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김나연 기자| 우주항공 테마가 국내 ETF 시장의 핵심 격전지로 부상했다. 기존 상품들이 '뉴스페이스 집중형'과 '방산 분산형' 등 뚜렷한 포트폴리오 차이를 보이며 경쟁하는 가운데, 대형사인 삼성자산운용이 출사표를 던졌다. 중소형사 흥행상품 '베끼기'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한편, 결과적으로 투자자 선택지가 넓어질 것이란 항변도 나온다.
26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이 KODEX 미국우주항공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우주항공 산업이 전 세계적인 투자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관련 상품에 막대한 자금이 유입되자 상품 라인업 확장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 스페이스X의 잇따른 발사 성공과 글로벌 안보 위기에 따른 방산 수요 증가가 맞물리며 투자 심리를 강력하게 자극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자산운용의 이번 움직임은 최근 우주항공 테마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하나자산운용에게는 부정적이다. 현재 국내 우주항공 ETF 시장의 주도권은 하나자산운용이 쥐고 있다. 하나자산운용의 1Q 미국우주항공테크는 상장 이후 단기간에 폭발적인 자금 유입을 기록했다. 2025년 11월 25일 상장한 이 ETF는 불과 3개월여 만에 순자산총액 5000억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반면 시장에 먼저 진입했던 경쟁사들의 성적표는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2022년 8월 상장한 우리자산운용의 WON 미국우주항공방산은 순자산총액 842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먼저 시장을 선점했음에도 불구하고, 후발 주자인 하나자산운용의 상품에 비해 약 6.5배 차이로 뒤처진 셈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단순한 '방산' 테마보다는 '우주항공 기술' 자체에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부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화자산운용의 PLUS 우주항공&UAM 역시 순자산 3564억원으로 선전하고 있으나, 최근의 자금 유입 속도는 하나자산운용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PLUS 우주항공&UAM은 2022년 3월 29일 상장하여 비교적 긴 트랙 레코드를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 1년 수익률 146.66%라는 높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규모 면에서 신규 상장 상품의 추격을 허용했다. 이는 투자 트렌드가 기존의 항공우주에서 '미국 중심의 뉴스페이스'로 급격히 이동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이들 3개 상품은 구성 종목과 투자 성격이 크게 다르다. 하나자산운용의 1Q 미국우주항공테크는 우주항공 테크 성장주 성격이 짙다. 주요 구성 종목은 로켓랩(16.4%), 조비(12.0%) 등이다. 상위 5개 종목 비중이 절반을 넘어 특정 종목 쏠림 현상이 강하다. 방산 프라임 업체보다 민간 우주선 발사와 도심항공교통(UAM) 등 뉴스페이스 신생 기업에 집중한다. 스페이스X와 관련된 호재 등 단기 뉴스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다. 하나자산운용은 이 상품을 출시할 당시 스페이스X 상장 이후 이 종목을 최대 비중으로 편입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우리자산운용의 WON 미국우주항공방산은 방산과 공급망 중심의 분산 투자 형태를 띤다. 에이티아이(4.3%), 헌팅턴잉걸스(4.1%) 등을 편입했다. 1Q 미국우주항공테크와 WON 미국우주항공방산 모두 미국 항공우주를 표방하지만 상위 10개 종목 중 겹치는 것은 록히드마틴 등 3개에 불과하다. WON 미국우주항공방산은 우주 산업 자체보다 국방예산과 항공우주 제조업 사이클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개별 종목 비중을 4%대 이하로 낮춰 산업 전체를 넓게 포괄한다.
국내 주식형인 한화자산운용의 PLUS 우주항공&UAM는 우주항공과 UAM의 혼합형이다. 쎄트렉아이(16.6%), 인텔리안테크(13.3%) 등을 편입했다. 위성과 안테나, 방산 전자, 발사체 등 국내 밸류체인 전반을 아우른다. 특히 한화그룹 계열사와 방산 비중이 사실상 포트폴리오의 핵심축을 담당하고 있다.
뉴스페이스와 전통 방산, 두 테마를 향한 시장의 밸류에이션 잣대도 확연히 다르다. 투자자들은 뉴스페이스 섹터를 전통적인 항공•방산업계처럼 단순 제조업으로 분류하지 않고, 기술주로 평가한다. 위성통신 등에서 플랫폼 표준을 선점하면 승자독식이 가능해 잠재적 시장 규모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반면 전통 방산은 정부 예산과 원가 구조 탓에 성장에 상한선이 있는 사업으로 인식된다.
단순히 투자자들의 인식만 바뀐 것이 아니다. 미국의 우주항공 산업은 현재 '제2의 골드러시'라고 불릴 만큼 뜨거운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 민간 우주 기업들이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위성 통신, 우주 탐사, 로켓 재사용 기술 등이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 미국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과 민간 기업들의 천문학적인 투자가 맞물려 산업의 전체적인 파이가 급격히 커지고 있는 국면이다.
이에 우주항공 테마로 자금이 빠르게 몰리면서, 우주항공 ETF 시장은 후발 주자의 진입까지 예고된 ‘격전지’가 됐다. 이 과정에서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자산운용의 상품 출시를 두고 이른바 베끼기 논란을 제기하고 있다. 중소형 운용사가 틈새 테마를 먼저 발굴해 흥행시키면, 대형 운용사가 자금력과 마케팅 파워를 앞세워 유사 상품을 내놓고 시장을 빠르게 흡수해 왔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과거부터 반복적으로 제기되어 온 '베끼기'에 대한 불만에 대해 대형사에서는 항변을 내놓고 있다. 투자자들에게는 대형 운용사의 진입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다양한 상품 출시는 건전한 경쟁을 유도해 결과적으로 투자자 선택의 폭을 넓힐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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