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싸고 영풍·MBK 파트너스(이하 영풍·MBK)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양측은 주말인 3월 8일 각각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다가오는 주주총회 안건과 과거 주총 파행 책임, 그리고 의결권 수집 과정의 적법성 등을 두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쟁점 1. 액면분할·집행임원제 재상정… '일관된 추진'인가 '말바꾸기'인가
가장 첨예하게 맞붙는 지점은 영풍·MBK 측이 이번 주총에 제안한 '액면분할'과 '집행임원제 도입' 안건이다. 해당 안건들은 과거 주주총회에서 이미 상정되거나 논의되었던 사안으로, 이를 다시 꺼내든 것을 두고 양측의 해석이 충돌하고 있다.
영풍·MBK 측은 해당 안건들에 대해 "기업가치 제고와 이사회 기능 정상화를 위한 제도적 방안이라는 점에서 안건 자체에 대한 입장은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과거 해당 안건에 반대했던 이유에 대해, 당시 임시주총이 최 회장 측의 위법 행위로 오염된 상태였기 때문에 찬성표를 던질 경우 위법한 의결권 박탈을 인정하는 꼴이 될 우려가 있어 부득이하게 반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풍·MBK 측은 "이번 2026년 정기주주총회에서 동일한 취지의 안건을 다시 제안한 것은 적법하고 공정한 절차 아래에서 주주의 의사를 다시 묻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입장 변경으로 해석하는 것은 의도적으로 논점을 흐리는 주장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이를 명백한 '말바꾸기'이자 주주 혼란을 가중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집행임원제는 영풍·MBK가 제안해 놓고 스스로 반대해 부결시켰으며, 액면분할 역시 현 경영진이 제안해 가결되었으나 영풍·MBK 측의 가처분 신청으로 효력이 정지된 상태라는 것이다. 고려아연 측은 대법원 판단을 앞둔 상황에서 동일 안건을 다시 올리는 것은 억지라며, 영풍·MBK 측이 당장 가처분을 철회하면 거래소 협의를 거쳐 즉각 액면분할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영풍·MBK 측이 제기한 '(3월 정기주총에) 액면분할 안건이 빠진 것은 최윤범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이 액면분할을 원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고려아연 측은 사실 왜곡이라고 선을 그었다. 당시 관계 당국이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유예해야 한다'고 검토하여 상정하지 못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쟁점 2. 2025년 1월 임시주총 파행 원인과 책임 소재 공방
과거 2025년 1월 임시주총이 파행으로 끝난 원인을 두고도 양측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영풍·MBK 측은 파행의 근본적 책임이 최 회장 측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최윤범 회장 측이 2025년 1월 임시주주총회의 정상적 진행을 형사처벌 대상인 탈법행위로 방해했다는 것을 망각한 몰염치한 태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구체적으로 "2025년 1월 당시 임시주주총회 직전 탈법행위로 상호주 구조를 위법하게 만들어 최대주주인 영풍의 의결권을 박탈함으로써, 총회가 파행이 됐다"며 "법원은 해당 의결권 제한이 위법하다고 판단하고 임시주총 결의사항 다수에 대해 효력정지 결정을 내렸다"고 법적 근거를 제시했다. 아울러 "오히려, 최윤범 회장과 고려아연은 2025년 1월 임시주총을 파행으로 몰고간 것에 대해 모든 주주들에게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에 더해 영풍·MBK 측은 "정작 고려아연 경영진은 가처분으로 효력이 정지된 임시주총 안건 중 이사 수 상한 설정,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 배당기준일 변경 등을 위한 정관변경의 건은 그 직후 2025년 3월에 개최된 정기주총에 재상정해 가결시켰다"며 최 회장 측의 행보에 일관성이 없음을 지적했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영풍·MBK 측이 법원의 판단을 유리하게 왜곡하고 있다고 맞섰다. 고려아연 측은 당시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한 것은 'SMC가 주식회사 요건을 일부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며, 이후 3월 정기주총에서는 요건을 갖춘 'SMH의 의결권 제한이 적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있었음에도 영풍·MBK 측이 이 사실을 숨기고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쟁점 3.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과정의 위법성 및 사원증 위조 의혹
주주총회를 앞두고 진행 중인 의결권 위임 과정에서도 물리적 충돌과 법적 논란이 일고 있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MBK 측이 불법적인 방식으로 표를 모으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 측 보도자료에 따르면, 영풍·MBK 측 대행업체 직원들이 고려아연 사원증으로 보이는 신분증을 패용하고 주주들과 접촉하거나, 자택 앞에 '고려아연㈜' 명의만 기재된 안내문을 부착하여 주주들이 회사 관계자로 오인하게 만들고 있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고려아연 측은 법조계를 인용해 이러한 행위가 자본시장법 위반 및 업무방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지배구조 개선을 외치는 영풍·MBK 측의 주장이 무색해지는 불법적 행태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쟁점 4. 본업 경쟁력 vs 외부 리스크… 양측의 도덕성 흠집 내기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양측은 안건 논의를 넘어 서로의 본업 실적과 내부 리스크를 공격하며 도덕성 타격전으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고려아연 측은 자사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국가기간산업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풍과 MBK의 내부 문제를 정조준했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이 환경오염 정화 약속 미이행과 석포제련소 조업정지 사태로 심각한 생산 차질과 실적 악화를 겪고 있으며, MBK 역시 홈플러스 사태로 사회적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려아연 측은 영풍 주주들의 목소리를 빌려 "최근 몇 년간 영풍의 기업가치와 평판, 내부통제 시스템이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훼손됐다"며 "영풍 경영진이 시장과 주주에게 실질적인 경영 정상화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고, 환경오염 문제와 관련한 구체적인 복원 계획도 충분히 공유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남의 회사 지배구조를 간섭하기 전에 자사 주주와 시장의 비판부터 수용하고 내부 경영 문제부터 시급히 해결하라는 일침이다.
반면 영풍·MBK 측은 시가총액 15조원 규모의 대형 상장사(고려아연)에서 최 회장 주도하에 '누구도 예상치 못한 파렴치하고 위법한 주주가치 훼손'이 일어났다고 규정하며, 현 경영진의 책임론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주주총회일이 다가올수록 양측의 장외 여론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라는 동일한 목표를 내세우면서도 그 방법론과 책임 소재에서 평행선을 달리는 양측의 갈등이 주주들의 최종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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