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국내 전력·전선 산업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 1분기 전력 3사 수주 잔액은 32조원, 전선 3사는 12조원 수준이다.
- 송전망 설치 지연 및 계통 병목이 산업 성장 변수로 떠올랐다.

|스마트투데이=박재형 기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과 글로벌 전력망 투자 확대가 맞물리면서 국내 전력·전선 산업이 구조적 호황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전력기기 3사(HD현대일렉트릭·효성중공업·LS일렉트릭)의 수주 잔액이 32조원을 넘어섰고, 전선기기 3사(LS전선·대한전선·가온전선) 역시 12조원대 일감을 확보하며 중장기 성장 기대감을 키운 것.
다만 송전망 확충 지연과 계통 병목 문제가 이들 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변수로 지적된다.
전력 32조·전선 12조 수주 잔액…K전력·전선 산업 ‘호황’
3일 업계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 확산과 글로벌 전력망 투자 확대가 맞물리면서 국내 전력·전선기기 기업들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전력기기 3사의 1분기 수주 잔액은 32조원을 돌파하며 최소 4~5년치의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HD현대일렉트릭은 초고압 변압기 등 대형 전력기기에 특화된 기술력으로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연이어 대규모 수주를 이어가고 있으며, 효성중공업은 미국 테네시주 공장 등 생산 기지를 통해 대형 송전망 운영사들의 수요를 직접 공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S일렉트릭은 미국 전력 인프라 수요 확대에 대응해 마이크로그리드 등 맞춤형 배전 솔루션 공급 기반을 선제적으로 구축하며 빅테크 기업의 인프라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전력뿐 아니라 전선 업체 역시 해저케이블 및 초고압직류송전(HVDC)를 중심으로 역대급 수주 호황을 누리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전선 3사의 합산 수주 잔액은 12조3270억원에 달한다.
“전력 산업 호황, 중장기적 구조 전환 성격 강해”
국내 전력·전선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AI 확산 때문이다.
고성능 AI 모델을 학습하고 구동하는 데이터센터는 수만 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24시간 내내 가동되며 막대한 전기를 소비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030년 약 950TWh(테라와트시)로 2024년 415TWh에 비해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가 늘어난 점도 K전력·전선 기업 성장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IEA는 204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8000만km 이상의 전력망(송배전망)을 신설하거나 교체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는 현재 지구상에 깔린 전력망 전체 길이와 맞먹는 거대한 규모다.
이렇듯 최근 전력 산업의 호황은 단순한 경기 순환보다는 전력 수요 및 전력망 구조가 동시에 바뀌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변화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백종복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에너지ICT(정보통신기술) 연구단장은 “일부 전력 산업이 단기적으로 과열된 측면도 있으나 전기화,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확대, 노후 전력망 교체, 국가 첨단산업단지 전력공급이라는 큰 흐름은 쉽게 되돌아가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현재의 전력 산업 호황은 일부 경기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중장기적인 구조 전환의 성격이 더 강하다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韓·美 모두 ‘계통 병목’ 부담…계통 유연성 확보해야
K전력·전선 산업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은 금물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전력 수요가 늘고 설비 발주가 확대되더라도 송전망 확충이 지연되면 성장세가 제약될 수 있어서다. 전기를 생산해도 실제 수요처까지 안정적으로 보내지 못하면 산업 현장의 전력난은 해소되기 어렵다.
송전선로 건설은 인허가와 환경영향평가, 토지 보상, 주민 수용성 문제가 맞물린 고차방정식이라는 점이 큰 부담이다.
특히나 한국이 이같은 송전망 병목에서 자유롭지 않다. 동해안의 원전·화력 발전과 호남의 재생에너지 발전 등 비수도권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의 반도체 클러스터와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수요처로 보내야 하는 ‘불균형 구조’이기 때문.
발전 설비를 늘려도 이를 수요지까지 실어 나를 송전망이 제때 확충되지 않으면 전력 인프라 투자의 효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백종복 단장은 “한국에서 송전망 확충이 늦어지는 이유는 입지, 인허가, 주민 수용성, 비용 부담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라며 “송전선로와 변전소는 국가 전체로는 필요한 인프라이지만, 실제 설비가 들어서는 지역 입장에서는 전자파 우려, 경관 훼손, 토지 이용 제한, 지가 하락 우려 등 부담이 집중된다. 반면 해당 지역이 체감하는 직접 편익은 상대적으로 작으므로 갈등이 발생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이런 문제는 한국만 안고 있는 것이 아니어서 K전력·전선 기업의 최대 고객인 미국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한다. 미국 전력망 70% 이상이 노후화된 설비이며, AI 열풍이 불기 이전까지는 전력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지 않아 대규모 교체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전력망 연계까지 적게는 3년, 많게는 7년이 걸리는 것으로 전해지며 인프라 병목이 여타 산업 확장의 속도를 늦추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전력 산업의 구조적 변화로 전력 전달과 망 안정화에 대한 요구가 있고 전력 인프라 자체가 국가 산업 경쟁력의 핵심 기반으로 재평가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계통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백종복 단장은 “송전망을 국가 전략 인프라로 보고 전력망 특별법 추진 노력 및 실제 지자체와 주민이 납득할 수 있는 절차적 투명성과 보상 체계 작동이 함께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무조건적인 송전망 확충뿐 아니라 수요 입지 관리와 계통 유연성 확보 병행이 전력 산업뿐 아니라 국가 첨단 산업 경쟁력을 이어갈 수 있는 전략”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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