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김나연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종이 시험대에 오른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2027년까지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다만 시장의 관심은 단순한 업황 회복 여부를 넘어 AI 투자가 현재 속도로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지에 쏠리고 있다.
엔비디아가 26일(현지시간) 미국 증시 마감 후 내놓을 2027회계연도 2분기 실적은 이 같은 메모리 강세론을 검증하는 첫 관문이 될 전망이다. 엔비디아의 분기 매출과 주당순이익(EPS)보다 2027년 AI 인프라 투자 전망, 차세대 플랫폼 베라 루빈(Vera Rubin) 출하 일정, GPU당 HBM 탑재량 등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향후 실적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다.
현대차증권이 집계한 시장 컨센서스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2027회계연도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6.1% 증가한 916억 4000만달러, 조정 EPS는 98.1% 늘어난 2.08달러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단순한 호실적만으로는 주가 상승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엔비디아는 최근 4개 분기 연속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고도 발표 직후 주가가 하락했다. 시장의 시선이 현재 실적에서 향후 성장률로 옮겨간 결과라는 분석이다.
IB들은 여전히 강세…설비투자 늘어도 2027년까지 공급 부족
글로벌 IB들의 메모리 업황 전망은 여전히 견고하다.
골드만삭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설비투자(CAPEX)가 각각 59%, 75%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D램 공급 부족률을 올해 5.0%, 2027년 5.9%로 전망했다. 낸드 역시 올해 4.4%, 내년 4.6%의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메모리 제조사의 투자가 늘어도 수요 증가세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설비투자 증가가 곧바로 공급 과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이번 사이클의 특징이라는 분석이다.
JP모건이 아시아 테크 투어에서 만난 메모리 제조사들은 향후 12~18개월 동안 신규 생산능력 확대보다 선단 공정 전환을 중심으로 비트 단위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신규 낸드 클린룸이 본격적인 공급 확대로 연결되는 시점도 빨라야 2029년으로 예상된다. HBM 생산 확대 역시 동일한 웨이퍼에서 생산할 수 있는 범용 D램 물량을 줄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결국 HBM 증산이 범용 D램 공급을 제한하는 구조여서 AI 서버 수요가 HBM뿐 아니라 전체 D램 가격을 함께 밀어 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HBM 시장 성장세는 더욱 가파르다. 골드만삭스는 HBM 시장 규모가 올해 67% 증가한 뒤 2027년에는 108%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도 지난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3분기 HBM4 매출이 전 분기 대비 3배 이상 확대되고, 하반기 HBM 매출 중 HBM4 비중이 60%를 넉넉히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역시 장기적인 AI 메모리 시장 성장을 낙관했다. BofA는 AI 데이터센터 시스템 시장이 2026년 5640억달러에서 2030년 약 1조 8000억달러로 확대되고, 같은 기간 AI 가속기 시장은 약 1조 100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HBM 시장은 2030년 2770억달러에 달해 AI 가속기 지출의 약 25%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IB들의 메모리 강세론은 PC나 스마트폰 재고 정상화에 기댄 과거의 전통적 업사이클과 결이 다르다는 평가다. AI 가속기의 성능 고도화와 데이터센터 증설이 서버 한 대당 메모리 탑재량을 늘리는 구조적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황보다 지속성이 문제…시장은 AI 투자 지속성에 주목
반면 시장의 시선은 한 단계 앞선 지속 가능성에 쏠린다.
JP모건은 최근 SK하이닉스 주가 조정 배경으로 AI 설비투자 지속성에 대한 우려, 오픈소스 AI 모델 확산, 실적 둔화 우려 등을 꼽았다. 삼성전자 역시 AI 설비투자의 지속 가능성과 메모리 가격 고점 논란, 메모리 탑재량 축소 우려가 주가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시장의 논쟁이 메모리 가격의 추가 상승 여부에서 빅테크 고객사들이 높아진 메모리 가격과 AI 인프라 비용을 언제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로 이동했다는 진단이다.
증권가에서 이번 엔비디아 실적의 가장 핵심적인 변수로 2027년 이후의 AI 설비투자 전망을 꼽는 이유다.
AI 서비스 수요가 늘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구글, 아마존 등 클라우드서비스사업자(CSP)가 데이터센터 투자를 확대하면 엔비디아 GPU 주문으로 연결되고, 이는 다시 HBM과 서버 D램, 기업용 SSD(eSSD) 수요로 이어지는 구조다.
반면 AI 서비스 수익화 속도가 둔화해 CSP들이 투자를 늦출 경우 GPU뿐 아니라 메모리 공급망 전체의 성장률도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증권도 엔비디아 실적 발표에서 2027년 이후 AI 설비투자 확대 여부와 데이터센터 가동률, 실제 AI 투자의 수익화 수준을 주요 관전 포인트로 제시했다.
