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권 권고 보고서 낸 ISS·글래스루이스, 이들의 영향력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증권 | 심두보  기자 |입력

글로벌 자문 시장 점유율 90% 이상 장악 기관투자자 수탁자 책임 이행 위한 핵심 지표 고려아연 주총 앞두고 외국인 표심 향방 주목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고려아연 주주총회에 대한 권고 보고서를 내는 가운데 ISS와 글래스루이스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면서 양측의 지분 격차가 크지 않아 단일 주주들의 표심이 결과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의사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에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글래스루이스(Glass Lewis)는 전 세계 의결권 자문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대표적인 글로벌 기관이다. 이들은 매년 주주총회 시즌마다 전 세계 수많은 상장기업의 안건을 분석하여 찬성, 반대, 혹은 기권 등의 권고안을 제시한다. 기관투자자들은 이들의 보고서를 유료로 구독하며 자신들의 의결권 행사 지침으로 활용하고 있다.

합산 점유율 90% 과점 체제… 비용 효율성·수탁자 책임이 절대적 의존 불러

이들 자문사의 시장 지배력은 통계 수치로 명확하게 드러난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글로벌 의결권 자문 시장에서 ISS와 글래스루이스 두 기관의 합산 점유율은 90%를 상회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사실상 전 세계 자본시장의 주요 의결권 행사가 이 두 회사의 분석 시스템을 거쳐 이루어지는 셈이다.

그중에서도 1985년 설립된 ISS는 자문 시장의 절대적인 1위 사업자로 군림하고 있다. ISS의 단독 시장 점유율은 통상 60% 안팎으로 추정되며 가장 방대한 기업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수천 곳의 기관투자자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으며 매년 수만 건의 주주총회 안건을 처리한다.

글래스루이스는 2003년에 설립되어 ISS보다 늦게 출발했지만 빠르게 성장하여 확고한 2위 자리에 올랐다. 이 회사의 시장 점유율은 약 20%에서 30% 사이를 오르내리는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비록 2위지만 특정 이슈에 대해서는 ISS와 차별화된 독자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들의 시장 점유율을 산정하는 기준은 주로 고객사인 기관투자자의 수와 이들이 운용하는 자산규모(AUM)를 바탕으로 한다. 또한 연간 발행하는 의결권 분석 보고서의 건수와 커버리지 대상 상장사의 숫자도 주요한 점유율 지표로 활용된다. 매출액 기준으로도 이 두 기업이 타 중소형 자문사들을 압도하고 있어 과점 체제가 굳혀진 상태다.

ISS·글래스루이스의 서비스가 필요한 글로벌 투자자들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이 두 자문사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물리적인 한계와 비용 효율성 때문이다. 대형 자산운용사나 연기금은 전 세계 수천 개 이상의 기업 주식을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다. 주주총회가 집중되는 짧은 기간 동안 이 모든 기업의 안건을 자체 인력만으로 심층 분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기관투자자들은 아웃소싱의 형태로 전문 자문사의 권고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 자체적인 리서치 조직을 방대하게 운영하는 것보다 ISS나 글래스루이스의 구독료를 지불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자문사들의 권고가 전 세계 자본시장에 일괄적으로 유통되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있어 이들 자문사의 권고안은 사실상 투표의 가이드라인이자 나침반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많은 패시브 펀드나 인덱스 펀드들은 자문사의 권고안을 그대로 따르는 이른바 '로보 보팅(Robo-voting)'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액티브 펀드라 할지라도 자문사의 의견에 반하여 투표할 경우 그에 합당한 자체적인 논리와 근거를 내부적으로 소명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특히 한국과 같은 신흥 시장이나 비영어권 국가의 기업을 대할 때 자문사의 역할은 더욱 커진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현지의 복잡한 법률이나 특유의 기업 지배구조 문화를 완벽하게 이해하기 어렵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해 주는 창구가 바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의 영문 분석 보고서다.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이사회 독립성, 주주환원 정책, 경영진 보수, 환경 및 사회적 책임 등 명문화된 글로벌 스탠더드를 기준으로 안건을 평가한다. 이들은 특정 국가의 특수성보다는 보편적인 자본시장의 원칙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짙다. 따라서 한국의 재벌식 지배구조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투명한 안건에 대해서는 엄격한 반대 권고를 내는 경우가 빈번하다.

외국인 표심 좌우하는 '나침반'… 고려아연 주총 최대 승부처로 부상

우리나라 자본시장에서도 경영권 분쟁이나 지배구조 개편 등 중대한 국면마다 이들의 입김이 결정적으로 작용해왔다. 과거 대기업 그룹의 주요 계열사 합병 과정이나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 안건 등에서 외국인 표심은 철저히 자문사의 권고를 따랐다. ISS나 글래스루이스 중 어느 한 곳이라도 찬성 혹은 반대 의견을 명확히 내면 해당 안건의 통과 여부가 크게 요동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 진행 중인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역시 이러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의 권고안이 승부처로 지목된다. 기존 경영진과 최대주주 간의 이견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객관적인 제3자의 평가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주주총회에 상정된 이사회 구성 변경, 배당금 책정, 정관 변경 등의 핵심 안건들은 자문사들의 엄격한 평가 도마 위에 오르게 된다. 자문사들은 양측이 제시한 비전과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정량적, 정성적 지표로 비교 분석하여 최종 의견을 도출한다. 이 과정에서 어느 쪽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더 부합하는 지배구조를 약속하느냐가 권고 방향을 결정짓는다.

시장 전문가들은 두 자문사의 의견이 일치할 경우 해당 방향으로 외국인 표심이 급격히 쏠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ISS와 글래스루이스의 권고안이 서로 엇갈릴 경우에는 기관투자자들의 셈법도 한층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에는 기관투자자별 내부 지침이나 개별적인 펀드 매니저의 판단 재량이 차이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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