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김나연, 심두보 기자| 정부 주도 국민성장펀드를 유치하고 글로벌 임상을 위한 자금 용처까지 명확히 한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의 이번 조달을 두고 자본시장이 주목하는 마지막 과제는 지분 희석에 따른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리스크다. 총 5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와 전환우선주(CPS)가 향후 보통주로 전환될 권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딜은 발행 초기 물량이 시장에 출회되는 구조를 차단하고, 전환가액 조정 조건과 콜옵션 매수자 제한 등을 정교하게 설계해 주주가치와 경영권을 동시에 방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조달로 인한 잠재 전환 물량은 총 334만8960주다. 전환사채가 전량 보통주로 전환되면 주식총수 대비 3.08%인 113만8647주가 신규 발행된다. 전환우선주가 전량 보통주로 전환될 경우 발행되는 주식 수는 221만313주로 주식총수 대비 5.97%다. 두 물량을 단순 합산하면 약 9.05%의 잠재 희석 요인이 발생한다.
총량 기준으로는 지분 희석 요인이 존재하지만, 당장 시장에 매물이 풀리는 구조는 아니다. 리가켐바이오는 초기 희석 우려를 일축했다. 리가켐바이오 관계자는 "이번에 발행되는 전환사채와 전환우선주는 발행 시점에는 보통주가 아니므로 상장 보통주의 직접적·즉각적 희석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2년 전환 유예와 1년 의무보유…금융비용 부담 최소화
대규모 보통주 물량이 시장에 풀릴 때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이번 딜에는 여러 단계의 보호 장치가 마련됐다. 우선 전환 청구 시점을 늦춰 시간적 여유를 확보했다. 전환사채의 전환청구기간은 2028년 7월 24일부터 2036년 6월 23일까지며, 전환우선주의 전환청구기간은 2028년 7월 25일부터 2036년 6월 24일까지다. 자금 납입일이 2026년 7월 24일인 점을 감안하면 발행 후 최소 2년 동안은 주식 전환에 따른 물량 출회가 불가능한 구조다.
의무보유 조항 역시 단기 매물 출회를 막아주는 요소다. 사모 방식으로 발행되는 전환사채는 발행일로부터 1년간 전환 및 권면분할이 금지된다. 제3자배정 방식의 전환우선주 역시 주권교부일로부터 1년간 전량 의무보호예수된다. 이는 투자자가 단기간에 권리를 분할하거나 전환 물량을 조기에 시장에 유통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장치다.
이자와 배당 부담을 없애 조달 비용을 최소화한 점도 발행사에 유리한 대목이다. 전환사채의 무이자(0.0%) 조건 외에도 전체 조달액의 66%를 차지하는 3300억원 규모의 전환우선주 역시 이익배당을 지급하지 않는다. 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10년간 운용하면서 이자와 배당을 전혀 지급하지 않는 구조를 확보해 장기적인 주식 희석에 따른 금융 비용 부담을 상쇄했다.
연복리 1% 콜옵션과 12개월 리픽싱 주기…대주주 편법 차단
또 다른 안전장치는 매도청구권(콜옵션)이다. 리가켐바이오는 전환사채와 전환우선주 모두 발행 후 24개월부터 48개월까지 매 3개월마다 인수인에게 보유 물량의 최대 10%까지 매도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이때 매매대금은 대상 발행총액에 발행일로부터 연복리 1%를 가산한 금액으로 정해졌다.
연복리 1%의 프리미엄은 통상적인 메자닌 투자자들의 기대 수익률이나 시중 금리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향후 주가 상승으로 오버행 우려가 커질 때 회사가 적은 비용 부담으로 콜옵션을 행사해 시장 충격을 10%가량 줄일 수 있는 장치다.
특히 콜옵션 매수 지정자에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을 제외한 점은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리가켐바이오는 공시를 통해 콜옵션 매수 대상 지정자 중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은 제외된다고 명시했다. 과거 자본시장에서 일부 대주주가 콜옵션을 활용해 지분을 편법으로 늘리던 여지를 원천 차단한 것이다. 오버행 물량 소각이나 우호적 파트너 유치 등 기업 성장을 위한 용도로만 콜옵션을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전환가액 조정(리픽싱) 조항 역시 기존 주주에게 유리하게 설계됐다. 주가 하락에 따른 최저 조정가액은 전환사채와 전환우선주 모두 11만9500원으로, 최초 전환가액 14만9300원의 80% 수준이다. 보통 메자닌은 주가가 떨어지면 전환가액을 최초 가격의 70%까지 낮출 수 있지만, 리가켐바이오는 이 하한선을 80%로 묶어뒀다. 주가가 급락하더라도 전환가액이 과도하게 깎이지 않도록 한도를 좁혀 지분 희석 부담을 줄인 것이다.
통상 1~3개월마다 리픽싱을 진행하는 일반적인 메자닌과 달리, 리가켐바이오는 조정 주기 또한 발행일 이후 매 12개월마다로 길게 설정했다. 단기적인 주가 변동이나 공매도 등으로 주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하더라도 전환가액이 쉽게 낮아지지 않도록 차단한 셈이다. 주가 회복 시 전환가액을 최초 전환가액의 100%까지 다시 올리는 상향 조정 조항도 포함되어 기존 주주의 우려를 완화했다.
전환우선주의 의결권에 대해서도 안전장치가 작동한다. 이번에 발행되는 전환우선주는 보통주와 동일하게 1주당 1개의 의결권을 갖지만, 전체 조달액의 절반인 2500억원을 책임지는 앵커 투자자인 국민성장펀드(산업은행)의 물량은 예외다. 리가켐바이오는 국민성장펀드의 정책자금은 의결권이 제한되어 경영에 관여하지 않으며, 이사회 구성 등 기존 의사결정 체계에는 변화가 없다고 공지했다. 대규모 지분 배정에도 불구하고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 안정성을 확보한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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