베라 루빈과 HBM 탑재량…GPU보다 중요한 메모리 콘텐츠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 루빈 양산 일정도 국내 메모리 업계의 직접적인 변수로 꼽힌다.
엔비디아가 루빈 공급을 계획대로 확대하면 HBM4 출하 가시성이 높아지지만, GPU 공급 일정이 지연될 경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HBM 출하 시점도 함께 밀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시장에서는 GPU당 HBM 탑재량에도 주목하고 있다.
최근 시장에서는 HBM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으로 AI 가속기당 메모리 탑재량을 줄이는 최적화 가능성이 제기됐다. 12단 HBM을 8단으로 낮추거나 소캠(SOCAMM) 용량을 축소하면 GPU 출하량이 늘어나더라도 전체 메모리 비트 수요는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JP모건이 메모리 제조사를 통해 확인한 흐름은 수요 둔화와 거리가 있다. 12단에서 8단 HBM으로의 사양 변경이나 SOCAMM 용량 감소는 성능을 낮추기 위한 구조적 다운그레이드가 아니라, 극심한 공급 부족으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발생한 불가피한 조정이라는 설명이다.
수요 감소로 메모리를 덜 넣는 것과 메모리가 부족해 덜 넣는 것은 시장에 미치는 함의가 정반대라는 평가다. 후자의 경우 공급 부족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차증권 역시 국내 증시 관점에서 베라 루빈 생산 차질 여부와 함께 메모리 탑재량 축소 가능성을 핵심 점검 항목으로 제시했다.
엔비디아 마진은 메모리 가격 인상 흡수력 가늠자
엔비디아의 매출총이익률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 향방을 가를 주요 지표로 거론된다.
메모리 공급사에는 HBM과 서버 D램 가격 상승이 실적 개선 요인이지만, 엔비디아에는 원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2027회계연도 1분기 일반회계기준(GAAP) 매출총이익률 74.9%를 기록했고, 2분기 가이던스로 74.9%±0.5%를 제시했다. 현대차증권은 HBM과 서버 D램 등 주요 부품 가격이 오르는 가운데 GB300과 베라 루빈 등 고성능 제품 비중 확대를 통해 엔비디아가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엔비디아가 메모리 가격 상승분을 완제품 가격에 전가하며 높은 마진을 유지한다면 HBM 가격 인상 여력이 유지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반면 엔비디아 마진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고 부품 원가 부담이 부각될 경우, 향후 HBM 계약에서 메모리 업체의 가격 협상력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2027년 HBM 계약 가격 협상이 진행 중인 시점이라는 점에서 이번 실적의 영향력이 크다는 평가다. JP모건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2027년 HBM 가격 협상 후반부에 진입했다. JP모건이 추정한 2027년 HBM 평균판매단가(ASP) 43% 상승 전망치에 추가 상방 여력이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엔비디아가 2027년에도 견고한 GPU 수요를 제시한다면 HBM 출하량뿐 아니라 공급 단가까지 끌어올릴 동력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AI 메모리 수혜, HBM 넘어 D램·낸드로 확산
엔비디아 실적의 영향력은 HBM에 그치지 않고 메모리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AI 서버에는 GPU와 HBM 외에도 CPU와 고성능 서버 D램이 필수적으로 탑재된다. 특히 자율형 에이전트 AI 확산으로 추론 연산량이 급증하면서 CPU당 메모리 탑재량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JP모건은 서버 D램 탑재량 증가율이 과거 연간 15~20% 수준에서 향후 30% 이상으로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BofA도 전체 서버 CPU 시장이 2026년 약 610억달러에서 2030년 2100억달러로 성장하고, 이 중 AI CPU 시장은 420억달러에서 약 1800억달러로 급팽창할 것으로 전망했다.
낸드플래시 역시 AI 수혜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평가다.
추론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KV 캐시 데이터를 고가의 HBM이나 D램에 전부 저장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부 데이터를 기업용 SSD로 분산하는 오프로딩 기술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JP모건은 HBM과 D램의 가격 부담 속에서 KV 캐시 오프로딩을 위한 eSSD 활용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주력인 TLC 기반 제품 외에도 SLC, 초고속 입출력(IOPS) 지원 제품, Z-NAND 등 AI 추론에 특화된 신규 솔루션이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AI 투자의 축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확장될수록 메모리 수요 수혜는 HBM에서 서버 D램과 eSSD로 번져가는 구조라는 평가다.
장비·기판·테스트 주문 강세…IB 낙관론 뒷받침
실제 반도체 공급망에서도 업사이클 종료를 가리키는 신호는 뚜렷하지 않다는 진단이다.
