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그거 알아서 뭐 할 건데요”

오피니언 | 김종현  기자 |입력

재개발·재건축 건설사 정보 ‘단순 결과물’로 보지 말아야

|스마트투데이=김종현 기자| “입찰 전에 건설사의 재개발·재건축 지구 홍보 현황을 파악하면 뭐 하나요? 입맛만 다시다가 안 들어가면 다 소용없는데.”

얼마 전 국내 3대 건설사 관계자와 면담하던 중 나온 말이다. 최근 재개발·재건축 지구를 비롯한 도시정비사업 현장을 다니며 건설사들의 행보를 취재하는 일이 많아지자 ‘무슨 이유로 열심히 현장을 다니냐’며 의문을 표한 이들이 많아졌다. 재건축 조합 설립 전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건설사들의 홍보 행적을 파헤치는 게 ‘무의미한 일’이라고 평가 절하한 이도 있었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굳이 내가 그 ‘무의미하다’는 비판을 감수하며 영하의 날씨에 건설현장을 누비는 이유를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 재개발이든 재건축이든 사업 초기부터 조합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접촉을 꾸준히 이어 온 건설사가 현장설명회는 물론 입찰 참여, 시공권 확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비사업으로 몸값을 한창 높이고 있는 강남 압구정은 물론 성수전략정비구역 재개발 지구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시공능력평가 1위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이 2위 현대건설과 맞대결이 예고된 압구정2구역 재건축 지구에서 발을 뺀 게 대표적이다. 뒤늦게 참전 의사를 밝힌 삼성물산이 현대건설과의 경쟁에서 밀릴 것이라 판단해 일찌감치 포기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일대 재건축 시공권은 현대건설에 돌아갔다.

성수전략정비구역 제1지구는 조합장과 GS건설간 유착 의혹으로 큰 내분을 겪었다. 입찰지침을 GS건설에 유리하게 설정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비상대책위원회를 비롯한 일부 조합원들은 조합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서울시와 성동구청의 실태조사까지 이뤄졌고, 조합은 문제가 된 입찰지침 조항들을 대폭 수정했다. 여러 내분을 겪었음에도 GS건설은 현대건설과 함께 ‘가장 유력한 시공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총사업비 6856억원의 송파한양2차 아파트 재건축에서도 같은 논란이 일었었다. GS건설과 맞대결이 예상됐던 HDC현대산업개발은 최종 입찰에 불참했다. 시공권 확보를 위해 오랜 기간 공을 들인 GS건설과 경쟁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해 일찌감치 발을 뺐다는 분석이 일대 공인중개사는 물론 건설업계서도 나오고 있다. 삼성물산이 래미안 광고까지 걸며 의지를 불태웠지만 막판에 불참한 잠실우성 1·2·3차 재건축에서도 ‘건설사의 재개발 지구 침 발라놓기’ 논란은 끊이질 않았다.

두 번째는 어느 건설사가 어떤 브랜드 아파트를 짓는다는 정보에 따라 일대 집값 등 부동산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이엔드 브랜드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일대 집값은 수천만원부터 많게는 수억원까지 급등한다. 이 때문에 조합이 건설사에 ‘하이엔드 브랜드 아파트 시공’을 요구하는 경우도 적잖다. 경기 성남 상대원2구역 조합은 기존 ‘e편한세상’이 아닌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ACRO)’ 아파트를 요구하며 시공사 DL이앤씨와 갈등을 빚었다. DL이앤씨가 아크로 적용이 어렵다고 밝히자 조합은 시공사 교체 작업에 돌입했다. 하이엔드 브랜드를 둘러싼 갈등이 조합과 시공사간 법적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단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세 번째는 건설사간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단 점이다. 모 대형 건설사 임직원이 준비위 단계의 재개발·재건축 지구를 방문해 관계자와 인사를 나누고 가면 그 정보는 일대 공인중개사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진다. 소식을 접한 다른 건설사들도 계획에 없던 해당 지구를 살펴보며 사업성을 검토하는 등 수주를 고민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실제 모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기자와의 면담에서 ‘서울 재개발 계획 지구에 A 건설사가 OS요원(홍보요원)을 파견했다고 한다’는 말에 “미처 파악하지 못한 곳인데, 살펴봐야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건설사가 관심을 보인다’는 소식 하나만으로 국내 유수 대형 건설사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것이다.

기자가 취재한 정보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결국 독자 몫이다. 건설사 관계자도 엄연한 독자이기에 ‘무의미하다’는 평을 내 놓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정보는 일대 조합원은 물론 공인중개사, 심지어 세입자와 인근 상가민에겐 중요하면서도 민감한 정보일 수 있다. 그렇기에 이 추운 영하의 날씨에 손을 떨면서 조합 사무실과 공인중개사를 떠돌며 발품을 판다. 건설사 관계자들에 설명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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