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 '쿠팡 악재·코스피 활황'에도 "IPO는 아직"

증권 | 안효건  기자 |입력

실적·서사·시장 삼박자에도 기약 없는 IPO 거래소보다 높은 몸값의 벽, FI 엑시트 시계제로

|스마트투데이=안효건 기자| 국내 신선식품 이커머스 선구자인 마켓컬리가 경쟁사 악재와 역대급 증시 호황에도 기업공개(IPO)에 소극적이다. 기존 재무적 투자자(FI) 평단가가 한국거래소보다 더 깐깐한 벽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결과적으로 투자 회수 시점에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실적 체질 개선 증명, 쿠팡 안티 테제 포지션에 코스피도 불장

7일 마켓컬리 IR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현재 회사 상황은 이전 상장 실패 때와 확연히 다르다. 2022년 코스피 상장 추진 때는 영업손실 2335억원으로 적자 폭이 컸다. 경쟁 기업인 쿠팡 주가 급락에 이커머스 유니콘 서사도 힘을 잃었다. 거래소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했는데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못하고 상장을 철회해야 했다.

지금은 만성 적자 기업이라는 오명을 씻고 질적 성장을 입증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연속 흑자를 내 누적 92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는 61억원으로 성과가 두드러졌고 순익도 최초 흑자 전환(23억원)했다.

4분기 쿠팡 사태와 연말 대목을 고려하면 창사 이래 첫 연간 영업이익 흑자가 유력하다. 성과 수준에 따라서는 순익 연간 흑자까지 한번에 달성할 가능성이 있다.

실적뿐 아니라 서사도 물이 올랐다. 최근 쿠팡을 둘러싼 각종 노동 이슈와 윤리 경영 부재 논란이 기회 요인으로 떠올랐다. 쿠팡과 마켓컬리는 단순한 경쟁자가 아니다. 기업 근본인 가치 컨셉이 정반대다. 쿠팡은 가격과 효율을 중시한 반면 마켓컬리는 가치 소비 서사를 쌓았다.

마켓컬리는 여기에 K뷰티를 얹어 수익성과 서사를 덧대는 중이다. 전날부터는 뷰티 및 패션 MD 등 7개 직무에 대한 대규모 경력 채용을 시작했다. 1차 면접자 전원에 컬리 쇼핑 지원금 30만원을 내건 공격적 채용이다.

회사 자체 이슈 뿐 아니라 시장 상황도 우호적이다. 코스피 지수는 이날 사상 최초로 4600선을 넘어섰다.

풍부한 유동성이 증시로 유입되면서 마켓컬리와 비슷한 기업들도 분주하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뷰티 이커머스 구다이글로벌 등 대형 플랫폼 기업들이 높은 기업가치를 기대하며 상장을 준비 중이다. 아직 감사보고서도 내본 적 없는데 IPO 주관사를 선정하고 상장 준비에 나선 성장 기업들도 적지 않다.

● IPO 엑시트는 별개, 4조원이라는 거대한 벽

이런 호기에도 마켓컬리는 "당장 IPO 추진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쿠팡 사태와 관련해 "최근 매출이 10~15% 상승한 것은 맞다"면서도 "연말이 겹쳐 쿠팡 영향을 확언하기 어렵고 일시적인지에 관한 판단에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실적과 시장 호황에 대해서는 "이익은 이제 막 발생하기 시작했고 아직 규모도 크지 않다"며 "코스피 호황이 곧 IPO 호황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익 발생 시작은 오히려 과거보다 외부 자금 조달 필요성이 줄었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며 "자금 조달 방법에 IPO만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사상 첫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만으로도 상장 기류가 있었던 2024년에 비하면 보수적 태도가 뚜렷하다. 당시 시장에서는 마켓컬리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JP모건과 상장 재추진을 검토한다는 관측이 이어졌다.

IPO에 대한 보수적 접근 배경에는 몸값에 대한 이해 관계자 시각차가 자리한다. 마켓컬리 주요 FI 구성을 보면, 홍콩계 사모펀드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13.5% 지분으로 최대 주주다. 경영을 맡은 김슬아 대표의 지분율은 5.69%다. 이밖에 힐하우스캐피탈 등 다수 FI가 5~9%씩을 소유했다.

이들 다수는 시장 표현으로 '물린' 상태다. 투자금 평단가가 너무 높기 때문이다. 2021년 시리즈 F 기업가치는 4조원에 달했다. 쿠팡이 나스닥 상장에 성공하면서 유통 이커머스에 대한 네러티브를 극대화했던 시점이다.

상장에 실패한 뒤 대안으로 진행한 시리즈 G 때 가치는 2조9000억원으로 줄었다. 현재 비상장 주식 시장에서 구주 가치는 1조원 수준이다. 지난해 9월 마켓컬리 지분 투자로 동맹을 맺은 전략적 투자자(SI) 네이버도 이 가치를 기준으로 매입했다.

손절에 대한 두려움이 적정 회수 시점이 한참 지난 지금까지 엑시트 욕구를 눌러왔던 셈이다. 마켓컬리는 2015년 시드 투자를 유치해 2021년 프리IPO와 2023년 초 상장을 계획했다. 첫 시리즈 투자 이후 5~6년이라는 회수 문법에 맞는 시점이었다.

현재는 눌린 욕구가 임계점에 다다른 상태다. 가장 최근 네이버 거래가 대표적 장면이다. 네이버는 시리즈 H 유상증자가 아닌 구주 매입으로 5% 지분을 확보했다. 네이버에 구주를 판 FI들은 상황 개선에도 시리즈 G에 못 미치는 가격으로 엑시트한 셈이다. 상장 프리미엄과 높은 멀티플을 적용해 봐도 아직 2조9000억~4조원 가치를 정당화하기란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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