골드만삭스가 국내 반도체 밸류체인 기업 20곳의 2분기 실적과 14개 기업 미팅을 분석한 결과, 전공정 장비와 기판·동박적층판(CCL), 칩 테스트, HBM 등 핵심 공정 전반에서 견조한 업황이 확인됐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국내 장비사들의 2분기 수주잔고는 크게 늘었으며, 주요 고객사들은 장비 납기를 앞당겨 달라는 풀인(pull-in) 요청을 이어가고 있다. D램과 HBM 팹 투자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기판·CCL 업체 역시 조사 대상 전 기업의 수주잔고가 전년 대비 세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AI 가속기와 800G 네트워크 스위치, 메모리 및 SSD 컨트롤러 수요가 견조한 반면 공급은 여전히 타이트한 상태라는 분석이다.
JP모건의 아시아 테크 투어 결과에서도 GPU와 주문형반도체(ASIC) 생태계 전반의 수요 강세가 확인됐다. 서버 제조사들은 2027년까지의 주문 물량을 확보했고, 일부는 이미 2028년 프로젝트를 논의 중이다. 오히려 메모리와 기판 부족이 서버 출하의 주요 병목으로 작용하는 실정이다.
글로벌 IB들의 메모리 낙관론이 단순한 가격 전망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산업 데이터에 기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는 실적 직결…삼성전자는 점유율 회복 관건
엔비디아 실적에 따른 국내 반도체 투톱의 민감도에는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가장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다는 평가다.
엔비디아의 GPU 출하가 늘어나면 HBM 수요 증가와 공급 단가(ASP) 상승이 곧바로 SK하이닉스 실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강한 GPU 수요가 확인될 경우 진행 중인 2027년 HBM 가격 협상에서도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JP모건은 SK하이닉스의 AI 메모리 경쟁력이 이익 체력을 구조적으로 높였으며, 메모리 업계가 업사이클 초입에 위치해 있다고 진단했다.
엔비디아가 견조한 수요 전망을 제시할 경우 SK하이닉스는 HBM 출하량 증가와 판가 상승으로 실적 추정치가 상향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HBM4를 둘러싼 시장의 추가 검증 과제가 남아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전체 HBM 시장 확대뿐 아니라 차세대 HBM4 공급을 늘려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AI 고객사 내 점유율을 얼마나 회복하느냐가 핵심 관건으로 꼽힌다.
JP모건은 삼성전자의 HBM·범용 D램 균형 전략과 장기공급계약(LTA) 확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HBM 기술 경쟁력 회복을 입증할 가시적 성과가 더 필요하다고 짚었다.
다만 공급망에서는 긍정적 신호도 포착된다. 골드만삭스가 삼성전자 HBM 생산의 대체지표로 추적한 화성·평택향 관련 플라스틱 필름 수입액은 지난 7월 전년 대비 134%, 연초 이후 누적으로 84% 증가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를 삼성전자의 HBM 생산 확대가 견조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신호로 해석했다.
SK하이닉스가 기존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엔비디아의 수요 증가를 실적으로 직결시키는 구조라면, 삼성전자는 HBM4 점유율 탈환 여부가 추가적인 실적 레버리지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적 숫자보다 중요한 원인…AI 수요 둔화 여부가 관건
시장에서는 엔비디아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더라도 그 배경을 면밀히 구분해 따져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라 루빈 등 신제품의 생산 차질로 출하가 지연되는 경우라면 HBM 출하 시점이 미뤄질 뿐 AI 수요 자체가 훼손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반면 CSP들이 데이터센터 투자를 축소하거나 GPU 주문을 줄이는 흐름이 확인될 경우, AI 메모리 수요의 전제 자체가 흔들리며 파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글로벌 IB들은 공급 제약과 AI 서버당 메모리 탑재량 증가를 근거로 2027년에도 메모리 수급이 타이트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장기적인 AI 투자 논리 역시 유효하다는 평가다. 도이체방크는 GPU 연산 비용이 2006년 이후 99% 이상 하락했음에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030년까지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AI 비용 하락이 오히려 이용량과 전체 투자를 촉진하는 제번스 역설(Jevons Paradox)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AI가 단순 소프트웨어를 넘어 대규모 물리적 인프라 구축을 요구한다는 점도 메모리 업종에 우호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도이체방크는 이번 AI 사이클에서 데이터센터, 하드웨어, 반도체 및 장비 기업이 랠리를 주도하고 있으며, 소프트웨어 혁신을 위해 하드웨어 투자가 선행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엔비디아 실적 발표는 단기 분기 실적 확인을 넘어 시장이 반영해 온 2027년 메모리 업사이클의 핵심 전제인 AI 인프라 투자의 지속성을 검증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엔비디아가 고객사들의 2027년 AI 인프라 수요 확대를 확인하고 베라 루빈의 순조로운 출하, 높은 HBM 탑재량을 제시하며 원가 부담 속에서도 고수익성을 유지한다면 메모리 강세론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반면 고객사 투자 둔화와 메모리 콘텐츠 축소가 확인될 경우 IB들이 제시해 온 2027년 메모리 공급 부족 시나리오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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