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조 실적이 보여준 것…삼성전자 내부 갈등의 민낯

산업 | 황태규  기자 |입력

쟁의권 확보·5월 총파업 예고…성과급 제도를 둘러싼 노사 대립 메모리 vs 비메모리, 같은 회사 안에서 벌어지는 충돌 DS와 DX 간 조직률 격차가 만든 협상 테이블의 불균형도

|스마트투데이=황태규 기자| 삼성전자가 분기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이라는 역대급 실적을 발표한 2026년 4월 7일, 회사에는 이미 다른 전선이 펼쳐져 있다.

노조 공동투쟁본부는 지난달 18일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93.1%의 찬성으로 쟁의권을 확보하고, 5월 총파업을 공식 예고한 상황이다.

노조가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는 배경에는 사업부별로 크게 벌어진 실적 격차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같은 회사 안에서 사업부에 따라 수십 배의 이익 차이가 생기는데, 성과급은 상한선에 막혀 이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같은 회사, 다른 세계

잠정실적에는 사업부별 수치가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발표 직전까지 증권가가 제시한 추정치는 사업부 간 실적 격차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한 분기에 약 50조원을 번 메모리 사업부와, 약 1조원의 적자를 낸 파운드리 사업부가 같은 성과급 제도 아래 놓여 있다. 이런 구조가 갈등의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노조의 핵심 요구는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 폐지와 산정 기준을 영업이익의 20%로 변경하는 것이다.

언뜻 전 직원에게 유리한 요구처럼 보이지만, 사업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사측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노조 요구안을 2025년 기준에 적용할 경우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부의 성과급 지급률은 기존 47%에서 11%로 급감하게 된다. 적자 사업부 직원들에게는 오히려 불리한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노조가 요구하는 메모리사업부 1인당 성과급은 평균 4억50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요구액이지 확정된 지급액이 아니다. 사내에서는 "인원이 많은 메모리 사업부의 이익에만 매몰되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갈등은 DS 부문 내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노조 조직률 격차가 협상 구조 자체를 비틀고 있다. DS 부문 노조 조직률은 55%이며,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 조합원의 70~80%가 DS 소속이다. 반면 DX 부문의 조직률은 약 20~25%에 불과하다.

조직률이 낮은 DX 부문은 협상 테이블에서 DS 중심 의제에 밀려 주변화되고 있다는 불만이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협상 과정에서 사측 교섭위원이 "DS 노조로 분리해서 더 받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잠정실적 발표로 선명해진 노노갈등의 배경

오늘 발표된 57조2000억원이라는 숫자는 이번 갈등의 배경을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 메모리 사업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 수치가 '상한 폐지' 요구의 근거로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사측은 협상 과정에서 임금 인상률 6.2%, 자사주 20주 지급, OPI 재원을 '경제적부가가치(EVA) 20%'와 '영업이익 10%' 중 유리한 쪽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투명화 방안, 업계 1위 달성 시 상한 초과 특별 포상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노조는 일시적 포상이 아닌 영구적 제도 개편을 요구하며 교섭을 결렬시켰다. 공동투쟁본부는 4월 23일 집회를 시작으로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노조 공동투쟁본부는 4월 23일 집회를 시작으로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사진=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홈페이지)
노조 공동투쟁본부는 4월 23일 집회를 시작으로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사진=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홈페이지)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슈퍼사이클 속에서 실적 구조와 성과급 배분 방식 사이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한, 노사 간 갈등은 이번 분기 실적 발표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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