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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은 미국 리쇼어링, 낸드는 아시아 잔류…공정별 투자처가 갈린 이유는?

SK하이닉스 인디애나 HBM 후공정 착공…40억달러 이상 투자해 2029년 하반기 양산 목표 마이크론도 美 D램 전공정 확대…AI 연산 메모리 중심으로 리쇼어링 가속 SK하이닉스 M17·키옥시아 K3·마이크론 싱가포르 등 신규 낸드 팹은 아시아 선택

산업 |김나연 기자 | 입력 2026. 08. 31. 17:28
SK하이닉스 인디애나 팹 렌더링 이미지 | 사진=SK하이닉스 공식 웹사이트
SK하이닉스 인디애나 팹 렌더링 이미지 | 사진=SK하이닉스 공식 웹사이트

|스마트투데이=김나연 기자| SK하이닉스가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첨단 패키징 공장 건설에 들어가면서 글로벌 메모리 업체의 미국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HBM 후공정을 현지화하고 마이크론이 미국 내 첨단 D램(DRAM) 전공정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하면서, 인공지능(AI) 가속기에 직접 투입되는 연산 메모리 생산 기능이 미국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반면 최근 다시 증설 사이클에 진입한 낸드플래시(NAND) 신규 생산시설은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에 집중되면서 메모리 제품별 투자 지도가 엇갈리고 있다.

美로 들어가는 D램·HBM…AI 연산 메모리부터 리쇼어링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서로 다른 공정 단계를 내세워 미국 공급망에 진입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HBM 완제품 패키징 후공정부터 현지화하는 반면, 마이크론은 D램 웨이퍼 생산 전공정부터 미국 내에 구축하는 방식이다. 생산 거점을 두는 공정 위치는 엇갈리지만, 두 기업 모두 AI 가속기 연산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메모리 공급망을 미국 내에 확보한다는 방향성을 공유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인디애나 투자는 미국 내 첫 HBM 생산기지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한국에서 D램 웨이퍼 생산부터 HBM 패키징까지 전 과정을 수행해 왔으나, 인디애나 공장이 가동되면 HBM 최종 완성 단계가 미국 공급망에 편입된다. 인디애나 공장은 한국에서 생산한 첨단 D램 웨이퍼를 들여와 여러 개의 D램 다이를 적층한 뒤 HBM으로 패키징하고 테스트하는 시설이다. SK하이닉스는 2028년 10월 클린룸을 열고 2029년 하반기부터 차세대 HBM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첨단 패키징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개발(R&D) 테스트베드도 함께 구축한다.

마이크론은 D램 웨이퍼 전공정부터 미국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2022년 미국 반도체지원법(CHIPS Act) 시행 이후 아이다호 보이시와 뉴욕 클레이에 신규 D램 생산시설 투자를 추진 중이다. 보이시에서는 2개의 첨단 D램 팹을 순차적으로 짓고 있으며 첫 번째 팹은 2027년 중반, 두 번째 팹은 2028년 말 웨이퍼 생산을 목표로 잡았다. 뉴욕 클레이에도 최대 4개의 D램 팹으로 구성되는 메가팹을 구축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장기적으로 전 세계 D램 생산량의 약 40%를 미국에서 생산하고, 두 번째 보이시 팹 완공 이후에는 HBM 첨단 패키징 기능까지 추가해 D램 웨이퍼 생산부터 HBM 완제품까지 미국 내에서 일괄 처리하는 공급망을 완성할 방침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다른 전략을 택했다. 삼성전자의 미국 반도체 투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와 오스틴을 중심으로 한 첨단 로직 및 파운드리 사업에 집중돼 있다. 현재까지 공식화된 미국 내 D램이나 HBM 생산시설 계획은 없다. 글로벌 메모리 3사가 모두 미국 반도체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나 메모리 생산의 현지화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주도하는 형국이다.

