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깜깜이’ 건설사 안전보건 약속 언제까지

오피니언 | 김종현  기자 |입력

10대 건설사 중 대우건설만 올해 안전보건 예산 공개

|스마트투데이=김종현 기자| “안전이 보장되지 않고서는 어떤 사업도 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있기 때문에 안전 최우선으로 (사업을) 이어가려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이사가 작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 말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개적인 질타를 받은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와 나란히 국감장에 선 김 대표는 의원들의 잇따른 ‘안전 관리 소홀’ 질책에 “책임을 면할 생각이 없다”고 고개도 숙였다. 송 대표는 “중대재해를 일으킨 데 대해 송구한 마음이며 대표이사로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사과했다.

이들의 약속은 잘 지켜지고 있을까. 스마트투데이 취재 결과 12일 현재 국내 10대 건설사 중 안전보건 관련 올해 예산 내역을 밝힌 건설사는 대우건설 한 곳뿐이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모두 올해 안전보건 예산을 공개하지 않았다. 삼성물산의 경우, 안전보건 예산을 매년 ‘기본적으로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금액’만 사전에 책정한다. 현장별마다 그때그때 필요한 부분을 추가적으로 쓰는 금액은 미리 책정하지 않기에 사전 공개가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지속가능경영(ESG) 보고서가 나오는 올해 중순 전에는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DL이앤씨는 “사업부서에 확인하겠다”는 말만 남기곤 아무런 답변을 주지 않았다.

대우건설이 공개한 예산은 좀 아쉬워 보였다. 최다 사망자 발생 건설사로 언급되는 등 온갖 불명예를 떠안은 지난해를 벌써 잊은 듯하다. 올해 현장별 안전보건예산을 작년 대비 2% 증가한 금액으로 책정했다.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작년 현장별 예산이 12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예산은 12억 2900만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실질적으로 예산이 증가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게 기자 생각이다. 올해 물가상승률이 2%대로 추산되는 상황에 비춰 보면, 작년과 동일한 수준의 안전보건예산을 책정했다 봐도 무방하다. 특히나 안전 시설물 설치비용, 교육 강사료 등 대부분의 항목이 물가상승률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현장별 2% 증액은 실질적으로 봤을 때 ‘인상’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 관측이기도 하다.

국감 시즌만 되면 건설사 관계자들은 곡소리를 낸다. 작년 모 관계자는 “돈 벌기도 바쁜 마당에 그곳(국회)까지 불러내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던 장면이 떠오른다. 불경기, 원자재값 상승, 대내외 불확실성 확산에 건설업계가 고전 중인 것은 잘 안다. 그러나 가족 생계를 위해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이들을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 아닐까. 관련 예산 증액은 물론이거니와 이에 대한 투명한 공개로, 또 실질적인 근로자 안전보건 확보로 국민 신뢰를 얻는 것이 가뜩이나 어려운 이 시대를 돌파하는 지름길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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