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김나연 기자| 금융위원회가 액티브 ETF의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 규제 완화에 나선다. 금융당국은 '지수 구성 요건이 없는 액티브 ETF' 도입을 위한 법안 마련에 착수했다. 이는 기존에 액티브 ETF가 비교지수(벤치마크)와 상관계수 0.7 이상을 유지해야 했던 의무를 없애겠다는 것으로, 펀드 매니저의 운용 재량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번 규제 완화의 핵심은 '진정한 의미의 액티브'를 구현하는 데 있다. 그동안 국내 액티브 ETF는 30%의 재량권만 가질 뿐, 나머지 70%는 지수를 추종해야 해서 시장 수익률을 크게 초과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비교지수 없이 운용사의 자체적인 전략만으로 종목을 구성하고 매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 액티브 전문 하우스 등장 가능성 점쳐져
이러한 제도적 변화는 그동안 공모 펀드 시장 침체로 ETF 시장 진입을 주저하던 사모운용사들에게 강력한 유인책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은둔의 고수'로 불리는 장덕수 회장이 이끄는 DS자산운용이 ETF 시장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DS자산운용과 같은 사모 중심의 자산운용사의 등장은 다채로운 전략 상품의 등장을 예고한다. 기존 대형 운용사들이 패시브 상품 위주의 점유율 경쟁을 벌였다면, 이제는 운용의 '실력'으로 승부하는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사모펀드에서나 볼 수 있었던 과감한 운용 전략을 ETF를 통해 접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흐름은 기존 대형 자산운용사들의 조직 구조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나 한국투자신탁운용 같은 대형사들이 삼성자산운용의 사례처럼 액티브 전용 자산운용사를 별도로 설립하거나 분사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이미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을 자회사로 두고 독자적인 액티브 ETF 브랜드인 ‘KoAct’를 런칭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독립된 액티브 운용사의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는 ‘브랜드의 독립성’ 때문이다. 기존의 TIGER나 ACE 같은 브랜드는 시장 지수를 따라가는 패시브 성격이 강해, 매니저의 개성이 드러나는 액티브 상품과는 정체성이 섞이기 모호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액티브 전용 브랜드를 런칭함으로써 투자자에게 "이 상품은 시장 수익률 이상의 알파(Alpha)를 추구한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
또한 액티브 운용만을 위한 전문가 조직 세팅의 필요성도 독립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패시브 운용은 지수 추종 오차를 줄이는 시스템과 퀀트 능력이 중요하지만, 액티브 운용은 산업을 읽고 기업을 분석하는 바텀업(Bottom-up) 리서치 역량이 핵심이다. 서로 다른 DNA를 가진 조직을 한 지붕 아래 두기보다는, 별도의 법인으로 분리해 성과 보상 체계를 달리 가져가는 것이 인재 영입과 운용 효율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미국 시장의 경우 이미 아크인베스트나 JP모간자산운용의 액티브 ETF들이 시장을 주도하며 액티브 생태계를 구축했다. 국내 역시 이번 법안 마련을 기점으로 '한국형 캐시우드'를 꿈꾸는 스타 펀드매니저들의 등장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지수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매니저의 철학을 믿고 투자하는 팬덤(Fandom)형 ETF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도 크다.
● 운용역의 트랙레코드와 역량이 핵심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비교지수라는 안전장치가 사라지면 펀드 매니저의 판단 실수로 인해 시장 수익률을 크게 하회하거나 예상치 못한 변동성에 노출될 위험도 커진다. 때문에 ETF 운용역의 과거 운용 성과(Track Record)나 커리어 및 전문성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아크인베스트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이 액티브 ETF 운용사는 ‘맨파워 구축’에 힘을 집중하고 있다. 아크인베스트의 리서치 팀은 일반적인 애널리스트들과는 출신 성분부터가 다르다. 보통의 자산운용사가 MBA 출신의 금융 전문가를 채용하여 재무제표 분석에 집중하는 반면, 아크인베스트는 해당 기술 분야에 정통한 '도메인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영입한다.
암 연구원 출신이 유전공학 기업을 분석하고, 게임 개발자가 메타버스 기업을 담당하며, 인공지능 엔지니어가 AI 기업의 기술적 해자를 검증하는 식이다. 이러한 인력 구성 덕분에 ARK는 재무적인 수치 뒤에 숨겨진 기술의 파괴력을 남들보다 한발 앞서 포착해낸다.
또한 아크인베스트는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숨기지 않고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하는 '오픈 소스 리서치' 생태계를 구축했다. 이들은 매년 발행하는 '빅 아이디어(Big Ideas)' 리포트나 팟캐스트, 뉴스레터를 통해 자신들의 투자 논리와 관점을 대중 및 외부 전문가들과 공유한다. 이를 통해 학계, 산업계 전문가로부터 피드백을 받고, 자신들의 투자 가설을 검증하며 오류를 수정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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