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layer] 김정수 미래에셋 이사 "확실한 색깔을 가져야 공모펀드 살아남는다"

증권 |이태윤 기자|입력

[Key Player Interview] 미래에셋자산운용 김정수 리서치본부장 이사 김 이사 공모펀드는 ETF를 조합해 최상의 요리를 만들어내는 '셰프'의 역할 강조 김 이사 “공모펀드 ‘10% 룰’, 액티브 ETF ‘상관계수 0.7’, ‘포트폴리오 공개’ 완화해야”

미래에셋자산운용 김정수 리서치본부장 이사. 사진=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김정수 리서치본부장 이사. 사진=미래에셋자산운용

|스마트투데이=이태윤 기자| 국내 투자시장의 중심축이 공모펀드에서 상장지수펀드(ETF)로 급격히 이동한 가운데, 김정수 미래에셋자산운용 리서치본부장(이사)은 공모펀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순한 지수 추종을 넘어선 확실한 운용 색깔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수 이사는 2007년 삼일회계법인에서 공인회계사(CPA)로 사회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곧바로 경리 장교를 지원해 군생활을 했다. 그는 2010년 말 제대 당시 회계사로서의 길 대신 미래에셋자산운용을 택했다. 그가 제대할 때 코스피는 2000포인트를 돌파했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국내 주식형 펀드 시장 점유율의 약 55%를 차지하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현재, 국내 자본시장의 주도권은 공모펀드에서 상장지수펀드(ETF)로 넘어갔다.

29일 김 이사는 스마트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우리 아이 3억원 만들기'나 적립식 펀드가 재테크의 표준이었다면, 2011~2016년 장기 박스권(박스피) 장세를 거치며 시장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현재 시장을 주도하는 2030세대에 대해 "단기 테마와 높은 회전율을 선호하며, 펀드보다 직관적인 ETF를 투자 수단으로 선택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 있는 '공모펀드'

김 이사는 공모펀드가 ETF와의 수익률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원인으로 자본시장법상 '10% 룰(동일 종목 투자 한도)'을 지목했다.

‘10% 룰’이란 공모펀드 포트폴리오 구성 시 단일 종목 비중이 전체 자산의 1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규정이다. 펀드매니저가 벤치마크 지수에 얽매이지 않고 운용 재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은 공모펀드의 장점이다. 하지만 특정 종목에 대한 집중 투자를 막고 분산 투자를 강제하는 이 규제 탓에,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초대형주나 일부 해외 주식을 제외하고는 확신이 있는 종목이라도 10% 이상 담기 어렵다.

반면, ETF는 특정 섹터나 테마가 강세일 때 해당 종목 비중을 20~30%까지 확대할 수 있어 수익률 관리에 유리하다. 물론 ETF는 비교지수와의 상관계수(0.7)를 유지하기 위해 구성 종목의 70%가량을 지수와 연동해야 한다는 제약이 따르지만, 공모펀드에 비해 핵심 종목에 대한 집중도가 높다.

김 이사는 "주도주가 시장을 이끄는 장세에서 10% 비중 제한에 묶인 공모펀드는 태생적으로 ETF의 수익률을 따라가기 힘든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 상황을 예능 '흑백요리사'에 비유하며 해법을 제시했다. 김 이사는 "ETF는 소금과 후추 같은 식재료다. 그냥 소금이 아니라 '히말라야 핑크 솔트'처럼 아주 세분화된 재료들이 쏟아져 나온다”며 “재료(ETF)를 조합해 최상의 요리를 만들어내는 '셰프'의 역할이 바로 공모펀드가 가야 할 길이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벤치마크를 추종하는 어설픈 공모펀드는 도태될 것"이라며 "확신이 있는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진짜 액티브' 전략만이 ETF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이라고 강조했다.

● 2026년 에이전트에서 피지컬 AI로 확장

김 이사는 2026년 시장의 핵심 키워드로 여전히 'AI'를 꼽았다. 다만 그 양상은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초기 챗GPT와 같은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의 '에이전트 AI'에서, 스마트폰 등 하드웨어 자체에서 구동되는 '온디바이스(On-Device) AI'를 거쳐, 로봇 등 물리적 영역에 적용되는 '피지컬(Physical) AI'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구글, 메타,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연간 100조원 이상을 AI 인프라에 쏟아붓고 있다"며 "이는 금리나 경기 변동과 무관한 구조적 트렌드"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투자 전략은 수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난 2~3년이 AI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주가수익비율(PER) 멀티플이 확장된 시기였다면, 2026년은 철저히 '숫자(실적)'로 증명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 이사는 "로봇주가 뜬다고 무조건 오르던 시기는 지났다. 구체적인 수주 내역이나 이익이 찍히지 않는 기업은 가차 없이 주가 조정을 받을 것"이라며 "철저한 실적 기반의 차별화 장세가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김정수 리서치본부장 이사. 사진=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김정수 리서치본부장 이사. 사진=미래에셋자산운용

● 액티브 ETF의 단점은 '상관계수 0.7'과 '종목 공개'

최근 국내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액티브 ETF'에 대해서는 운용역으로서의 현실적인 고충도 털어놨다. 공모펀드가 ‘10% 룰’을 지켜야하는 제약이 있다면, ‘액티브 ETF’는 ‘상관계수 0.7’을 따라야 하는 제도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 ‘상관계수 0.7’은 액티브 ETF가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비교 지수와 상관계수 0.7 이상을 유지해야 하는 규제다. 지키지 않을 시 상장폐지된다. 펀드매니저는 액티브 ETF를 만들 때 비교지수를 정하고 해당 비교지수 내에 있는 종목 70%를 같이 편입해야 한다. 때문에 액티브 ETF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는 자신이 원치 않는 종목을 의무적으로 가져 가야 할 수 있다. 또 액티브 ETF는 매일 포트폴리오를 공개해야 하는 점이 단점이라는 것이다.

김 이사는 "운용사는 저평가된 주식을 남들 모르게 천천히 사 모으는 전략이 필요한데, 액티브 ETF는 매일 내역이 공개되니 남들이 내 패를 다 보고 따라오게 된다"며 "해외처럼 포트폴리오 공개에 시차를 두거나 블라인드 처리하는 제도적 보완이 없다면 액티브 ETF가 대형 펀드처럼 운용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매일 투명하게 포트폴리오를 공개하는 ETF와 불투명 혹은 반투명으로 공개하는 ETF가 모두 있다. 후자의 경우에는 공모펀드처럼 분기별 혹은 월별로 공개한다.

마지막으로 김 이사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포모(FOMO·소외공포감)' 극복을 위한 자산 배분을 주문했다. 그는 "한국 투자자들은 금값이 오를 때 내 계좌에 금이 없으면 단순히 아쉬워하는 게 아니라 화를 낸다"며 "단 1%라도 다양한 자산(주식, 채권, 원자재 등)에 발을 담그고 있어야 급등장에서 심리적 안정을 찾고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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