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최아랑 기자| 지난 18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의 관문으로 불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리 시의회는 데이터센터 건립 심사를 45일간(최장 2년) 중단하기로 만장일치 의결했다.
시의회의 이 결정은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지역의 전기와 물을 과도하게 점유한다는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오클리시 사례에서 보듯 인공지능(AI) 시대에 필수적인 데이터센터 등 미래 전략 산업 분야에 대한 각국의 투자 및 유치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여기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 소요 문제가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상황도 비슷하지만, 이런 위기를 뜻밖의 기회로 삼으려는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움직임이 있어 이목이 쏠린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우리 기업들은 저전력 신경망처리장치(NPU)와 물 없이 열을 식히는 '액침 냉각' 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을 준비 중이다.
이는 단순히 기술 성능을 높이는 경쟁에서 벗어나, 심화하는 전력난 등으로 고심 중인 글로벌 빅테크의 난제를 패키지로 해결해주는 대안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기대가 업계서 나온다.
저전력 NPU의 국내 사업화 움직임은 이미 가시화 단계라고 한다. 예를 들어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은 삼성전자의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3E) 활용해 엔비디아 대비 전력 효율을 3배 이상 높인 차세대 칩 '리벨100'의 올해 하반기 양산을 준비 중이다.
리벨100은 넉넉한 HBM3E 용량과 높은 저전력·고성능 연산 처리 능력을 기반으로 빠른 속도 대응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퓨리오사AI는 물량 부족에 시달리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국산 NPU로 대체한 대표 회사로 꼽힌다.
AI 연산에만 최적화된 퓨리오사의 NPU는 기존 GPU의 치명적 약점인 전력 소모량을 줄여 삼성SDS, 포스코DX, LG CNS 등 정보기술(IT) 대기업과의 협력망 구축에 성공했다.
이처럼 최근 소개된 NPU가 전력 소모 및 발열량을 줄였다고는 하지만 아직 한계는 여전하다. 특히 이들 GPU나 NPU를 대거 모아 놓은 AI 데이터센터의 경우 전력량과 발열량 통제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한 방식에 대한 실증을 속속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서버를 특수 기름에 담가 식히는 SK엔무브와 GS칼텍스 등의 '액침 냉각' 기술이 전력 및 수자원 고갈 문제에 대한 하나의 해결책으로 부상했다.
액침 냉각은 물을 증발시켜 버리는 기존 공랭식과 달리, 전기가 통하지 않는 냉각액을 순환시킨다. 이는 기존 에어컨이나 환기 시스템을 이용한 공랭식 대비 냉각 전력을 30% 이상 절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SK텔레콤과 카카오 등은 자사 데이터센터에 이러한 시스템을 패키지로 도입해 실증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LG는 액체를 활용한 냉각 기술을 이르면 내년에 실제 데이터센터에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유플러스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6에서 LG그룹과의 시너지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최고 수준의 AI 데이터센터(AIDC) 전략을 공개했는데, 이 중 핵심이 '냉각' 기술이었다.
우선 LG는 내년 준공을 목표로 경기 파주에 AI 데이터센터를 건립 중이다. 파주 AI 데이터센터는 핵심 요소인 운영·냉각·전력 시스템에 LG유플러스,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 LG 그룹사의 기술력이 총동원된다.
또한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난제인 발열 문제는 LG전자와의 협업으로 해결한다는게 LG의 계획이다.
고성능 GPU가 생성하는 열은 기존 공기 냉각 방식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워 LG유플러스와 LG전자는 GPU 칩에 전용 금속판을 부착하고 냉각수 분배장치(CDU)를 통해 액체를 순환시켜 열을 직접 제거하는 방식의 액체냉각 솔루션을 이 센터에 적용한다.
LG유플러스 자체 실증 결과, 이 방식은 기존 공기 냉각 대비 약 24% 에너지 효율 개선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액체냉각에 필요한 냉각수는 LG전자의 공랭식 '프리쿨링 칠러'가 생산한다. 외부의 찬 공기를 이용해 냉각수를 만들기 때문에 전력 소모를 기존 대비 약 10% 수준으로 대폭 절감할 수 있는 것이 이 칠러의 특징이다.
LG유플러스는 향후 GPU 성능 향상으로 더욱 높아질 발열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서버를 비전도성 액체에 직접 담그는 액침 냉각 기술의 개발과 적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같은 기업들의 움직임은 결국 에너지 효율이 곧 국가 경쟁력이 되는 AI 시대에 저전력·저발열 통제 기술이 글로벌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방증이라는 설명이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사무국장은 "AI 산업 확대로 인한 절대적인 전력 수요 자체를 줄이기는 어렵다"며 "결국 반도체 설계 단계부터 전기를 덜 쓰는 기술이나 데이터 압축 기술 등을 적용해 반도체 및 AI가 전력을 효율적으로 소비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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