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신약 개발 비즈니스에서 임상시험을 끝까지 완주하기 위한 필수 조건은 충분하고 지속적인 자본의 공급이다. 특히 임상 중단이라는 치명적인 위기를 겪은 바이오텍에게 자본 조달의 성격 변화는 시장의 신뢰도를 측정하는 척도로 작용한다.
코오롱티슈진은 2019년 불거진 세포 기원 착오 사태 이후 자본시장에서 사실상 자금 조달 창구가 완전히 막히는 극단적인 상황에 직면했다. 규제 당국의 임상 보류 조치와 함께 주식 거래마저 정지되면서 외부 투자자들로부터의 자금 수혈은 철저히 외면당했다. 이는 대규모 임상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바이오 기업에게 곧바로 파산의 위협으로 다가오는 재무적 위기였다.
하지만 2021년 임상 재개부터 2026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회사의 자금 조달 궤적을 추적해 보면 자본시장의 시각이 달라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초기의 파이낸싱이 모회사와 특수관계인에 의존한 생존형 수혈이었다면, 최근의 파이낸싱은 상업화 성공을 기대하는 외부 기관 투자자들의 공격적인 베팅으로 진화했다. 이러한 조달 주체의 변화는 파이프라인의 가치가 시장에서 재평가되었음을 입증하는 재무적 신호다.
내부 자금 수혈로 건넌 '죽음의 계곡'
거래가 정지되고 임상적 불확실성이 극에 달했던 2021년부터 2023년까지 회사의 생명줄은 그룹의 지원이었다. 외부 기관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리는 상황에서 회사는 모회사와 주요 주주들을 대상으로 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의존해야 했다. 이 시기의 자금 조달은 신약 상업화라는 목표보다는 당장의 임상시험수탁기관(CRO) 계약을 유지하고 환자 투약을 재개하기 위한 생존 목적이 강했다.
2021년 12월 회사는 354억원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긴 침묵기를 깨고 본격적인 자본 확충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 자금은 같은 달 재개된 미국 임상 3상의 환자 모집과 투약 절차를 다시 가동하는 데 종잣돈으로 사용되었다.
2022년에도 임상 3상을 본궤도에 올리기 위한 대주주의 자금 수혈은 이어졌다. 2022년 8월 388억원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한 데 이어, 9월에는 330억원규모의 사모 전환사채를 발행하며 유동성을 끌어올렸다. 이 자금은 미국 전역 80여 개 임상 기관에서 1000여 명의 대규모 환자를 모집하는 데 필요한 고정비를 감당하는 방패막이 되었다.
2023년과 2024년 상반기는 환자 투약을 최종 마무리 짓기 위해 지출이 극대화되는 시기였으며 이에 맞춰 자금 조달의 규모도 점진적으로 커졌다. 2023년 4월에 399억원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성사시키며 누적되는 영업적자로 인한 자본잠식 위험을 방어해 냈다. 대주주의 지속적인 자본금 납입은 외부 차입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임상 타임라인의 지연을 막는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자금 조달 수단이었다.
투약 완료를 목전에 둔 2024년 5월에는 477억원규모의 유상증자를 추가로 단행하며 막바지 임상 비용을 감당했다. 만약 이 3년여의 기간 동안 코오롱그룹 차원의 재무적 뒷받침이 없었다면 파이프라인은 그대로 사장되었을 것이다. 자본시장은 이 과정을 지켜보며 대주주가 해당 파이프라인의 임상적 성공 가능성을 신뢰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하게 되었다.
외부 기관 베팅 이끈 상업화 기대감
2024년 7월 총 1066명에 달하는 미국 임상 3상 환자 투약이 완료되면서 회사의 파이낸싱 전략은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했다. 자금의 사용 목적이 임상 진행비에서 품목허가(BLA) 및 상업화 준비비로 넘어가면서 요구되는 자본의 규모가 커진 것이다. 이에 코오롱티슈진은 외부 기관 투자자를 상대로 한 대규모 메자닌(Mezzanine) 조달에 나섰다.
외부 자본 유치의 신호탄은 임상 3상 투약 완료 직전인 2024년 6월에 발행된 245억원규모의 제2회차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였다. 투약 완료라는 가장 큰 개발 리스크가 해소될 조짐이 보이자 그동안 관망하던 외부 기관 투자자들이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이는 코오롱티슈진이 상업화에 근접한 후기 임상 바이오텍으로서의 투자 매력도를 회복했음을 의미한다.
특히 상업화를 앞두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대량 생산 설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자본 지출이 동반된다. 회사는 2024년 10월 글로벌 최고 수준의 위탁생산기관(CMO)인 론자(Lonza)와 위탁생산계약을 체결하며 상업화 인프라 구축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론자와의 파트너십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화학·제조·품질관리(CMC) 패키지를 완성하기 위해 외부로부터의 대규모 현금 유입은 필수 불가결한 과제였다.
2025년 초부터 대형 사모 전환사채 발행이 연달아 성사되며 자본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2025년 2월 회사는 565억원규모의 제3회차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를 성공적으로 발행하며 기관 투자자들의 강한 신뢰를 재확인했다.
자금 조달의 클라이맥스는 2025년 9월에 단행된 단일 조달 기준 최대 규모인 1225억원규모의 제4회차 전환사채 발행이었다. 1000억원대의 막대한 자금을 사모 형태로 조달할 수 있었던 것은 기관 투자자들이 2026년 하반기에 발표될 임상 3상 결과에 조 단위 밸류에이션을 베팅했음을 의미한다.
특히 기관 투자자들이 1000억원 이상의 막대한 자금을 메자닌 형태로 집행할 때는 매우 까다롭고 엄격한 실사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는 단순히 회사의 겉모습만 보고 베팅하는 것이 아니라 임상 3상의 진행 경과와 상업 생산 공정의 현실성을 깊숙이 검증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대규모 사모 전환사채의 연이은 성공은 자본시장 내 전문가 집단이 코오롱티슈진의 상업화 로드맵에 합격점을 부여했다는 증거로 해석될 수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회사는 2026년 3월 600억원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추가로 단행하며 재무 건전성에 확실한 쐐기를 박았다. 이로써 임상 재개 시점부터 현재까지 회사가 자본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의 총규모는 5000억원에 육박하는 거대한 금자탑을 쌓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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