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 IPO] 10조의 허상…PSR·EV/Sales 뜯어보니 '글로벌 어디에도 없다'

증권 | 김나연  기자 |입력

매출 25% 고성장 가정해도 최대 8.2조 원 불과 日 조조·유토리 5조, 美 이베이 6.8조… 호황기 쿠팡도 8조 턱걸이

|스마트투데이=김나연 기자| 2026년 IPO를 목표로 하는 무신사가 몸값 10조원을 조준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 숫자가 타당한지에 대한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2024년의 고성장세가 내년에도 이어진다는 장밋빛 시나리오를 전제하고 글로벌 주요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토대로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10조원이라는 숫자는 산술적으로 도달하기 힘든 영역으로 분석된다. 

29일 본지의 분석에 따르면, 무신사의 2025년 예상 매출액(1조5550억원)에 글로벌 주요 비교기업의 밸류에이션 지표를 대입한 결과 적정 기업가치는 하단 1조 1000억원에서 상단 8조2000억원 밴드에 머무는 것으로 집계됐다. 시뮬레이션에 활용한 2025년 예상 매출액은 2024년 연간 매출 1조2427억원에 2024년의 전년 대비 성장률인 25.13%를 그대로 적용해 산출한 결과다. 이 매출을 달성하려면 이미 확정된 3분기 누적분(9730억원)을 제외하고 4분기에만 5820억원의 매출을 올려야 한다. 4분기는 계절적으로 패션 성수기임을 감안해 무신사에 최상의 시나리오를 전제하고 분석을 진행했다. 

이번 분석에는 PSR(주가매출비율)과 EV/Sales(기업가치 대비 매출액) 등 매출 기반 멀티플이 사용됐다. 통상 이커머스나 플랫폼 기업의 IPO 밸류에이션에는 PER(주가수익비율)보다 매출 기반 지표가 표준으로 사용된다. 아마존 모델이 증명했듯, 플랫폼 기업은 당장의 이익보다는 시장 점유율(M/S) 확대와 매출 외형 성장이 기업 가치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번 시뮬레이션은 무신사에 가장 유리한 매출 기반 지표를 활용해 밸류에이션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검토했다. 

● PER 적용 시 10조원 달성에 100배 이상 멀티플 필요

매출 기반 멀티플 대신 수익성 지표인 PER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10조원의 비현실성은 더욱 뚜렷해진다. 무신사의 2024년 당기순이익(698억원)을 기준으로 시가총액 10조원을 맞추려면 무려 143배의 PER을 적용받아야 한다. 2025년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약 22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4분기 실적을 포함해 연간 순이익 1000억원을 달성한다고 가정해도 PER 100배가 필요하다. 

이는 PER이 20~30배 수준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나 일본 대형 패션 플랫폼 기업인 조조타운(약 23배)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사실상 이익 지표로는 10조원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매출 멀티플을 통해 최대한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분석했다. 

● 조조타운·2021년 쿠팡 멀티플 적용해도 최대 8조원 불과

먼저 무신사의 비교기업으로 가장 자주 거론되고 있는 일본 최대 패션 플랫폼 조조타운(ZOZO Inc.)의 밸류에이션을 대입했다. 조조타운은 30%를 상회하는 압도적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플랫폼 비즈니스의 완성형으로 평가받는다. 무신사가 내년에 당장 조조타운급의 수익성과 지배력을 갖춘다고 가정하고 EV/Sales 4.56배, PSR 4.71배를 적용하더라도 기업가치는 약 7조1000억원(EV/Sales 기준)에서 7조3000억원(PSR 기준)에 그쳤다. 시장의 기대치인 10조원은 업계 1위인 조조타운의 프리미엄보다도 40% 이상 높은 고평가 영역에 있는 셈이다. 

현실적인 사업 구조를 살펴보면 괴리는 더 커진다. 무신사는 순수 중개 플랫폼인 조조타운과 달리 자체 브랜드(PB)인 무신사 스탠다드의 비중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이에 조조타운의 자회사이자 브랜드 애그리게이터 모델인 유토리(Yutori)를 비교군에 혼합해 정밀도를 높였다. 통상 제조·유통을 겸하는 브랜드 비즈니스는 플랫폼보다 낮은 밸류에이션을 받는다. 이 복합 시나리오(조조+유토리 평균)를 적용하면 멀티플은 3.2배 수준으로 하향 조정되며, 적정 기업가치는 약 5조원(PSR 기준)에서 5조1000억원(EV/Sales 기준)으로 급감한다. 

무신사가 패션 플랫폼의 한계를 넘어 종합 커머스로의 확장을 꾀하는 시나리오를 가정해 쿠팡과 이베이의 잣대도 적용해봤다. 하지만 유동성이 풍부했고 공모주 투자 열기가 높았던 2021년 쿠팡 상장 당시의 확정 공모가(35달러) 기준 멀티플(PSR 5.27배, EV/Sales 4.92배)을 적용해도 무신사의 가치는 7조6500억원에서 8조1900억원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역사상 유례없이 관대했던 증시 분위기와 로켓배송이라는 독점적 해자를 갖춘 쿠팡의 밸류에이션을 차용해도 10조원 달성을 위해서는 약 2조원의 간극을 메우지 못했다. 

수익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시각을 반영해 글로벌 커머스 이베이(eBay)를 대입해도 결과는 비슷했다. 이베이는 재고 부담이 없는 순수 오픈마켓 모델로 고수익을 창출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무신사는 최근 PB와 직매입 비중 확대로 재고 자산이 늘고 있어 이베이와 같은 '무재고 모델'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무신사가 플랫폼으로서 이베이 수준의 탄탄한 수익 구조를 인정받는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베이의 현재 EV/Sales(4.37배)와 PSR(4.21배)을 적용한 기업가치는 약 6조5000억원에서 6조8000억원 수준에 그친다. 

● 서구권 패션 플랫폼 밸류 적용 시 몸값 1조원대 그쳐

반면 글로벌 대표 패션 특화 버티컬 플랫폼들의 밸류에이션을 적용하면 기업가치는 유니콘(1조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비교 대상은 무신사와 비즈니스 모델이 가장 유사한 유럽 1위 패션 플랫폼 잘란도(Zalando), 콘텐츠와 커머스를 결합한 영국 아소스(ASOS),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강점이 있는 미국 리볼브(Revolve) 등 서구권 3사다. 이들의 평균 EV/Sales 배수는 0.71배, PSR 배수는 0.83배에 불과하다. 이를 대입하면 무신사의 적정 가치는 1조1000억원에서 1조2900억원으로 축소된다. 

결국 이번 분석은 비교기업을 최대한 우호적으로 선정하고 멀티플을 조정하더라도 10조원 밸류에이션에 도달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현재 매출 규모(약 1조5500억원)에서 기업가치 10조원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약 7~8배의 PSR이 필요한데, 이는 쿠팡이 상장 당시 누렸던 역대 최고 수준의 프리미엄(5.27배)을 상회하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댓글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