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ISS·글래스루이스가 모두 찬성한 영풍·MBK의 주주제안은?

주주총회 의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변경하는 안건 찬성 절차적 중립성 강화 목적의 영풍·MBK 제안에 동의 이사회 소집 통지 기간 3일로 연장하는 안건도 지지

증권 | 심두보  기자 |입력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고려아연의 2026년 정기 주주총회가 오는 3월 24일 개최될 예정이다. 이번 주주총회는 최윤범 회장 측과 영풍·MBK파트너스 컨소시엄 간의 치열한 표 대결이 예고된 상태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의 투표 권고안이 발표되면서 기관 투자자들의 표심 향방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글래스 루이스(Glass Lewis)는 다수의 주요 안건에 대해 서로 엇갈린 권고를 내놓았다. 이사 선임이나 명예회장 퇴직금 등 핵심 쟁점에서는 양측의 시각차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하지만 영풍과 MBK 컨소시엄이 제안한 특정 정관 변경 안건에 대해서는 두 자문사가 모두 찬성(FOR) 의견을 제시해 눈길을 끈다.

두 자문사가 공통으로 찬성한 영풍·MBK 측의 주주제안은 총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주주총회 의장을 변경하는 제2-12호 안건이며, 두 번째는 이사회 소집 통지 기간을 연장하는 제2-13호 안건이다. 이 두 안건은 공통적으로 고려아연의 이사회 및 주주총회 운영에 있어 절차적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려는 목적을 지니고 있다.

주주총회 의장 변경 "대표이사 대신 이사회 의장으로"

제2-12호 안건은 현행 정관상 주주총회 의장을 맡고 있는 '대표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주주총회 진행의 주체를 경영을 직접 담당하는 임원에서 이사회를 대표하는 인물로 바꾸려는 시도다. 고려아연의 현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가 맡고 있으며, 이 안건이 통과될 경우 향후 주주총회는 사외이사인 이사회 의장이 주재하게 된다.

영풍과 MBK 컨소시엄 측은 주주총회의 공정한 운영을 위해 해당 안건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25년 정기 주주총회와 임시 주주총회 과정에서 불공정한 회의 운영 리스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경영진으로부터 독립된 이사회 의장이 회의를 진행해야만 주주들의 권리가 온전히 보호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고려아연 이사회 측은 해당 주주제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사측은 대표이사가 회사의 사업과 운영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어 주주들의 질의에 효율적으로 답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12시간 이상 진행되는 주주총회의 원활하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반박했다.

ISS는 이 안건에 대해 경영진의 이해상충 가능성을 지적하며 찬성을 권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표이사는 본인의 재선임 여부나 권한에 영향을 미치는 지배구조 개편 안건의 투표 결과에 직접적인 개인적 이해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해관계가 얽힌 당사자가 치열한 표 대결이 벌어지는 회의의 의장을 맡는 것은 절차적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글래스 루이스 역시 주주총회의 공정성을 우선시하며 제2-12호 안건에 찬성을 권고했다. 글래스 루이스는 대표이사가 의장을 맡을 때 회의 진행이 더 원활할 수 있다는 사측의 주장 자체는 인지했다. 그러나 회의의 매끄러운 진행보다는 모든 주주를 보호할 수 있는 공정한 절차가 그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글래스 루이스는 독립적인 인사에게 의사봉을 넘기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이사회 의장이 주주총회를 주재하는 방식이 현재 대표이사가 주재하는 방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큰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사회 소집 통지 기간 연장 "1일 전에서 3일 전으로"

두 번째 공통 찬성 안건인 제2-13호 안건은 이사회 소집 절차를 변경하는 내용이다. 기존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 개최 최소 '1일 전'에만 소집 통지를 하면 회의를 열 수 있었다. 영풍과 MBK 컨소시엄은 이 최소 통지 기간을 '3일 전'으로 연장하여 이사들이 안건을 사전에 숙지할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안건의 배경에는 과거 고려아연 이사회의 대규모 투자 결정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논란이 자리 잡고 있다. 영풍과 MBK 측은 2025년 12월 약 19억4000만 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프로젝트 크루서블)를 승인할 당시, 방대한 재무 자료가 회의 하루 전에야 배포되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중대한 의사결정이 촉박한 일정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라는 설명이다.

ISS는 이 제안에 대해 대규모 전략적 거래를 감독하는 회사에 적절한 최소한의 절차적 안전장치라고 평가하며 찬성을 권고했다. 통지 기간을 3일로 늘리는 것은 이사회의 투명성과 진실성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한다고 보았다. 글래스 루이스 역시 해당 정관 변경이 주주 권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반대할 만한 실질적인 문제점이 없다고 판단하여 찬성 의견을 냈다.

주목할 점은 이 제2-13호 안건에 대해서는 고려아연 사측도 유연성을 유지하면서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에 공감하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는 사실이다.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가 영풍·MBK의 절차적 정관 변경안에 모두 손을 들어준 것은 의미가 크다. 이는 경영권 분쟁의 승패를 떠나, 고려아연의 의사결정 구조와 회의 운영 방식에 있어 중립성과 투명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시장의 공감대가 형성되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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