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황태규 기자| 삼성전자 노동조합과 사측의 임금협상이 최근 결렬됐다. 이에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과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로 구성된 공동교섭단이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삼성전자의 ‘성과급 갈등’은 공식적인 대립 국면으로 들어섰다.
이번 사안은 겉으로는 성과급 액수를 둘러싼 다툼이지만 경쟁사 대비 부족한 보상 체계를 가진 회사의 구성원이 가진 불만족과 상대적인 박탈감이 더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의 핵심 요구는 ‘성과급 산정 방식의 투명화’와 ‘지급 상한제 폐지’다.
삼성전자는 현재 경제적 부가가치(EVA)를 기준으로 초과이익성과급을 산정하지만, 이 방식의 특성상 자본비용의 구체적 계산 방법이 공개되지 않는다.
때문에 실제 영업이익이 얼마나 나더라도 직원이 받을 수 있는 보상의 크기와 연관성이 불분명하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반면 사측은 EVA를 유지하되, 영업이익 증가에 따른 추가 성과급을 ‘자사주’ 형태로 지급해 주주 가치와 연동하겠다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 '경쟁사' 하이닉스, '글로벌 기업' TSMC·마이크론과 비교
이번 갈등이 삼성에서 유난히 격화된 이유는, 같은 산업 안에서 비교 가능한 ‘하이닉스 모델’이 이미 확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이닉스는 올해 지급하는 성과급부터 지난해 하반기 노사 합의를 통해 마련된 새로운 기준을 적용했다. 기존에는 초과이익분배금(PS) 지급 한도가 최대 1000%로 제한돼 있었으나, 새 기준에서는 이 상한을 폐지하고 전년도 영업이익의 10% 전체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회사는 이 기준을 향후 10년간 유지하기로 했다.
덕분에 지난해 최대 실적을 올린 하이닉스는 올해 기본급(연봉의 20분의 1) 기준 2964%에 달하는 PS를 책정했다. 연봉 1억원인 직원이 성과급 약 1억4820만원을 받는 것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EVA 기반 상한제 때문에 영업이익이 늘어나도 지급률이 제한된다. 2025년 삼성전자의 반도체·부품 사업을 총괄하는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 지급률이 50% 이내로 결정되며 전년보다 늘었지만, 하이닉스의 '최대 기본급 2964%’ 기준 비해 체감격차가 크다.
글로벌 경쟁사들도 보상 체계를 강화하는 중이다. 나날이 격화하는 반도체 시장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인력 확보 방안 중 이만한게 없어서다.
TSMC는 지난해 인당 약 8500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했고, 마이크론 역시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으로 매출이 300억 달러를 넘어서며 대규모 인센티브를 유지했다. 이들은 모두 영업이익 기반 보상을 택하고 있어 실적이 직원 보상으로 직결된다.
삼성전자 노조가 하이닉스, TSMC, 마이크론을 비교 대상으로 지목하는 이유는 이들의 구조적 투명성 때문이다. 세 기업 모두 직원 입장에서 실적 추적이 가능하며, 경영진과 구성원이 같은 지표를 공유한다.
반면 삼성의 EVA 방식은 내부 계산 요소가 공개되지 않아 구성원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타 반도체 기업 노조원 A씨는 “역대급 반도체 호황이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성과급 기준에 대한 직원들의 관심이 커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같은 업계에 있는 기업이 단체 행동을 통해 원하는 바를 이뤄낸 사례를 지켜본 만큼, 삼성전자 노조원들의 단체 행동은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때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사내 사업부 간 불균형에 '노노(勞勞) 갈등'도 불거져
이번 사태는 삼성전자 내부의 사업부 간 성과보상 불균형 문제로도 번지고 있다. DS 부문 노조 조직률은 55%로, 디바이스 경험(DX) 부문(약 20~25%)의 두 배가 넘는다. 그 결과 협상 테이블에서 DS 중심의 안건이 우선되면서, 상대적으로 조직률이 낮은 DX 부문은 협상 과정에서 주변화되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되는 모양새다.
특히, 화합물반도체솔루션(CSS) 등 일부 신사업·연구개발(R&D) 조직이 성과급 개선 대상에서 제외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내홍이 본격화됐다. CSS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담당하는 핵심 R&D 조직임에도 ‘성과 기여도가 모호하다’는 이유로 보상 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삼성전자가 맞이한 이번 과제는 단순한 임금조정에 그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평택이나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는 가운데, 타사처럼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고정하는 것이 재원에 직접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인재 보상에 있어 경쟁사 대비 아쉬운 보상 기준을 유지한다면, 이는 단순한 노사 문제를 넘어 반도체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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