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삼성SDS가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KKR을 상대로 1조2200억원 규모의 사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한다. 이는 단일 회차 메자닌 발행으로는 이례적인 초대형 규모다. 조달된 자금은 전액 2026년도 운영자금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시장은 이번 대규모 자금 수혈이 삼성SDS의 생성형 AI 및 클라우드 사업 확장을 위한 승부수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번 딜의 가장 큰 특징은 투자자 친화적인 국내 메자닌 관행을 탈피했다는 점이다. 주가 하락 시 전환가액을 낮춰주는 리픽싱(Refixing) 조항이 전면 배제되었다. 아울러 투자자는 발행일로부터 6년간 주식을 팔지 못하는 장기 락업(보호예수) 조건을 수용했다. 이는 투자자가 기업의 장기적 펀더멘털 성장에 강한 확신을 가질 때만 성립 가능한 구조다.
이사회 결의안에 따르면 이번 CB 발행의 목적은 KKR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삼성SDS의 기업가치 향상이다. 발행 대상자인 'Startech AI L.P.'는 2026년 4월 1일에 설립된 신설 펀드로, KKR이 이번 투자를 위해 조성한 비히클로 파악된다. KKR은 단순 재무적 투자자를 넘어 전략적 제휴 파트너로서 삼성SDS의 글로벌 성장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막강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한 KKR의 합류는 향후 해외 시장에서 강력한 시너지를 낼 전망이다.
제24회차로 명명된 이번 무기명식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의 총액은 1조2200억원이다. 정관상 잔여 발행 한도인 1조5000억원의 상당 부분을 한 번에 소진하는 셈이다. 표면 이자율과 만기 이자율은 모두 연 2.5%로 책정되었다. 이자는 일할 계산하여 매년 후불로 지급되며, 만기일인 2032년 4월 30일에 전환되지 않은 채권 원금은 100% 일시 상환된다.
전환가액 산정 방식에서도 발행사의 자신감이 묻어난다. 최초 전환가격은 기준주가의 118.265%인 18만원으로 결정되었다. 시가보다 약 18% 비싼 가격에 향후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것이다. 이는 KKR과 삼성SDS 모두 현재 주가가 기업가치 대비 저평가되어 있으며 향후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했음을 시사한다.
리픽싱 배제·6년 보호예수…'지분 희석' 우려 지운 파격 조건
자본시장 관계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대목은 전환가격 조정의 예외 조항이다. 공시에 따르면 삼성SDS 주식의 시가 또는 거래량 변동이나 감소를 이유로 한 전환가격 조정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국내 시장에서 발행되는 대다수 CB가 주가 하락 시 전환가를 낮춰주는 구조임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다. 이로 인해 주가 하락 시 전환 가능 주식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리스크가 원천 차단되었다.
투자자의 자금 이탈을 막는 강력한 잠금장치도 마련되었다. 당사자 간 합의에 따라 사채 인수인은 원칙적으로 발행일로부터 6년간 전환사채 또는 전환에 따라 발행된 전환주 전부 또는 일부의 양도가 불가하다. 사실상 만기일인 2032년 4월 30일까지 지분을 묶어두는 셈이다. 이는 KKR이 단기적인 차익 실현이 아닌 삼성SDS의 중장기적인 비전과 궤를 같이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번 조달로 인해 전환 청구 시 발행될 신규 주식 수는 총 677만7777주다. 이는 발행결정 전 기발행주식총수 대비 8.76%에 달하는 규모다. 주식 전환에 따른 지분 희석 비율 자체는 상당한 수준이다. 하지만 6년간의 철저한 양도 금지 조항과 리픽싱 배제 조건 덕분에 기존 소액 주주들이 우려하는 즉각적인 오버행(Overhang) 충격은 발생하지 않을 전망이다.
옵션 구조도 깔끔하다.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한 경우를 제외하고, 이번 전환사채는 만기일 전에 사채권자들의 콜옵션이나 풋옵션, 조기상환권 등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투자자는 중간에 원금을 회수할 권리를 포기했고, 회사 역시 6년이라는 안정적인 자금 활용 기간을 보장받았다.
실탄 1.2조 확보한 삼성SDS, 글로벌 AI·M&A 승부수 띄우나
조달된 자금 1조2200억원은 2026년 내에 전액 운영자금으로 집행될 계획이다. 투자조합의 이름에 'AI'가 명시되어 있듯, 이 막대한 자금은 생성형 AI 서비스 및 클라우드 인프라 고도화에 집중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패권 경쟁을 위해 천문학적인 자본을 쏟아붓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삼성SDS 역시 이번 딜을 통해 AI 시장 경쟁에서 사용할 실탄을 확보했다.
KKR과의 전략적 제휴라는 명분이 뚜렷한 만큼 자금의 쓰임새는 단순한 시스템 유지보수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클라우드 기반의 솔루션 확장이나 글로벌 AI 스타트업 지분 투자 등 공격적인 자본 배치가 유력하다. KKR이 전 세계적으로 보유한 다양한 기술 포트폴리오 기업들과의 사업적 연계도 기대해볼 수 있다.
1조원이 넘는 막대한 현금이 단기간에 투입된다는 것은 상당한 규모의 크로스보더 M&A 가능성도 열려 있음을 시사한다. 유망한 기술력을 보유한 해외 클라우드 솔루션 업체를 인수하는 데 이 자금이 활용될 가능성이 열려있다. 이준희 삼성SDS 사장은 "이번 협력으로 M&A를 포함한 다양한 성장 기회를 적극 검토해 나갈 것"이라며 "삼성SDS의 기업가치를 지속적으로 제고하고, 글로벌 성장 기반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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