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최아랑 기자| “싸게 판다고 해서 왔는데 사람에 비해 물량이 너무 적어요. 한우를 사러 왔는데 한우도 별로 없네요.”
13일 오전 서울 홈플러스 영등포점. 정식 영업 재개 첫날을 맞은 매장은 오전부터 장을 보러 나온 고객들로 붐볐다. 카트를 끌고 과일과 채소 매대를 오가는 고객이 이어졌고 할인 행사가 진행된 축산 코너에는 한우를 사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수박과 감귤, 토마토 등 과일 매대에는 상품이 빼곡하게 들어찼고 밀키트와 가정간편식(HMR) 냉장고도 대부분 채워져 있었다.
특히 축산 코너에는 할인 상품을 사려는 고객들이 몰렸다. 판매대 주변에는 차례를 기다리는 고객들이 줄을 섰고 직원들은 상품을 정리하며 고객을 응대했다.
다만 준비 시간이 부족했던 탓인지 몰려든 고객에 비해 준비된 물량은 넉넉하지 않았다. 인근에 거주하는 60대 여성 A씨는 “오늘 처음 와봤는데 사람이 너무 많다”며 “싸게 판다고 해서 왔는데 사람에 비해 물량이 적고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해서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우를 사러 왔는데 한우 종류도 많지 않은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현장 직원들은 지난주 가오픈 때보다 이날 고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일상·가공 부서의 한 직원은 “고기도 행사를 하니까 고기 때문에 사람이 더 많다”며 “가오픈 때보다 오늘은 확실히 사람이 늘었다”고 했다.

고객은 늘었지만 근무 인력은 가오픈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 모든 직원이 출근하는 대신 카테고리별로 필요한 인원을 나눠 배치하고 있다는 게 현장 직원들의 설명이다.
일상·가공부서 한 직원은 “다 나오는 게 아니고 카테고리별로 몇 명씩 출근하라고 정해져 있다”며 “저희 같은 경우 원래 20명인데 현재는 14명 정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계산대 직원도 원래 8명인데 지금은 4명 정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품은 가오픈 당시보다 상당 부분 채워진 모습이었다. 신선식품 코너에는 과일과 채소가 촘촘하게 진열돼 있었고 HMR 코너에도 찌개와 전골, 샤부샤부 등 다양한 상품이 줄지어 놓였다. 라면과 조미식품 등 가공식품 매대에서도 고객들이 상품을 골라 카트에 담았다.

다른 직원은 상품이 채워진 정도에 대해 “가오픈할 때는 한 50% 정도였다면 지금은 체감상 한 70% 정도”라고 전했다. 가오픈 때보다 상품 구색은 나아졌지만 휴업 이전 수준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매장 전체가 같은 속도로 채워진 것은 아니었다. 식품 매대를 지나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상품이 놓이지 않아 선반이 그대로 드러난 냉장 진열대가 나타났다. 가운데에는 ‘상품 입고 준비 중’이라는 안내판만 놓여 있었다. 일부 반찬과 수산 코너에서도 긴 진열대 사이사이 빈 공간이 눈에 띄었다.

비식품 매장에서는 재정비 흔적이 더 뚜렷했다. 1층 일렉트로닉스 라운지 주변에는 카트가 줄지어 놓였고 뒤쪽에는 ‘새단장 준비 중’이라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었다. 일부 공간은 가림막으로 막혀 고객 출입이 제한됐다.
신발 매장도 휠라와 푸마 등 브랜드 간판과 진열대는 남아 있었지만 상당수 선반이 비어 있었다. 상품이 빠진 매대 곳곳에는 ‘더 나은 쇼핑환경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는 안내문이 놓였다. 식품 매대가 빠르게 채워진 것과 달리 일부 비식품 공간에서는 정식 영업 첫날에도 재정비가 이어졌다.

홈플러스는 이날 전국 67개 핵심 점포의 정식 영업을 재개했다. 이 가운데 아시아드점·남대구점·삼척점·보령점·오창점·송탄점·강릉점·구월점 등 8곳을 제외한 59개 점포는 온라인 영업도 다시 시작한다.
지난 7일부터 12일까지 가오픈을 진행하며 상품 입고와 시설·매장 운영 상태 등을 점검했다. 메리츠금융그룹으로부터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을 확보하면서 점포 문을 다시 열 수 있게 됐다.
홈플러스는 해당 자금을 상품 공급과 매장 운영비 등에 우선 투입하면서 신선식품과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납품망을 복원한다는 방침이다.
홈플러스가 우선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상품 공급 정상화다. 지난 7일 가오픈 당시 홈플러스가 밝힌 전국 점포 상품 입고율은 약 30% 수준이었다. 이후 주요 식품업체의 납품이 순차적으로 재개되면서 매대 사정은 개선되고 있다.
홈플러스는 고객 방문 빈도가 높고 상품 회전이 빠른 신선식품과 자체브랜드(PB) ‘심플러스’, 가공식품과 생필품 등을 중심으로 상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날 매장에서도 신선식품과 HMR, 가공식품 매대가 상당 부분 채워져 있었다.
다만 일부 주요 식품업체와의 거래 정상화는 아직 진행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일부 업체는 거래 조건과 납품 품목 등을 홈플러스 측과 조율하고 있다. 미정산 가능성을 우려한 납품업체들이 선입금이나 결제기간 단축 등 강화된 거래 조건을 요구하면서 협상에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개장 이후 고객 관심도 다시 늘고 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전 점포 임시휴업 이후 급감했던 마이홈플러스(MHC) 멤버십 앱 방문자는 최근 10만명 수준까지 늘어 지난해 수준을 회복했다. 이날 매장에서도 할인 상품을 중심으로 고객들이 몰리면서 가오픈 당시보다 붐비는 모습을 보였다.
홈플러스는 돌아온 고객 수요에 대응하는 동시에 제한된 운영자금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점포 운영 방식도 바꾼다. 일부 복층 점포의 영업 공간을 1000평 안팎의 단층으로 줄이고 식품과 생필품 등 구매 빈도가 높은 상품군에 집중하는 이른바 ‘트레이더 조(Trader Joe's)식’ 모델을 추진한다.
넓은 점포에 다양한 상품을 진열하는 기존 대형마트 방식에서 벗어나 판매가 빠른 상품을 중심으로 취급 품목을 줄이는 방식이다. 상품 매입에 필요한 운영자금 부담을 낮추고 재고 회전율과 점포당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점포 운영 체계를 재정비하고 상품 공급을 안정시킬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 점포 문은 다시 열렸지만 홈플러스의 회생 여부를 가를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은 다음달 4일로 3주가량 남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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