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김한솔 기자| NH농협금융지주가 단일 주주인 농협중앙회를 대상으로 1조170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그러나 대규모 자본 확충에도 지주사가 자체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재원은 제한적이다. 조달 자금 대부분이 자회사 자본 보강에 투입되기 때문이다.
증자금 85% 자회사로…지주에 남는 재원은 제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는 지난 5월 29일 이사회를 열고 농협중앙회를 대상으로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농협금융 지분 100%를 보유한 중앙회가 신주 1582만2972주를 전량 인수하는 방식이다. 이번 증자로 조달되는 금액은 1조1709억원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 가운데 1조원은 자회사 자본 확충에 쓰인다. 농협은행에 5000억원, NH투자증권에 4000억원, NH농협캐피탈에 1000억원이 각각 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증자 대금의 약 85%가 자회사로 내려가는 셈이다.
지주사 입장에서는 조달 자금 대부분이 자회사로 배분되면서 미래 투자나 위기 대응에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이 한정된다. 다만 이는 자본을 지주 내부에 쌓아두기보다 영업 일선인 자회사에 투입해 자본 효율을 높이려는 지주회사 본연의 자금 배분(Capital Allocation) 기능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조원 넘는 자본 확충에도 지주 자체 여력이 크게 늘었다고 보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는 존재한다.
자회사 자본 확충이 필요해진 배경에는 위험가중자산 증가가 있다. 농협금융의 연결 기준 위험가중자산은 2023년 말 182조7504억원에서 2024년 말 205조6973억원으로 늘었다. 2025년 말에는 215조3722억원까지 증가했다. 2년 사이 증가폭은 32조6218억원에 달한다.
위험가중자산이 빠르게 불어나면서 보통주자본비율(CET1) 개선 속도는 더딘 편이다. 농협금융의 CET1 비율은 2023년 말 12.90%에서 2024년 말 12.16%로 하락했다. 2025년 말에도 12.25%에 그쳤다.
주요 상장 금융지주들이 13% 안팎의 CET1 비율을 자본 관리 기준으로 삼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농협금융의 자본비율 관리 부담은 상대적으로 크다.
중앙회로 나가는 배당, 계열사에 붙는 농업지원사업비
자본비율을 안정적으로 끌어올리려면 내부유보를 늘리거나 추가 자본 확충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농협금융은 중앙회 배당과 자회사 자본 수요가 동시에 맞물려 있어 자본을 내부에 쌓아가는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가 지분 100%를 보유한 단일 주주 체제다. 지주사는 매년 별도 순이익의 상당 부분을 중앙회 배당으로 지급하고 있다. 지주사 별도 기준 보통주 배당금은 2023년 7000억원에서 2024년 7550억원으로 늘었다. 2025년에는 7600억원까지 증가했다.
계열사 차원에서는 농업지원사업비도 부담한다. 농협금융 계열사의 농업지원사업비는 2023년 4926억원에서 2024년 6111억원, 2025년 6503억원으로 늘었다. 2025년 기준 중앙회 배당금과 농업지원사업비를 합산한 규모는 1조4103억원이다. 이러한 대규모 자금 유출은 농업·농촌 지원이라는 협동조합 금융의 태생적 목적에 기인한 구조적 딜레마다. 두 항목은 결과적으로 농협금융 내부에 이익이 축적되는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같은 구조는 지주 별도 기준 유보액에서 확인된다. 농협금융지주는 2025년 별도 기준 924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그러나 중앙회 현금배당 7600억원과 법정준비금 전입 등을 거친 뒤 다음 회계연도로 넘어간 차기이월 미처분이익잉여금은 830억원 수준에 그쳤다.
주요 금융지주와 비교해도 누적 유보 규모 차이는 뚜렷하다. 이는 이익 대부분을 내부에 유보해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일반 상장 금융지주와, 수익 상당 부분을 중앙회 고유 목적 사업을 위해 환원해야 하는 농협금융의 지배구조 차이에서 비롯된다. 2025년 말 기준 이익잉여금은 신한금융 41조7961억원, KB금융지주 38조3337억원, 하나금융지주 29조6908억원, 우리금융지주 28조7900억원 순이다. 농협금융지주의 연결 이익잉여금은 16조8153억원으로 집계됐다.
내부유보만으로 보통주자본을 빠르게 축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농협금융은 신종자본증권을 확대해 왔다. 신종자본증권은 바젤Ⅲ 기준상 기타기본자본(AT1)으로 인정돼 총자본비율 방어에는 기여한다. 다만 최상위 자본인 보통주자본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신종자본증권은 자본비율 관리에는 유효하지만 외부 투자자에게 정기적으로 분배금을 지급해야 한다. 구조적 한계로 내부 유보를 적절히 늘리지 못한 결과, 고비용 자본 조달에 기대게 되는 셈이다. 농협금융이 신종자본증권 분배금 명목으로 외부 투자자에게 지급한 금액은 2021년 177억원에서 2025년 770억원으로 늘었다. 5년 사이 약 4.3배 증가했다.
NH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지주사의 핵심 역할은 그룹 내 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이라며, "이번 중앙회의 유상증자는 지주의 자본 확충 목적이 아닌 계열사의 미래 성장동력 확충과 그룹 전체의 자본 효율성을 극대화 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농협금융지주의 중앙회에 대한 배당금 지급은 주주에게 수익 환원개념을 넘어 농업,농촌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의 공익적 성격을 가진다"며, "농업, 농촌 지원의 목적 달성과 함께 수익, 사업량 증가 등 기업의 지속경영가능성을 제고하며 적정수준의 배당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댓글 (0)
댓글 작성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