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국내 ETF 시장 규모가 300조원을 돌파했다. 전 세계 ETF가 동시에 성장하고 있지만, 단일 시장 성장 속도로는 압도적이다. 액티브 ETF의 규모도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다만, 액티브 ETF가 미국과 달리 지수에 묶여 있는 점은 이 유형의 ETF가 질적 성장하는 데에 장애물로 여겨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액티브 ETF에 대한 규제를 손봐야 할 ‘골든 타임’이 지금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 액티브 ETF의 본질은 알파 추구
'액티브 ETF'의 본질은 시장 평균 수익률을 초과하는 성과, 즉 '알파(Alpha)'를 추구하는 데 있다. 펀드 매니저가 유망한 종목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비중을 조절해 높은 수익을 내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다. 하지만 한국의 액티브 ETF는 태생적으로 이러한 본연의 기능을 100%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이러한 한계의 중심에는 금융당국이 정한 '상관계수 0.7'이라는 규제가 자리 잡고 있다. 국내 주식형 액티브 ETF는 비교지수와의 상관계수를 0.7(70%) 이상으로 유지해야만 상장이 유지된다. 쉽게 말해 포트폴리오의 70%는 지수를 그대로 따라가고, 나머지 30% 범위 내에서만 매니저의 재량을 발휘하라는 뜻이다. 이는 펀드 매니저가 아무리 좋은 종목을 발견해도 지수와의 괴리율을 걱정해 과감하게 담지 못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원인이 된다.
반면 전 세계 ETF 시장을 선도하는 미국의 상황은 우리와 전혀 다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2019년 'ETF 룰(Rule 6c-11)'을 개정하면서 투명성 요건만 갖추면 비교지수 상관계수 요건을 아예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 덕분에 미국의 액티브 ETF 운용사들은 벤치마크 지수에 구애받지 않고 매니저의 철학대로 100% 자유로운 운용이 가능하다. 캐시 우드가 이끄는 'ARK ETF' 시리즈가 대표적인 예다.
국내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국내 투자자들이 더 확실한 색을 가진 미국의 액티브 ETF를 찾아 해외 시장으로 떠나고 있다”며 “규제 때문에 미국 상품만큼 매력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없다는 점은 뼈아픈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역차별 문제를 지적한 셈이다.
● '규제 완화' 논의, 왜 제자리걸음일까?
한국 ETF 시장에서 액티브 ETF의 상관계수 완화에 대한 요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자산운용업계는 수년 전부터 "진정한 액티브 펀드의 강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비교지수 추종 의무를 없애거나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높여왔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와 주요 운용사들은 정기적인 간담회나 정책 제안을 통해 이 문제를 공론화해 왔다.
금융당국 역시 이러한 업계의 고충과 시장의 변화를 전혀 인지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지난 몇 년간 한국거래소와 금융위원회는 수차례에 걸쳐 ETF 상장 규정 개정을 검토했고, 실제로 일부 규제를 완화하려는 시그널을 보내기도 했다. 특히 2021년과 2022년 즈음에는 주식형 액티브 ETF의 상관계수 기준을 기존 0.7에서 0.6 이하로 낮추는 구체적인 논의가 오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는 '투자자 보호'라는 벽에 부딪혀 무산되거나 흐지부지되었다. 금융당국은 상관계수 요건을 없앨 경우 ETF의 변동성이 지나치게 커져 투자자들이 예상치 못한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했다. ETF는 기본적으로 분산투자와 투명성을 전제로 하는 상품인데, 운용사의 재량이 무제한으로 허용되면 특정 종목 쏠림 현상이나 운용 스타일의 급격한 변화를 통제하기 어렵다는 논리였다.
또한, 과거 사모펀드 사태 등으로 인해 금융상품의 불완전 판매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사회적 분위기도 규제 완화를 주저하게 만든 요인이었다. 당국 입장에서는 규제를 풀었다가 만에 하나 대규모 손실 사태나 운용상의 잡음이 발생할 경우 쏟아질 비난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혁신보다는 안정을 택한 보수적인 정책 결정이 반복된 셈이다.
● 'K-ETF' 글로벌 도약, 규제 혁파가 첫걸음
전 세계적으로 ETF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며 금융투자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2024년 말 기준으로 글로벌 ETF 순자산 총액은 천문학적인 규모를 기록했으며, 특히 액티브 ETF의 성장 속도는 전통적인 패시브 ETF를 압도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단순히 시장 평균을 따라가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시장의 변동성에 기민하게 대응하며 초과 수익을 내는 스마트한 상품을 원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흐름 속에서 한국 ETF 시장 역시 외형적으로는 아시아 최고의 유동성을 자랑하는 주요 시장으로 성장했다.
한국의 ETF 시장은 개인 투자자들의 높은 참여도와 역동성 덕분에 글로벌 자산운용사들도 주목하는 매력적인 테스트베드다. 이미 국내에는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운용사들이 포진해 있으며, 액티브 ETF 전문 하우스인 타임폴리오자산운용과 삼성액티브자산운용도 시장에 안착했다. 이들은 다양한 테마와 구조의 상품을 개발할 충분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또다른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통제 중심에서 지원과 육성으로 정책의 방향성이 전환될 필요가 있다”며 “금융 분야에서 K-ETF가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제도적인 발판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액티브 ETF의 비교지수 상관계수 요건을 폐지하거나 대폭 완화하는 것은 그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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