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본 기획은 2011년 법인 설립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사업적 확장과 재무적 변화 과정을 연대기순으로 정리한 10부작 시리즈다. 각 시기별 주요 경영 의사결정인 대규모 공장 신·증설, 합작법인 설립 및 지분 인수, 유가증권시장 상장, 사업 영역 확장(CDO, mRNA, ADC 등)이 실제 회사의 자산, 자본, 매출액 및 당기순이익 등 핵심 재무 지표에 미친 영향을 객관적인 연도별 사업보고서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록했다. 막대한 선행 자본 투입이 요구되는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장치 산업의 특성 속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단기적인 손익 변동을 감내하며 어떻게 필요한 현금 유동성을 조달하고 현재의 물리적 생산 인프라와 통합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왔는지 추적해본다.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삼성그룹은 2010년 5대 신수종 사업 중 하나로 제약 및 바이오 산업을 공식 선정했다. 이는 기존 전자와 금융 사업에 이어 그룹의 미래 성장을 견인할 새로운 수익 동력이 필요하다는 경영진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 결과 구체적인 사업 실행 방안이 논의되었고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 분야 진출이 최종 확정되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4월 22일 설립됐다. 본사의 소재지는 인천광역시 연수구 송도바이오대로 일대로 결정되었으며 본격적인 조직 구성이 시작되었다. 국내외 제약회사의 첨단 바이오의약품을 위탁 생산하는 사업을 주력으로 삼고 운영 체계를 구축해 나갔다.
신약 개발 대신 위탁생산 사업을 첫 단계로 선택한 것은 사업의 불확실성을 낮추고 빠르게 글로벌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연구개발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지만 위탁생산은 고도의 품질 관리와 대량 생산 역량이 핵심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그룹이 기존 제조 산업에서 축적한 공정 기술과 플랜트 건설 역량을 바이오 산업에 효과적으로 접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설립 초기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단일 국가 시장이 아닌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기업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글로벌 제약사들이 요구하는 엄격한 기준인 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인프라 설계에 집중했다. 또한 사업 초기 경험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다국적 기업과의 파트너십 구축을 추진했다.
삼성전자·삼성에버랜드·삼성물산이 분담한 초기 자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설립은 단독 투자가 아닌 전략적 합작 투자 유치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글로벌 임상시험수탁기관인 퀸타일즈 트랜스내셔널과 합작 투자 계약을 체결하며 초기 자본과 산업 노하우를 동시에 확보했다.이러한 초기 투자 유치는 바이오 산업에 첫발을 내디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단기간에 전문성을 갖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사업 초기의 불확실성을 외부 파트너와의 전략적 협력으로 상쇄한 것이다.
설립 당시 주요 지분 구조는 삼성 계열사들이 주도권을 가지는 형태로 구성되었다.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가 각각 40퍼센트 이상의 대규모 지분을 확보했으며 삼성물산 역시 주요 주주로 참여했다. 파트너사인 퀸타일즈는 약 10퍼센트 수준의 지분 변화를 통해 합작 관계를 맺었다. 이와 같은 다자간 주주 구성은 초기 자본 조달의 부담을 여러 회사가 분담하는 효과를 냈다.
최초 법인 설립 시점의 초기 납입 자본금은 총 3300억원 규모로 책정되어 인프라 투자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되었다. 당시 삼성 계열사들은 향후 사업 전개 및 공장 증설 일정에 따라 단계적인 추가 출자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안정적인 자본금 확보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사업 초기 자금 압박 없이 생산 시설 구축에만 전념할 수 있는 핵심 기반이 되었다.
사업 모델과 자본 구조가 확정된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을 주요 잠재 고객으로 설정하고 영업 전략을 기획했다. 초기 수주 실적이 공장 가동률과 직결되는 사업 특성상 잠재 고객들에게 회사의 자본력과 생산 계획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삼성의 브랜드 인지도와 파트너사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동시에 활용하여 위탁생산 시장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인천 송도 부지 확보와 제1공장의 성공적인 건설 착공
생산 시설을 구축할 부지로는 정부의 바이오 산업 육성 정책이 집중되고 있던 인천 경제자유구역 송도가 최종 선정되었다. 송도는 항만과 공항이 인접해 있어 수출입 물류 환경이 우수하고 해외 고객사들의 접근성이 뛰어난 지리적 장점을 갖추고 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해당 부지에 향후 다수의 대규모 공장을 순차적으로 건설할 수 있는 넓은 면적을 초기부터 확보했다.
법인 설립 직후인 2011년 5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곧바로 인천 송도 부지에서 제1공장 건설을 위한 착공식을 개최했다. 제1공장은 3만리터 규모의 동물세포 배양기를 갖춘 바이오 의약품 생산 시설로 초기 설계가 이루어졌다. 이는 당시 아시아 지역에서 건설되는 신규 위탁생산 공장 중에서도 작지 않은 물리적 규모에 해당했다.
공장 건설에는 공기 단축을 위해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진행하는 패스트트랙 방식이 본격적으로 도입되었다. 플랜트 건설 경험이 풍부한 삼성 계열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건설 기간을 최소화하는 데 전사적 역량을 집중했다. 빠른 공장 완공은 향후 수주 경쟁에서 고객사들에게 신속한 의약품 공급 능력을 입증하는 주요 지표가 될 예정이었다.
물리적인 건설 작업과 병행하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식품의약국과 유럽 의약품청의 제조 승인을 받기 위한 시스템 구축을 시작했다. 공장의 뼈대가 올라가는 시점부터 글로벌 수준의 품질 보증 및 관리 인력을 대거 채용하여 실무 조직을 구성했다. 이들은 완공 이후 즉각적인 시험 생산과 인증 절차에 돌입할 수 있도록 문서화 작업과 공정 검증 계획을 사전에 수립했다.
매출 발생 전 막대한 비용 집행…그럼에도 넉넉한 곳간
2011년 연말 결산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재무제표 상 매출은 0원을 기록했다. 이는 공장이 건설 중인 상황에서 상업적인 제품 생산이나 서비스 제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당연한 회계적 결과였다. 생산 설비가 완전히 구축되고 글로벌 고객사의 실사 및 인증을 거쳐 상업 생산이 개시되기 전까지 매출 부재는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가운데 초기 조직 구성과 제1공장 건설 준비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이 지속적으로 지출됨에 따라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모두 적자를 나타냈다. 당해 연도의 영업손실 및 순손실은 대규모 인건비와 지급수수료 등 판매·관리비 지출에 기인한 것이었다. 이 시기의 재무제표상 손실은 기업의 본질적 가치 하락이 아닌 미래 수익 창출을 위한 필수적인 선행 투자 비용으로 분류된다.
손실 발생에도 불구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금 유동성은 설립 당시 조달한 자본을 바탕으로 매우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했다. 주주사들의 초기 출자를 통해 확보된 자금 덕분에 연말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보유 현금 자산은 향후 공장 건설 대금 결제와 운영비로 사용하기에 충분한 규모를 보였다. 이와 같은 넉넉한 보유 현금 자산은 외부 차입금 의존도를 낮추고 과도한 이자 비용 부담 없이 핵심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결론적으로 2011년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당장의 재무적인 이익을 창출하는 시기가 아니라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여 사업의 물리적 근간을 마련하는 시기였다. 대규모 투자 유치와 안정적인 지분 구조를 바탕으로 제1공장 착공이라는 1차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며 첫해를 순조롭게 마무리했다. 이러한 설립 첫해의 공격적인 인프라 구축과 견고한 자금 확보 현황은 이듬해인 2012년 합작 자회사 설립 등 추가적인 사업 확장으로 이어지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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