 22%에 불과하다. 원청이 사용자성을 부인해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거나 노동위원회 판단을 구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
혼선이 지속됨에 따라 회사와 노조 측 갈등을 장기화하고 산업현장에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원청 사용자성 기준은 어디까지?
이러한 상황에 산업계가 우려하는 것은 노란봉투법이 적용되는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개정법은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하청 근로자의 특정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원청을 사용자로 인정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이나 중대재해처벌법 등에 따라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사용자성이 어디까지 인정될지도 관심사다.
원청은 설비나 작업환경 등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사업장에서는 노동안전 관련 사용자성이 인정될 수 있어, 기업은 안전 의무와 노동법상 사용자 책임을 함께 살펴야 하는 상황이다.
사용자성 인정되더라도 문제는 ‘첩첩산중’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더라도, 교섭 범위를 둘러싼 문제가 남아 있다. 노조가 인정된 의제를 넘어 임금이나 복지 등 다른 사안까지 교섭을 요구할 경우 원청이 어디까지 응해야 하는지를 두고 현장 갈등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N% 성과급은 이 같은 모호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일반적인 기본급 인상이나 정액 성과급과 달리 N% 성과급은 영업이익 등 기업 경영성과의 일정 비율을 사전에 보상 재원으로 정한다.
근로자의 보상이라는 측면에서는 근로 조건과 맞닿아 있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투자·배당·재무구조 개선 등에 사용할 이익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와 연결되는 경영 판단의 성격도 갖는다.
노란봉투법 시행 전에도 성과급은 임단협의 주요 의제였지만 노동쟁의 범위가 경영상 결정까지 확대되면서 문제의 성격이 달라졌다.
N% 성과급 요구가 법적으로 의무교섭 또는 쟁의 대상에 해당한다면 노조는 단순한 보상 요구를 넘어 쟁의행위까지 연계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반대로 경영성과의 사후 배분으로 본다면 기업의 자율적 경영 판단 영역에 가깝다는 논리가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경영성과급이 기업의 경영 판단 영역에 가깝다고 분석한다. 구자형 율촌 변호사는 “경영성과급은 대법원 판결에서 판단한 바와 같이 영업이익에 연동되는 성과급은 이익 배분에 가깝다”며 “영업이익은 산업사이클이나 기업의 투자 등 다양한 요소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영업이익 배분은 경영 판단에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정부 ‘경계선’ 긋는다…현장 혼선 해소될까
논란이 불거지자 정부도 노란봉투법 보완에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주 노란봉투법 노동쟁의 범위를 시행령이 아닌 해석(시행)지침을 통해 보강하기로 했다. 새롭게 마련될 해석지침에는 노동쟁의 범위에 대한 세부 판정 기준이 담길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시행령 및 시행규칙으로 명확히 기준을 마련하라고 주문했지만, 법률상 명시적 위임 근거가 없으며, 신속한 현장 적용 필요성 등을 고려해 해석지침을 마련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앞서 노동부는 지난해 12월 노란봉투법 해석지침을 통해 구체적 판단 기준을 제시했는데, 여기에 사례 등을 더해 보다 구체화한 수준의 시행지침이 나올 예정이다. 아울러 노동부는 시행지침에 '영업이익 N% 성과급'의 노동쟁의 대상 여부도 담을 계획이다.
하지만 새 해석지침이 현장 갈등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을지에 회의적인 시선이 나온다. 노동계는 시행령뿐 아니라 해석지침으로도 노동쟁의 범위를 좁게 못 박는 건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축소하는 것이라며 반발한다.
반면 전문가들은 지침 수준의 대응은 법적 구속력과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구자형 율촌 변호사는 “해석지침은 법령이 아니고 법령의 해석이기 때문에 법원과 노동위원회는 해석지침에 구속되지 않는다. 해석지침으로는 부족하고 법률 및 시행령 등 정비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영업이익이 투자, 연구개발(R&D), 주주환원의 재원도 되는 것이기에 N% 성과급이 의무교섭 또는 쟁의의 대상으로 인정된다면 여러 경영상 의사결정에 제약이 될 수 있다”며 “일정 수준을 넘는 N% 성과급은 주주총회의 승인사항을 명시하는 등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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