AI가 살린 낸드 투자…신규 팹은 아시아 거점 집결

D램과 HBM이 미국으로 생산 거점을 넓히는 사이 낸드 시장에서도 대규모 증설이 본격화되고 있다. 신규 투자지는 기존 아시아 생산 거점에 집중되는 추세다.

낸드는 생성형 AI 투자가 급증했던 초기 국면에서 감산과 설비투자 축소 국면을 거쳤다. 2022년부터 이어진 공급과잉으로 낸드 업체들이 감산과 설비투자 조정에 나선 사이, AI 서버용 HBM과 고용량 D램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신규 투자는 HBM과 선단 D램을 중심으로 먼저 확대됐다.

AI 데이터센터의 스토리지 수요가 본격화하면서 낸드 투자 환경도 급변했다. 생성형 AI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데이터 규모가 커지면서 기업용 SSD(eSSD)와 고용량 QLC 낸드 수요가 급증했고, 메모리 제조사들도 신규 팹 증설을 재개했다.

SK하이닉스는 신규 낸드 생산기지로 충북 청주를 낙점했다. 청주 M17에는 1단계로 19조 1000억원을 투입하고 장기적으로 약 8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2027년 착공해 2028년 말 첫 클린룸을 여는 것이 목표다. HBM 후공정 거점을 인디애나로 확장하는 동시에, 대규모 낸드 웨이퍼 생산능력은 기존 생산 생태계가 탄탄한 국내에 집중하는 구조다.

마이크론 역시 신규 낸드 웨이퍼 팹을 싱가포르에 짓고 있다. 마이크론은 약 240억달러를 투자하는 싱가포르 낸드 팹을 착공했으며 2028년 하반기 웨이퍼 생산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 중이다.

키옥시아와 샌디스크 또한 일본 생산 거점을 중심으로 생산능력을 확장한다. 키옥시아는 기타카미 K2 가동에 이어 K3 건설에 착수했고, 양사는 2032년까지 일본 플래시메모리 사업에 310억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AI 데이터센터와 에이전틱 AI, 피지컬 AI 확산에 따른 대용량 스토리지 수요 증가가 대규모 투자를 뒷받침하고 있다.

공급망 결합도와 기존 클러스터 생태계가 가른 투자처

D램·HBM과 낸드의 투자 지도가 갈리는 배경에는 AI 공급망 내 결합 방식과 기존 생산 생태계의 차이가 자리 잡고 있다.

HBM은 GPU와 함께 단일 패키지로 결합되는 핵심 연산 메모리다. HBM 수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가속기 제조사가 GPU를 충분히 제작하더라도 완제품 출하가 불가능하다. AI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 내에 확대하려는 미국의 정책 기조와 맞물려, 마이크론의 첨단 D램 전공정과 SK하이닉스의 HBM 후공정 투자가 미국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배경이다.

반면 낸드는 대규모 데이터를 저장하는 핵심 부품이지만 GPU 패키지와 물리적으로 직접 결합되는 구조는 아니다. 공급 부족이 AI 가속기 모듈 생산을 즉각 중단시키는 병목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아 공급망 내 위치가 D램과 차이를 보인다.

기존 생산 클러스터의 존재도 핵심 요인이다. 낸드 업계는 한국 청주와 일본 욧카이치·기타카미, 싱가포르, 중국 등 아시아 전역에 거대한 생산 기반을 구축해 왔다. 반도체 제조 장비와 소재 공급망, 숙련 인력이 집중된 기존 클러스터를 확장하는 편이 신규 부지에 팹을 세우는 것보다 비용과 공정 효율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투자 전략은 이러한 구조적 차이를 보여준다. SK하이닉스는 HBM 패키징 거점을 미국에 마련하면서도 D램과 낸드 웨이퍼 생산능력 확대는 용인과 청주를 중심으로 진행한다. 마이크론 역시 AI용 첨단 D램은 미국 본토에 대규모 신규 팹을 세우고, 낸드는 기존 핵심 거점인 싱가포르에 240억달러를 추가 투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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