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2012년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단순 위탁생산 사업을 넘어 바이오의약품 개발 분야로 진출하는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의약품 제조 인프라를 구축하는 동시에 연구개발 역량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모색했다. 그 결과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특허가 만료되는 오리지널 의약품을 대체할 수 있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하게 되었다.
당시 바이오시밀러 산업은 전 세계적인 인구 고령화와 의료비 절감 기조에 따라 급격한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였다.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환자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어 각국 정부의 지원 정책도 구체화되고 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향후 다수의 블록버스터급 바이오의약품 특허 만료 시기가 도래함에 따라 해당 시장의 수익성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판단했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은 신약 개발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용과 기간이 적게 소요되지만 고도의 기술력과 임상 경험이 필수적이다. 설립 초기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독자적인 연구개발보다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역량을 갖춘 파트너와의 협력을 추진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여러 다국적 제약사들을 대상으로 합작 파트너십 논의를 진행하며 최적의 협력 대상을 물색했다.
2012년 2월 28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의 다국적 생명공학 기업인 바이오젠과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공식 설립했다. 바이오젠은 다발성 경화증 등 난치병 치료제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 전반에 걸친 노하우를 제공할 수 있는 파트너였다. 양사는 각자의 강점을 결합하여 단기간에 글로벌 수준의 바이오시밀러 제품군을 상업화하겠다는 공동의 목표를 설정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설립 목적은 명확하게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연구개발 및 글로벌 상업화에 집중되어 있었다. 이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위탁생산을 전담하고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개발을 전담하는 이원화된 사업 구조를 확립하게 되었다. 이러한 역할 분담은 각 법인이 본연의 전문성에 집중함으로써 그룹 전체의 바이오 사업 추진 속도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었다.
풍부한 임상 데이터 + 신속한 의사 결정 = 파이프라인 구축
합작법인 출범 직후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젠으로부터 세포주 개발부터 공정 설계 및 임상 시험에 이르는 핵심 기술 자문을 받기 시작했다. 선진화된 글로벌 규제 기관의 인허가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초기 단계부터 엄격한 품질 관리 체계를 도입하여 연구개발 절차를 구축했다. 바이오젠의 풍부한 임상 데이터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신속한 의사결정 시스템이 시너지를 내며 파이프라인 개발 속도가 가속화되었다.
설립 초기 파이프라인은 시장 규모가 크고 특허 만료가 임박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중심으로 선정되었다. 엔브렐과 레미케이드 등 글로벌 매출 상위권을 기록하던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초기 자원과 인력을 집중 투입했다. 이는 상업화 성공 시 대규모 수익 창출이 가능하며 초기 시장 선점을 통해 후발 주자들과의 격차를 벌리기 위한 포트폴리오 전략이었다.
합작법인 설립 당시 양사의 지분 구조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85퍼센트의 절대적인 주도권을 확보하고 바이오젠이 15퍼센트를 보유하는 형태로 구성되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모회사로서 초기 자본 출자의 대부분을 책임지며 연구개발에 필요한 안정적인 자금 조달 창구 역할을 수행했다. 반면 바이오젠은 상대적으로 낮은 지분율로 참여하면서도 향후 기업 가치 상승에 따른 투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였다.
이 지분 구조에는 향후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을 최대 49.9퍼센트까지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 계약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는 바이오젠이 합작법인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후 투자 규모를 늘릴 수 있도록 설계된 전략적인 재무 약정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입장에서도 파트너사의 장기적인 사업 참여를 유도하고 책임 있는 기술 이전을 담보받기 위한 장치로 작용했다.
연구개발 인프라 구축을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 본사 인근에 삼성바이오에피스 전용 연구 시설을 마련했다. 국내외에서 우수한 석박사급 연구 인력을 대거 영입하여 초기 조직의 전문성을 글로벌 제약사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물리적인 시설 투자와 인적 자원 확보가 동시에 이루어지면서 초기 바이오시밀러 제품들의 비임상 및 임상 1상 진입 준비가 차질 없이 진행되었다.
공장 건설 중 진행된 합작법인 설립…현금 유출 증가
2012년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개별 및 연결 재무제표 상 매출은 여전히 0원을 기록하며 본격적인 상업 생산 이전의 과도기적 재무 상태를 나타냈다. 제1공장 건설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합작법인 설립이라는 대규모 투자가 추가됨에 따라 현금 유출은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다. 초기 인건비와 연구개발비 지출이 본격화되면서 영업이익과 순이익 지표 역시 계획된 범위 내에서 적자 기조를 이어갔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설립 첫해부터 대규모 임상 시험 준비에 돌입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연결재무제표 상 적자 규모를 확대시키는 회계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바이오시밀러 산업의 특성상 제품 출시 전까지 수년 동안 지속적인 연구개발비 투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었다.
대규모 자금 소요에도 불구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유동성 지표는 주주사들의 지속적인 자본 확충을 통해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 등 기존 주주들의 유상증자 참여를 통해 조달된 자금은 제1공장 시설자금과 자회사 타법인증권 취득 명목으로 분배되어 투입되었다. 2012년 말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보유 현금 자산은 공장 건설 잔금과 자회사의 후속 임상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관리되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젠과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향후 글로벌 판매망 구축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도 함께 착수했다. 임상 시험이 진행되는 동안 유럽과 미국 등 주요 시장의 마케팅 파트너를 사전에 물색하여 제품 출시 직후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는 구조를 기획했다. 이는 단순히 의약품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에 효과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선제적인 상업화 계획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초기 투자와 사업 구조 확립은 외부 투자자들에게 바이오 사업에 대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전략적 방향을 증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단기적인 영업이익 창출에 집중하기보다 대규모 자본과 우수한 파트너십을 결합하여 근본적인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이는 향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제약사들로부터 위탁생산 수주를 이끌어내고 성공적으로 초기 기반을 다지는 데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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